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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40주년 결산] 코로나19 딛고 전국화·세계화 '성큼'

송고시간2020-05-24 08:00

기념식 장소 선정·극우 집회 예고로 초반 '시끌'…차분히 해결

행사위 "진상규명 통해 미래세대 이어지는 시발점 되길"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행사가 오는 27일 부활제를 마지막으로 대부분 마무리된다.

40주년의 특별함을 기리기 위해 성대하게 준비되던 기념행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취소·축소·변경 등을 반복하는 우여곡절을 겪은 뒤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특히 미완의 진상규명과 역사왜곡으로 끊임없이 부침을 겪은 5·18민주화운동이 이제는 흔들리지 않는 '완성된 역사'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지가 담겼다.

기념사 하는 문 대통령
기념사 하는 문 대통령

[연합뉴스 자료사진]

◇ 힘겨웠던 5·18 기념식 장소 선정

올해는 5·18 기념식 장소 선정부터 순탄치 않았다.

국가보훈처는 40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옛 전남도청 앞 5·18 민주광장에서 기념식을 여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5·18 관련 단체, 시민단체와 업무협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5·18 역사성을 지닌 전야제와 장소가 일부 겹친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5·18 관련 단체 안에서 잡음이 일었다.

많은 시민이 동참해 40주년의 특별함을 기릴 수 있도록 하자는 장점이 부각되며 5·18기념식은 민주광장에서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그 사이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하며 상황은 급변했다.

많은 사람이 한곳에 모이는 게 부적절할뿐더러 기념식에 참석할 예정인 문재인 대통령의 경호 문제 등이 걸림돌이 돼 결국 기존 장소인 국립 5·18민주묘지로 장소를 변경했다.

다행히 방역 당국이 코로나19 확산을 성공적으로 막아내자 국가보훈처는 옛 전남도청이 지닌 역사적 의미와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 다시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에서 기념식을 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기념식을 일주일도 채 남기지 않은 12일에서야 장소가 최종 결정돼 관련 단체에 공지됐다.

"금남로를 추모공간으로"…극우집회 대응
"금남로를 추모공간으로"…극우집회 대응

[연합뉴스 자료사진]

◇ 전야제 취소된 자리에 극우 집회 예고…광주 민심 '발칵'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천명이 모이는 5·18 전야제 행사도 취소됐다.

그 틈을 타 막말을 일삼는 극우 인사들이 16∼17일 5·18 사적지인 전일빌딩 앞에서 집회하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허를 찔린 5·18단체와 시민사회단체는 발칵 뒤집혔다.

코로나19 방역에 협조하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취소한 5·18 전야제 대신 극우 인사들의 5·18 폄훼 집회가 열리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는 분노 섞인 공감대가 형성됐다.

광주시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극우 인사들의 집회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주최 측은 행정명령이 부당하다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의 결정에도 집회 강행을 우려한 5·18 단체와 시민사회단체는 급히 대비책을 마련했다.

문화·추모 행사를 추진해 5·18민주광장에 시민들을 모으고, 극우인사가 오기로 한 시간엔 '집중 행동'을 하기로 했다.

일부 단체는 물리적 충돌을 불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며 소속 회원들에게 소집령을 내리기도 했다.

극우단체는 가처분 기각으로 결국 집회를 포기, 5·18 추모 기간 금남로는 평온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제40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제40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연합뉴스 자료사진]

◇ 5·18 의미 되새긴 정부 기념식…시민행사는 온라인으로

매년 수천 명이 참석하던 5·18기념식은 올해 400명으로 대폭 축소해 치러졌지만 5·18의 역사와 정신을 기리는 의미는 특별했다.

기념식장은 최후 항쟁을 벌인 옛 전남도청을 바라볼 수 있게 배치됐고, 기념공연 역시 옛 전남도청을 무대 삼아 이뤄졌다.

특히 도청 앞 집단 발포 명령자와 헬기 사격 등 여전히 미완으로 남아있는 역사적 사실이 담긴 현장에서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한 화합과 통합의 메시지가 전달됐다.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진실이 드러날수록) 왜곡과 폄훼는 더는 설 길이 없어질 것"이라며 "발포 명령자 규명과 계엄군이 자행한 민간인 학살, 헬기 사격의 진실과 은폐·조작 의혹과 같은 국가 폭력의 진상은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5·18의 완전한 진실을 향한 국민의 발걸음을 결코 되돌리거나 멈춰 세울 수 없다"며 "국민이 함께 밝혀내고 함께 기억하는 진실은 우리 사회를 더욱더 정의롭게 만드는 힘이 되고, 국민 화합과 통합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5·18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준비하던 전야제와 각종 기념행사는 온라인 행사로 전환됐다.

세계 50개국 교포들이 온라인 동시 화상채팅 공간에 모여 5·18을 기념했고, 5·18정신을 계승한 사람에게 주는 광주인권상 역대 수상자들이 온라인으로 기념 메시지를 보내왔다.

각자 개성을 살린 '님을 위한 행진곡 부르기' 대회나 5·18을 주제로 한 영어 말하기 대회 등도 온라인에서 진행됐다.

5·18진상규명조사위 '첫걸음'
5·18진상규명조사위 '첫걸음'

[연합뉴스 자료사진]

◇ "진상규명으로 하나 된 5·18 미래 세대로 이어지길"

5·18 40주년에 맞춰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실무진 구성을 마치고 본격적인 조사 활동에 돌입했다.

특별법에 따라 만들어진 조사위는 현 미래통합당이 조사위원 추천을 지연하며 출범 전부터 우여곡절을 겪었다.

조사위는 최초·집단발포 책임자와 민간인 학살 사건, 암매장·행방불명 사건, 헬기 사격, 계엄군 성폭행, 역사 왜곡·조작 등을 처음부터 다시 조사하고 북한군 개입설 논란까지 종식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5·18기념재단과 광주시가 진상 조사를 위해 수집한 가해·피해자의 증언 자료를 이관받고 미국 국무부에선 당시 작성된 기밀문서 일부를 전달받았다.

3년 동안 조사위 활동으로 밝혀진 진실은 국가 보고서로 작성된다.

5·18단체 관계자들은 국가 보고서가 작성되면 더 이상의 소모적인 논쟁은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노력의 결실을 의도적으로 부정하거나 왜곡하는 사람들을 처벌하는 역사왜곡처벌법이 제정될 수 있는 정치적 지형도 마련됐다.

제40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 이철우 이사장은 "처음엔 40주년 행사가 초라하게 위축되는 것 아닌가 생각했지만, 온라인을 통해 오히려 많은 일반인이 다양한 형식으로 기념행사를 할 수 있었다"며 "전국화와 세계화를 향해 뻗어간 40주년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역사의 현장인 옛 전남도청과 광장에서 기념식이 열린 것도 의미가 남달랐다"며 "진상규명을 통해 5·18이 이제는 슬픔보다 일상에서 되살아나고, 미래 세대에게 그 정신이 이어지는 시발점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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