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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년 만에 화상으로 극적 상봉한 스웨덴 입양 한인과 어머니

송고시간2020-05-29 16:42

46년만에 화상 상봉하는 어머니와 아들
46년만에 화상 상봉하는 어머니와 아들

[아동권리보장원 제공]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28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에 있는 아동권리보장원 입양인지원센터 상담실. 상기된 얼굴로 66살의 한 여성이 뚫어지게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있다.

7시간의 시차를 둔 스웨덴에서도 한인 임 모(48) 씨가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46년 전 끊긴 인연을 화상으로나마 연결하고 상봉하기 위해 마주 앉은 어머니와 아들이다.

화면으로 마주한 모자(母子)는 처음에는 어색해하고 낯설어했다. 언어도 통하지 않았다.

센터가 지원한 통역이 열심히 감정의 골을 메워보려 애썼지만, 분위기는 나아지지 않았다.

"잘 지냈니. 어디 아픈데는 없니?", "건강하시죠?"

모자는 서로 안부를 묻고, 생김새를 관찰하며 서로 닮은 점을 찾아갔다.

"너는 태어날 때부터 엄마를 쏙 빼닮았다는 얘기를 들었단다"라고 어머니가 말하자 아들 임 씨는 "엄마 말대로 눈매와 코, 웃는 모습이 닮은 것 같다"고 화답했다.

유전자 검사로 아들임을 확인했고, 화상으로 상봉을 하면서도 긴가민가하던 어머니가 확신을 했는지 먼저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너를 잃고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렸단다. 네가 스웨덴에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건강하게 자라줘서 고맙다."

현지인 아내와 함께 화면에 나온 아들도 어머니의 말에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 "보고 싶다. 사랑한다"는 말을 연신 내뱉었다. 임 씨는 슬하에 두 딸을 뒀다고 했다.

아들은 자식을 잃어버린 슬픔을 겪은 어머니의 아픔을 오히려 위로했다. 그리고는 "포기하지 않고 저를 찾아줘 고맙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어머니는 한 차례 더 눈물을 쏟으면서 "너를 키워준 양부모와 지금 옆을 지키고 있는 며느리가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특히 현재 건강관리사로 일하는 어머니는 타국에 있는 아들이 당뇨병을 앓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자 건강을 걱정하면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조차도 막지 못한 이들 모자의 상봉은 2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상봉을 마무리할 즈음 어머니는 "내 아들, 내 아기"라고 애틋하게 부르며 못내 아쉬워했고, 아들도 "엄마"라고 부르며 참았던 눈물을 훔쳤다.

아들은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부인과 함께 한국을 방문하겠다"고 약속했다.

어머니도 "아들 내외와 손자가 오면 맛있는 한식을 만들어 주겠다"고 웃으며 화답했다.

어머니에 따르면, 남편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아들 임 씨는 시누 댁에 맡겨졌다고 한다. 홀로 양육을 하려면 일을 해야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누가 자신의 동의도 없이 아들을 입양 의뢰했고, 시간이 흘러 이 사실을 안 어머니는 아들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고 한다.

어머니는 과거 입양인의 가족찾기 사연을 유튜브나 텔레비전에서 본 기억을 더듬어 아동권리보장원 가족찾기 게시판에 2018년 글을 올렸다. 이 글은 스웨덴 입양인 네트워크에서도 공유됐고, 결국 만남의 실마리가 됐다.

입양인 기록과 친모가 올린 내용은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생년월일이 동일했고 이름이 유사해 입양인지원센터는 4월 중순 유전자 검사를 거쳐 친자 관계를 확인했다.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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