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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손, 공공개발]④ 100년 비전 한방에 탄생하지 않는다

송고시간2020-05-23 09:11

전문가들 "혁신적인 도시계획 프로세스 시도 없어"

"다각적인 검토, 창의성 기반 도시 계획 만들어야"

"해안 난개발 안타까워…미래세대 위한 감시 필요"

부산 센텀2지구 예정지
부산 센텀2지구 예정지

부산시가 첨단산업단지로 꾸미겠다며 추진하는 센텀2지구 예정지[촬영 조정호]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난개발을 막기 위해서는 신중하면서 유연한 도시설계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는 강조한다.

강동진 경성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신중하지 못한 계획을 수립하고 경제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식으로 개발하는 지방 도시의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도시계획을 만들 때는 여러 차례의 조사와 계획이 필요하지만, 지방 도시 행정의 인식 한계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강 교수는 "계획을 세우는데 돈이 들고, 한번 돈이 사용된 곳에 비슷한 목적으로 돈이 사용되면 '왜 또 하느냐'고 지적하는 분위기가 있다 보니 '계획을 한 번에 세워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인식처럼 깔려 있다"면서 "공무원이 비슷한 일은 절대 할 수 없는 구조이다 보니 문제를 발견해 보완할 기회를 놓치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막 가야 하는 상황을 불러 올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계획이 나오려면 때론 용역발주를 위한 용역과 플랜을 위한 준비 플랜이 필요하고 적게는 몇 번 많게는 수십번의 플랜을 만들어야 다양한 시각 안에서 계획이 완전하게 만들어진다"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이런 도시계획 수립 특성을 이해한 상태에서 행정을 견제하는 지방의회의 태도 변화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동부산 관광단지
동부산 관광단지

[촬영 손형주]

여러 차례의 검증을 통해 확신이 생긴 계획은 경제 사정의 일시적 변화 등에 휘둘리지 않고 장기적 안목에서 기다리고 인내하며 사업을 정해진 대로 완수해내는 힘이 된다.

100년을 내다보는 혜안과 비전을 담은 도시 계획은 한방에 탄생하지 않는다.

잘 설계된 계획을 위해 지방의 공공 개발에는 '사업 타당성'에 대한 논리가 완화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강정규 동의대 부동산대학원장은 "정부가 필요한 지방 공공 개발에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고 재정지원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면서 "타당성을 고수하다 보면 사업 단지에 주거지 비율이 계획보다 많아져야 하고, 그 주택을 채우는 것은 신규 수요가 아니라 부산 내 이전 수요로 채워져 또 다른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부산 강서구 명지국제신도시
부산 강서구 명지국제신도시

[촬영 조정호]

도시 설계 과정에서 혁신적인 변화도 필요하다.

강 교수는 "그저 구획을 긋고 땅을 파고, 셋 백(setback, 건축선을 뒤로 물려 인도를 확보하는 것)을 논의하는 정도에서 벗어나 기존의 필지 경계를 완전히 허물고, 창의성을 더해야 할 설계가 필요하다"면서 "서울에는 삼성동 일대를 특별설계구역으로 개발한 사례가 있지만, 부산에는 아직 이런 시도가 없다"고 말했다.

부산 영화의전당
부산 영화의전당

[영화의전당 제공]

강 교수는 수영강변에 위치한 '영화의 전당'이 세계적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지금까지 크게 주목받지 못한 것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한다.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공업 도시 빌바오의 네르비온 강변에 지어진 '구겐하임 미술관'은 세계적인 상품이 됐다.

강 교수는 "벡스코 역에서 내려 영화의 전당까지 신호등을 네 번이나 건너야 하고, 강변 나루 공원을 외떨어진 곳으로 만든 도시설계 때문"이라면서 "영화배우들이 배를 타고 와서 레드카펫으로 걸어 들어오는 영화의 전당을 만드는 것과 같은 상상력이나 도시의 질적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혁신적인 도시계획 프로세스에 대한 시도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도시의 질적인 변화를 끌어내려면 법안에서 케이스를 만들어 가는 게 아니라 케이스를 통해서 법을 개선하는 등 주고받으면서 변화해야 하는데, 현재는 과감한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전협상형 도시계획 검토 대상지 10곳
사전협상형 도시계획 검토 대상지 10곳

[2030 도시기본계획, 재판매 및 DB 금지]

토건 사업을 통한 쉬운 방식의 경제 부양을 원하는 지방 도시 특성상 토건 세력의 입김이 도시계획에 반영될 수 있어 시민들의 열린 감시도 필요하다.

감시가 늦춰지면 부산에서 제2의 엘시티 비리는 언제든 터져 나올 수 있다.

부산 해안가에는 이미 대부분 난개발이 이뤄진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아직 개발 여력이 있는 곳은 미래세대를 위한 감시가 필요하다.

지금 논의되는 대형 공공 개발은 첨단산업단지를 표방하는 '센텀2지구'가 대표적이다.

현재 재벌 특혜 논란 속 센텀 2지구가 제대로 설계되는지 센텀시티의 전철을 또 밟지 않는지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

공공 개발은 아니지만, 도시계획을 변경해 유휴부지를 개발하는 사전협상형 개발 대상지도 올바른 개발인지 관심을 가지고 따져봐야 한다.

2030 부산 도시기본계획에 명시된 사전협상형 도시계획 대상지는 모두 10곳이다.

사하구 다대동 한진중공업 및 성창기업 공업지역, 기장군 일광면 한국유리 공업지역, 해운대구 재송동 한진CY부지, 동구 좌천동 일대 자성대 부두, 북구 금곡동 조달청 부지, 사상구 주례동 부산구치소 부지, 남구 우암동 옛 부산외대 부지, 사상구 엄궁동 엄궁농수산물 시장 부지, 강서구 강동동 원예시험장 부지, 해운대 반여동 태광산업 부지 등이다.

민간사업자가 제안한 황령산·이기대 케이블카 사업 등 각종 개발사업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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