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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酒먹방] 계화도 백합죽의 맥을 잇다…전북 부안 계화회관

(김제=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계화회관은 지난해 중소벤처기업청이 주관하는 '백년가게'에 선정됐다. 부안에서는 1호 백년가게다.

백년가게는 3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도·소매업체 또는 음식점 가운데 중소 벤처기업부가 우수성과 성장 가능성을 큰 곳을 선정한다.

전북 부안 지역을 여행한다면 빼놓지 않고 가봐야 할 맛집 가운데 한 곳이 40년 전통의 계화회관이다.

기암절벽으로 유명한 채석강과 고요한 내변산을 품은 부안은 바다와 숲 모두가 매력적인 곳이다.

담백한 맛을 지닌 백합죽 [사진/성연재 기자]
담백한 맛을 지닌 백합죽 [사진/성연재 기자]

부안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항구와 갯벌, 해수욕장이 즐비하다. 갯벌이 많으니 당연히 조개를 재료로 한 요리가 유명해졌다.

백합은 '조개의 여왕'으로 불릴 만큼 맛이 고급스럽고 깔끔하다. 비린내가 없고 개흙도 많지 않아 예로부터 고급 식재료로 여겨져 왔다.

멀리 대구에서 시작한 30번 국도는 무주군 등을 거쳐 부안의 변산반도까지 이어져 있다. 계화회관은 부안 읍내에서 살짝 벗어난 행안면의 30번 국도상에 있다.

시내에서 부안군 쪽으로 10분가량 달리면 건물이 눈에 띈다. 도심의 번잡한 맛집이 아니라 더욱더 반가웠다.

명성이 없었다면 시내도 아닌 변두리에서 그렇게 오랜 기간 가게 문을 열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이곳은 계화도 출신인 주인 이화자 할머니가 나름 노하우를 개발하며 40년째 영업해 온 곳이다. 둘째 딸 최나란 씨가 14년 전부터 기술을 익히며 어머니를 돕고 있다.

◇ 백합을 신선하게 유지하는 것이 관건

백합구이와 백합찜, 백합죽이 포함된 찜정식 차림 [사진/성연재 기자]
백합구이와 백합찜, 백합죽이 포함된 찜정식 차림 [사진/성연재 기자]

이곳은 반드시 살아있는 백합을 쓴다. 재료비가 비싸지만 가장 맛있기 때문이다. 계화회관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신선도다. 상태가 나쁜 백합 한두 마리만 있으면 전체가 함께 상하기 때문이다.

최씨는 백합이 국산이냐는 질문에 솔직하게 답한다. 예전에는 국산 재료를 썼지만, 최근에는 수입산을 쓴다는 것이다.

백합 어획량은 1990년대 새만금 방조제 사업이 개시되면서 점차 줄기 시작해 10여 년 전부터는 거의 종적을 감췄다.

그러나 반드시 산 백합을 쓰기에 신선도만큼은 자신 있다고 말한다. 최씨는 매일 아침 어머니와 함께 장을 보러 나선다.

◇ 한번 맛본 사람은 다시 찾는다

백합전 [사진/성연재 기자]
백합전 [사진/성연재 기자]

첫 주문은 당연히 이 집의 대표적인 메뉴인 백합죽이었다.

10여 분 기다린 끝에 밥상이 차려졌다. 희고 큰 대접에 담긴 백합죽은 고소한 참깨와 김 가루가 얹혔다.

고명을 섞을 때가 제일 기대가 된다. 고소한 깨 맛과 함께 죽의 구수함이 느껴졌다.

백합죽은 뽕잎 가루로 비린 맛을 잡고 간은 소금으로 하며, 참기름으로 요리를 마무리한다고 최씨는 설명했다.

잘게 썬 백합이지만 특유의 시원하고 고소함이 씹을수록 느껴진다.

맛난 백합죽을 먹다 보니 다른 메뉴도 궁금해졌다. 메뉴판을 보니 백합찜과 백합구이 등이 포함된 세트가 있다. 백합구이와 백합찜을 따로 시켰다.

보통 조개구이집에서는 연탄불 위에서 조개를 굽지만, 이곳에서는 은박지에 싼 채 미리 구운 백합이 나온다.

보통 조개를 구울 때 국물이 흘러 주변이 지저분해지는 것을 생각하면 깔끔한 것이 특징이다.

역시 불에 굽는 조개의 맛은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고소함이 있다.

백합찜은 잘 다져진 마늘과 고추장, 미나리, 콩나물, 버섯 등 10여 가지의 재료를 고추장과 함께 숙성시킨 소스를 넣고 끓여 진한 맛이 느껴진다.

백합전은 백합의 형태가 비교적 큼직하게 유지돼 있어 씹는 맛이 좋았다.

유난히 맑아 마치 우유를 푼 것처럼 흰 국물이 자랑인 백합탕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전날 한잔한 뒤라면 제격일 듯하다.

뽀얀 국물의 백합탕 [사진/성연재 기자]
뽀얀 국물의 백합탕 [사진/성연재 기자]

백합에 함유된 비타민 B12는 해독작용을 돕고 간 기능을 활성화해 피로 해소에 좋다. 특히 비타민 B12는 내장기관에 많아 내장까지 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백합에는 타우린 성분도 많다. 타우린은 뇌의 삼투압 조절을 원활히 하도록 돕고, 항경련 활성을 촉진한다.

이곳은 평일이었음에도 찾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았다.

최씨는 한번 백합요리를 맛본 사람들은 그 맛과 가치를 잊지 않고 다시 찾아준다고 자랑한다.

대를 이어 계화회관을 운영할 것이냐는 질문을 꺼내자 손사래를 친다.

그는 "신선한 백합을 구하고 손질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0년 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polpori@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0/06/08 08:0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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