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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콘' 영욕의 21년 뒤로 하고 아듀…"희극 새 역할 고민"

송고시간2020-05-14 16:00

방송가 "시대 변화 적응" 인정 분위기 속 개그계는 '침통'

개그콘서트 녹화 현장
개그콘서트 녹화 현장

[K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송은경 기자 박소연 인턴기자 = 국내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상징이었던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가 21년 만에 사실상 종영하게 되면서 방송가 안팎의 반응도 엇갈린다.

대부분은 시대의 변화에 맞춰 방송 중단이 불가피했다는 반응이지만, 당장 생계가 걸린 개그맨들은 침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톱스타·유행어 낳으며 시청률 29%→시간대 전전하며 2%

일요일 밤은 늘 '개콘'으로 마무리,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유행어를 모르면 다음 날 학교에서 회사에서 대화에 끼질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한창 전성기였던 2003년에는 시청률이 28.9%(닐슨코리아)를 기록하며 웬만한 주말드라마 부럽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그해 1월 26일 '봉숭아학당'에서 고(故) 노무현 전(前) 대통령 이미지를 차용한 노통장 캐릭터가 등장했을 때는 순간 최고 시청률이 무려 49.8%로 집계됐다.

'개콘'은 국내 간판 개그 프로그램으로서 수상 내용도 화려하다. 2000년부터 2018년까지 총 156개 부문에서 트로피를 가져갔다.

2003년, 2011년, 2012년, 2013년 등 KBS연예대상에서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프로그램상'만 4차례 차지했으며 백상예술대상과 한국방송대상도 휩쓸었다. 각종 시상식에서 코미디언상도 42개 차지했으며, 이 중 최다 수상자는 김준호(6회)다.

지난해 5월 KBS에서 방송 1천회를 맞아서 했던 시청자 대상 설문에서 역대 최고의 유행어는 옥동자의 '얼굴도 못생긴 것들이 잘난 척하기는, 적어도 나 정도는 돼야지'(18%·188명)가 차지했다.

이외에도 장동민의 '그까이꺼 대충', 박준형의 '무를 주세요', 김준호의 '자냐자냐', 박영진의 '소는 누가 키워!' 등이 큰 사랑을 받았다.

최장수 코너는 2007년 12월 9일부터 2011년 11월 13일까지 197회 방송된 김병만의 '달인'이다.

이렇듯 수많은 기록을 쓴 '개콘'은 이후 조금씩 하락세를 보였지만 2016년까지는 두 자릿수 시청률을 유지했다. 그러나 2017년부터 본격적인 침체기를 맞았고, 수차례 코너 개편과 스타 개그맨들의 복귀에도 좀처럼 새로운 동력을 찾지 못한 채 최근에는 시청률이 2~3%대로 폭락했다.

일요일 밤이라는 상징성도 SBS TV '미운 우리 새끼',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에 빼앗기면서 방송 시간도 평일 밤을 전전하는 등 어려움을 겪다 결국 장기 휴식을 택하게 됐다.

◇ 방송가 "새로운 동력 찾지 못해…시대의 변화"

수년간 여러 방면으로 돌파구를 모색해왔지만, 번번이 잘되지 않았던 탓에 이번 '개콘' 방송 중단을 보는 방송가의 시각은 생각보다 담담하다. "할 만큼 했다"는 반응이다.

공희정 대중문화평론가는 14일 통화에서 "시대의 변화인 것 같다. 최근 희극인들도 예능인화가 됐다. 제작자 입장에서도 코미디 프로그램의 변화와 발전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짚었다.

그는 이어 "공영방송 KBS라서 '개콘'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만으로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며 "이 시대 희극 프로그램이 어떤 역할을 어떻게 할 건지 고민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도 "무대 개그가 요새 시대에는 안 맞는 부분이 실제로 많다"며 "'개콘'이 어떻게든 명맥을 이어보려 했지만, 이 상황으로 유지하는 게 맞냐는 얘기는 분명히 나왔다"고 공감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역사가 오래됐는데 사라지면 코미디계 타격은 매우 클 것"이라면서도 "유지하자니 돌파구도 안 보이고 시청률, 화제성도 떨어지다 보니 도저히 추가적인 동력을 찾을 수 없어 종영하는 것 같다"고 했다.

◇ 기반 잃은 개그맨들 "공개 코미디 말살…마음 아파"

냉정하게 보면 폐지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반응이 많지만, 당장 '개콘' 무대가 기반 그 자체였던 개그계는 선후배를 막론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예능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몇몇 인기 개그맨을 제외하면 신인 등 다수는 생계가 곤란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대학로 등 오프라인 공연의 형편도 좋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후배들 대신 그 마음을 대변해주면서도 앞으로 코미디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는 선배 개그맨들도 많았다.

전유성은 "MBC, SBS가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을 없앤 상황에서 KBS마저도 없어지니 안타깝다"면서도 "요새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프로그램이 만들어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는 후배들을 향해서는 "등용문이기도 하고, 실질적인 주 수입원이기도 했다"며 "몇몇 얼굴이 막 떠오른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도 "이제 시대가 바뀐 만큼 유튜브 등 방송사 말고도 개그를 할 곳은 많다. 잘 활용해서 각자도생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서승만은 "정말 마음 아프다. 이제 지상파에서는 '개콘'만 남았었는데 그게 중단된다니, 코미디를 말살하는 것도 아니고 문제가 심하지 않나 생각한다. 몇백 명 되는 개그맨들이 있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이 부분에 대해 "개그의 산실이자 터전인 '개콘' 종영 후에도 터전을 마련해주는 게 공영방송의 역할이자 의무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KBS는 이와 관련해 출연진은 '개콘' 휴식기 유튜브에서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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