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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터무니없이 청구하고 선심쓰듯 깎아준다는 미국의 협상태도

송고시간2020-05-08 11:45

(서울=연합뉴스)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 장기화 우려 속에 미국 측이 또다시 대폭 증액을 향한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처음부터 터무니없는 요구를 주도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 텍사스 주지사를 접견한 자리에서 해외 주둔군 관련 질문이 나오자 기자들에게 방위비 협상에서 한국이 상당한 돈을 내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공식 합의가 아직 없는데도 '증액 합의'를 기정사실로 한 것이다. 이런 협상술은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11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인 지난해 8월 초에도 같은 내용의 트윗을 불쑥 올린 바 있다. 지난달 19일 로이터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도 유사한 방식을 쓴 적이 있다. 목적 달성을 겨냥해 기분 내키는 대로 말하며 상대방을 흔들어 대는 화법이다. 개인 간 상거래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말투인데 하물며 주요 동맹 간 협상에서는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태도다.

제임스 앤더슨 국방부 부차관 지명자도 이날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더 크고 좀 더 공평한 비용 분담"을 거론하며 압박에 가세했다. 미국 정부 고위당국자도 13억 달러(약 1조5천900억원)에 달하는 미국 측 역제안 수치를 확인하면서 이는 "꽤 합리적이다", "최종 제안이다"라며 배수진을 쳤다. 이 당국자는 미국이 너무 많이 내렸고 한국 정부는 아무것도 안 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어이없는 발언이다. 13억 달러는 지난해 분담금 1조389억원과 비교해 50%가량 인상된 규모여서 우리 정부 입장과는 여전히 차이가 큰데도 말이다. 협상이 이렇게까지 어려운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에 있다. 애초에 작년의 5배 수준인 50억 달러라는 비상식적 액수를 내세우더니 마치 선심 쓰는 조금씩 내리는 모양새를 보인다. 양국 협상단이 3월 말 '13% 인상안'에 합의해 타결이 임박한 듯했으나 막판에 이를 뒤집은 당사자도 트럼프 대통령이다. 13% 인상은 작년 인상률 8.2%와 비교해도 훨씬 크다. 일방적으로 책정한 잣대를 '공정'의 기준으로 삼는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는 유감이 아닐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지사 접견 자리에서 한국을 특정하진 않았지만, 미국이 "우방과 적에 이용당해왔다. 이제 더는 아니다"라는 말도 했다. 서로 이익을 얻는 호혜적인 군사 동맹과 협력 관계의 기본 성격을 손쉽게 무시하고 미국이 일방적으로 베풀어 왔다는 기존 인식을 되풀이한 것이다. 미국 측 억지 논리 탓에 한국에서 미군 철수론까지 불거지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다. 미국의 공격적인 태도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협상을 조기에 끝내 성과를 과시하려는 속내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미국 당국이 역제안 수치를 확인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대대적인 여론전의 포석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그만큼 급하다는 얘기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정부는 차분하게 상식과 공정을 기준으로 한 기본 논리를 가다듬어야 한다. 트럼프식 협상에 휘둘리면 이후 다른 사안에서도 언제든 유사한 일이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방주의 태도를 버리고 합리와 상식선상에 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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