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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려방문 마크롱에 "우리는 유럽의 수치" 의료진 거센 항의

송고시간2020-05-16 05:30

나가려는 대통령 붙잡고 "유통기한 지난 마스크 쓴다…이미 오래전 좌절" 성토

마크롱, 당혹감 역력…"최선 다하고 있다. 추가대책 내놓겠다"

프랑스 의사단체·보건노조, 내달 '공공의료개선' 전국집회

사진은 지난 2월 26일 파리 시내 피티에-살페트리에르 병원을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모습.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진은 지난 2월 26일 파리 시내 피티에-살페트리에르 병원을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모습.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여러분들의 사기가 추락하고 희망이 사라지는 것을 바라지 않아요."

"아니요, 대통령님. 불행히도 우리는 이미 좌절한 지 오래예요. 코로나19 사태 훨씬 전부터 말이에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파리 시내의 한 종합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의료진의 거센 항의를 들어야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파리의 피티에-살페트리에르 병원을 방문해 의료진과 면담을 하고 병원을 나서던 길에 두 여성 간호사로부터 정부에 대한 호된 비판과 항의를 들었다.

프랑스 보도전문채널 BFM방송이 입수해 방송한 스마트폰 영상을 보면, 의료진을 격려하려는 마크롱 대통령에게 두 여성 간호사들이 말을 자른 채 거세게 항의한다.

한 간호사는 유통기한이 지난 오래된 외과용 마스크를 쓰고 있다면서, 작년 말 정부가 국공립병원 직원들에 대한 특별 상여금을 약속한 것에 대해 "보너스도 좋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임금인상"이라고 말했다.

옆에 있는 다른 간호사는 "유럽 주요국가 중 우리 같은 수준은 정상이 아니다"라고 거들었다.

마크롱이 "저도 잘 압니다.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라면서 말을 이어가려 하자 한 간호사가 말을 자른 채 "언제, 얼마나 (임금인상을) 해주실 건데요. 우리는 좌절한 지 오래예요. 더는 당신을 믿지 않아요"라고 성토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제가 말을 끝낼 수 있게 해주세요"라면서 정부가 약속한 내용을 실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당혹한 기류가 역력했다.

두 간호사는 발언하려는 마크롱의 말을 제지하면서 "우리는 유럽의 수치"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마크롱은 지난 2월 이 병원을 방문했을 때에도 저명한 신경외과 의사로부터 낙후한 공공의료 시설과 인력 문제와 관련해 정부에 대한 강한 질책을 들은 바 있다.

이 병원은 지난 2월 프랑스 내 첫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온 병원으로 파리에서도 코로나19 중증환자를 가장 많이 치료하는 '최전선'이다.

미국의 AP통신은 이날 병원 측의 냉랭한 대접을 이미 예상한 듯 엘리제궁이 이번 대통령의 방문에 방송 카메라나 TV기자의 취재를 불허했다고 전했다.

마크롱은 두 간호사로부터 호된 질책을 듣기 전에는 이 병원 의료진과 비공개로 진행한 면담에서 취임 후 발표한 의료정책의 과오를 자인하기도 했다.

일간 르 몽드에 따르면 그는 "2년 전 발표한 (의료정책) 전략에 실수가 있었다"면서 "그 정책들이 큰 의미를 지니지 못했고, 병원들의 상황에 비춰 규모도 충분치 않았다. 좋은 전략이었지만 이런 정책을 10년 전에는 내놨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구체적인 언급은 없이 추가 공공의료 개선 대책을 내놓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지난 3월 22일 프랑스 동부 뮐루즈의 한 병원 의료진이 응급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3월 22일 프랑스 동부 뮐루즈의 한 병원 의료진이 응급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미 프랑스 정부는 고질적인 병상·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공공의료 부문에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을 약속한 바 있다.

작년 11월 총리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전체 국공립 병원 누적부채의 3분의 1인 100억 유로(13조원)를 정부가 인수, 의료인프라 개선에 15억유로(2조원)를 투입, 월급이 1천900유로(250만원)에 못 미치는 간호사와 간병인 등 공공의료종사자 4만명에게 1인당 연 800유로(100만원)의 특별상여금 지급 등이 포함됐다.

한때 매우 선진적인 공공의료체계를 자랑했던 프랑스는 그동안 꾸준히 이 분야에 대한 투자를 줄이면서 최근 들어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지금은 조금 나아졌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한때 수도권과 동부 그랑데스트 지방의 의료시스템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의료붕괴' 위기까지 거론된 바 있다.

또한 사태 초기보다는 역시 나아졌지만, 의료진이 쓰는 외과용 마스크도 품귀현상이 심각했다.

이에 한 60대 프랑스인 의사는 '총알받이'라는 문구가 적힌 붕대를 머리와 팔에 감고 자신의 나체 사진을 찍어 SNS(소셜네트워크)로 공유하는 온라인 시위를 벌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프랑스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현재 17만8천870명으로, 이 가운데 2만7천529명이 숨졌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11일 봉쇄의 점진적 해제를 시작했지만, 파리가 포함된 수도권 일드프랑스지역은 여전히 '적색' 위험지역으로 분류돼 있다.

프랑스의 의사단체와 보건의료노조들은 코로나19로 상황이 더 열악해진 공공의료시스템의 개선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내달 중 개최하기로 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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