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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세상] 동성 부부, 혼인신고서 이례적 대면 제출…이유는

송고시간2020-05-27 06:00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정윤경 인턴기자 = 이달 초 한 한국인 '동성 부부'가 이례적으로 국내 구청에 혼인신고서 대면 접수를 시도했다.

이후 이 혼인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사실이 공개되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는 "승인되지 않을 것을 알면서 바쁜 공무원을 찾아가 힘들게 했다"는 비판과 "상징적 의미가 있다"는 찬성 의견이 나오는 등 반응이 엇갈렸다.

여성인 김규진(30)씨와 동성 배우자 A(33)씨가 혼인신고서 대면 접수를 시도한 주인공이다.

지난해 동성혼 신고가 가능한 미국 뉴욕에서 혼인 신고를 마치고, 국내에서 결혼식을 올린 이들은 지난 7일 종로구청을 직접 찾아가 혼인신고서를 제출했다. 동성 부부가 혼인신고서를 낸 적은 있지만 대면 제출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앞서 남성 동성 부부가 2004년 서울 은평구청에 혼인신고서를 제출했지만 등기우편 접수를 선택했으며 2013년 9월 결혼식을 올린 영화감독 김조광수 부부 역시 그해 말 등기우편으로 서대문구에 혼인신고서를 제출했다.

김씨가 종로구청으로부터 불수리 통지서를 받아들기까지는 4시간이나 걸렸다.

동성 부부가 대면으로 혼인신고서를 제출한 선례가 없어 구청 관계자들이 처리 절차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종로구청 민원여권과 관계자는 14일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동성 부부 혼인신고서는 일선 공무원이 독자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법원행정처에 의견을 구해 민원인에게 통지서를 교부하느라 (이성 부부 혼인신고보다) 오래 걸렸다"고 설명했다.

논쟁은 김씨가 이성 부부 혼인신고보다 자신의 민원이 오래 걸린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글을 트위터 계정에 올리면서 시작됐다.

김씨는 "불수리가 되기까지 약 4시간이 걸렸고, (공무원) 열댓 명이 이 건에 달라붙었다"고 토로했다.

이에 트위터 이용자 'soo****'는 "규진님의 용기에 힘을 얻어 살아가는 레즈비언 부부다. 언제나 감사드린다"고 전했고, 'sss*********'도 "납세자로서 개인이 사회에 목소리를 내는 것은 권리다. 성 소수자도 사회 구성원이다"라며 김씨 부부를 응원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박한희 변호사도 13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성 부부 혼인신고는 신고서만 형식에 맞게 작성했다면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간단한 절차다. 동성 부부 혼인신고에 대한 지침이나 매뉴얼 자체가 없다 보니 김씨가 4시간이나 기다린 것"이라며 김씨 의견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트위터 이용자 'Kkh****'는 김씨가 직접 구청을 찾은 것을 두고 "공무원한테 민폐 끼치는 걸 당당하게 자랑하고 다닌다. 결과 뻔한 일에 왜 행정력을 낭비하게 만드냐"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이용자 'gre************'도 "성 소수자로서 혼인이 성립되지 않아 안타깝지만, 전염병 창궐로 인해 파생 업무를 하는 공무원이 받았을 과한 스트레스에 조금 더 감정이입이 된다"고 말했다.

김규진씨
김규진씨

[촬영 정윤경.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14일 광화문역 부근 카페에서 김씨를 만나 그간의 논쟁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대한항공이 여성 동성 부부를 가족으로 인정해 마일리지를 합산해줬다는 기사를 보고 용기를 얻어 결혼식 1주년을 맞아 혼인신고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그는 대면 방식을 택한 이유에 대해 "동성 부부도 다른 민원인처럼 평범한 모습으로 혼인신고서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불수리 통지서를 받더라도 동성 부부 혼인이 성립할 수 없는 이유를 관할 구청에서 직접 듣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민원 시간이 길어져 담당 공무원에게 미안하다가도 한편으로는 '내가 혼인신고를 하는 게 미안한 일인가'라는 생각이 들어 비참했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공권력 앞에서 '너는 안 돼'라는 말을 엄중하게 들으니 법 앞에서 소수자는 정말 소수자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혼인신고가 수리되지 않은 이상 우리 부부가 법적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선 배우자가 나를 입양하거나 성년 후견인이 돼야 하는데, 나는 결혼을 하고 싶은 것이지 입양되고 싶은게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김규진씨가 받은 불수리 통지서
김규진씨가 받은 불수리 통지서

[김규진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김씨 부부는 불수리 통지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거나 헌법소원을 검토하지는 않고 있다.

그는 "불수리 통지서를 공개한 이후 '고소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을 자주 들었는데 공권력과 싸우는 건 대단히 부담스럽다"고 소송 포기 이유를 설명했다.

csm@yna.co.kr

yunkyeong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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