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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멋따라] 일부 낚시인·어부들의 이해 못 할 '물고기 학살'

송고시간2020-05-09 11:00

법조계·동물단체 "명백한 동물학대로 법 저촉"

(서울=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자신이 잡으려던 물고기가 아니면 이렇게 마구잡이로 학살해도 되나요?"

지난 주말 충남 당진의 대호만 지역에서 낚시하던 유철무 씨는 물가에서 물고기 썩은 냄새가 코를 찔러 주위를 둘러보다 깜짝 놀랐다.

블루길 수십 마리가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채 썩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호숫가에서 썩고 있는 물고기들 [독자 유철무 씨 제공]

호숫가에서 썩고 있는 물고기들 [독자 유철무 씨 제공]

유씨는 "주변 수초가 정리된 것을 보니 장시간 대낙(붕어나 잉어 낚시)을 하던 사람들이 붕어나 잉어가 나오지 않고 엉뚱한 물고기나 나오자 버린 듯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낚시인 최모 씨도 최근 경기도 평택시 현덕면 일대 아산호에서 낚시하던 중 물고기가 썩으면서 나는 악취에 주위를 살펴보다 배스 수십 마리가 버려진 것을 발견했다.

일부는 주둥이가 주변 나뭇가지에 꿰인 채 걸려 있었고, 심지어는 머리 부분이 훼손된 경우도 있었다.

최씨는 "이 지역에서는 어부들이 자신이 잡고 싶었던 잉어나 붕어 등 대상 어종이 나오지 않자 화풀이로 죽여버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때때로 죽은 물고기가 온 나무에 다 걸려 '죽은 물고기 트리'처럼 된 것을 본 적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블루길이나 배스 등은 환경부가 지정한 생태계 교란 생물은 맞지만, 주변에 악취를 풍기면서 마구잡이로 주변에 버리는 것은 쓰레기 투기나 마찬가지라는 것이 낚시인들의 중론이다.

나무에 내걸린 배스 [독자 제공]

나무에 내걸린 배스 [독자 제공]

원하는 어종이 아니라는 이유로 목숨을 뺏기는 것은 유해 어종뿐만이 아니라, 토종 어류도 마찬가지다.

금강 변 등지에서는 쏘가리를 잡으려다 강준치나 끄리 등 다른 토종 어류들이 줄줄이 잡히자 수십 마리의 물고기를 그 자리에 버리고 자리를 뜨는 일도 흔하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물고기 학살'이 한두 해 벌어진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배스나 블루길 같은 교란종 이외에도 누치나 끄리, 강준치 등이 닥치는 대로 떼 죽임을 당하는 것은 한국인들의 잉어와 붕어에 대한 뿌리 깊은 애정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옛날부터 한겨울 몸이 아픈 노모를 위해 효자가 얼음을 깨고 들어가 잉어를 구해다 달여 어머니를 낫게 했다는 식의 설화는 지역마다 전해져 내려올 만큼 잉어와 붕어에 대한 우리 선조들의 사랑은 남달랐다.

금강변에서 누군가가 버린 것으로 보이는 토종 물고기 누치 사체를 프로낚시인 박정 씨가 수거하고 있다. [사진/성연재 기자]

금강변에서 누군가가 버린 것으로 보이는 토종 물고기 누치 사체를 프로낚시인 박정 씨가 수거하고 있다. [사진/성연재 기자]

잉어와 붕어에 대한 사랑은 반대로 다른 어종을 떼죽음시키는 야만스러운 관행 또한 함께 키워왔다.

이처럼 물고기를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죽이거나 잔인하게 떼죽음시키는 행위에 대해 사회 일각에서는 도덕에 호소해야 할 사안을 넘어 법 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반려견 동호회인 다음 강사모(강아지사랑모임) 대표인 최경선 박사는 "어류라 할지라도 무자비하게 생명을 뺏는 것은 동물 학대 행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8조에는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주는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를 하거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를 했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조항이 있다.

최진녕 변호사는 "야생동물에게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학대행위를 한 자의 경우 증거가 있으면 처벌받을 수 있는 만큼 잔인한 방법으로 어류를 죽이는 행위를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양식 있는 낚시인들은 더는 이런 야만스러운 물고기 학살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낚시하는 시민연합 김욱 이사는 "매주 낚시터를 찾아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실제로 이런 죽은 물고기들을 많이 본다"면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도 혐오스럽고 비교육적인 모습이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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