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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100일] 전대미문 '육아전쟁'…"아이 돌보는 상황도 재난"

송고시간2020-04-26 08:05

맞벌이 가구 절반 "코로나 돌봄 공백에 고통"…온 가족 '돌봄 순번' 정하기도

여전히 육아는 엄마 몫…24시간 아이들에 매여 '코로나 블루' 겪기도

긴급보육 마치고 하원하는 어린이들
긴급보육 마치고 하원하는 어린이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서울 송파구에 사는 '직장맘' 이미연(37)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바이러스보다 육아가 더 큰 고민이 됐다.

평소 이씨의 6살 아들은 오전 8시까지 집 근처 어린이집에 갔다가 유아 체육학원을 거쳐 시간 연장 어린이집에서 저녁까지 먹었다. 그러고 나면 이씨가 퇴근길에 아이를 데리고 귀가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육아 전쟁'이 시작됐다. 이씨는 2월 중순까지는 아이를 평소처럼 어린이집에 보내다가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자 같은 달 하순에 휴가를 내고 아이를 집에서 돌봤다.

학교와 유치원 개학이 미뤄지는 등 사태가 장기화하자 이씨는 더는 휴가를 쓸 수 없어 3월부터 아이를 충북 충주에 있는 친정에 맡겼다. 하지만 아이가 집에 오고 싶어해 2주 만에 다시 집으로 데려왔고, 재택근무를 하며 아이를 돌봤다.

그러나 집에서 아이를 돌보며 일을 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결국 일주일 만에 포기하고 3월 하순부터는 어린이집 긴급보육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평소처럼 오전 8시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지만, 오후에는 이씨가 휴가를 잘게 쪼개 매일 1∼2시간씩 일찍 퇴근해 최대한 빨리 데려오고 있다.

이씨는 "처음 긴급보육을 이용했을 때는 어린이집에 나오는 아이가 몇 명 없어 불안하고 '이렇게까지 아이를 맡기고 일을 해야 하나'라는 자괴감이 들었다"며 "지금은 그때보다 많은 아이가 어린이집에 나와 위안을 받지만, 초기에는 마음이 안 좋았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방역
어린이집 방역

[연합뉴스 자료사진]

◇ 어제는 친정에 오늘은 이모가…육아에 온 가족이 투입

26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초등학교 긴급돌봄 이용 학생은 전체 초등학생의 4.2%인 11만4천550명으로 3월 2일 이용자(0.9%·2만3천703명)와 비교해 4.8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유치원 긴급돌봄 이용 아동도 3만840명(5.0%)에서 15만6천485명(25.3%)으로 5배 정도로 뛰었다. 온라인 개학이 시작되자 학교나 유치원에 나가는 학생도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영유아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는 여전히 아이 맡길 곳을 찾기 위한 '육아 작전'을 짜는 경우가 많다.

육아정책연구소가 지난달 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의 49.4%는 어린이집·유치원·초등학교 휴업 기간 '돌봄 공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육아 방법으로는 조부모나 친척에게 아이를 맡겼다는 응답이 37.1%였다.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자 그야말로 온 집안이 육아에 투입된 셈이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황모(39)씨의 6살 딸은 올해 2월 어린이집을 수료해 '무소속' 어린이가 됐다. 3월부터 유치원에 다닐 계획이었지만 개원이 한없이 연기돼 어디에도 속하지 않게 된 상황이다.

이때부터 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해 아이의 조부모와 외조부모는 물론 이모 부부까지 총동원됐다. 이제는 양가 집안 어른 모두가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아이를 돌볼 수 있는 날과 그러지 못하는 날을 공유하고 미리 육아 일정을 짜야 하는 신세다.

황씨는 "연세가 많으신 부모님께서 육아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셔서 도우미를 고용할까도 생각했는데, 코로나19 확산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외부인을 집으로 들이기가 너무 부담스러워 고민"이라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에서 5살·7살 아이들을 키우는 워킹맘 이모(36)씨도 2월 말 어린이집 휴원 뒤로는 시가와 친정에 번갈아 가며 아이를 맡기고 있다. 그러나 휴원이 길어지면서 이마저도 힘든 상황이다.

이씨는 "휴원이 길어지다 보니 부모님 체력에도 부담이 되는 게 눈에 보였다"면서 "3일에 한 번씩 재택근무를 하면서 아이를 보고, 남편과 번갈아 연차도 써 가며 어찌어찌 몇 달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생각해보면 바이러스 자체보다도 대책 없이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상황이 재난 같았다"면서 "일을 계속해도 되는지 여전히 고민이 많다"고 했다.

긴급돌봄교실 들어가는 아이들
긴급돌봄교실 들어가는 아이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 맞벌이라도 육아는 엄마 몫…가족 돌봄 휴가 신청 여성이 남성 2배

육아에 온 가족이 동원된다지만 그래도 '육아는 엄마 몫'이라는 인식은 여전하고 현실도 그렇다.

육아정책연구소 설문조사에 따르면 영유아 자녀를 둔 직장인 여성의 42.9%가 아이를 돌보기 위해 무급휴가를 사용했지만, 남성은 8.1%에 그쳤다. 고용노동부 통계를 봐도 가족 돌봄 휴가를 신청한 비율은 여성이 69%로 남성(31%)의 2배가 넘었다.

8살 아이 엄마인 김모(36)씨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3월부터 휴직에 들어갔다. 시가에 아이를 맡기기도 했지만,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남편과 상의 끝에 휴직하기로 했다. 신규 확진자 수가 한 자릿수로 줄어들면서 상황이 안정되고는 있지만, 올해 초등학생이 된 아들의 온라인 개학 상황을 보니 다시 직장에 나가도 될지 의심스러워 막막하기만 하다.

김씨는 "주변 맞벌이 부부들도 엄마가 일을 그만두고 아이들을 전담해 돌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최모(40)씨도 2월 중순 휴직하고 아이를 돌보고 있다. 8살인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때에 맞춰 육아휴직을 쓸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휴직 시기를 조금 앞당겼다. IT 회사에 다니는 남편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를 했지만, 그때도 육아는 주로 최씨 몫이었다.

최씨는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은 원래 엄마랑 같이 입학하는 거라더니 실제로 온라인 개학을 하면서 오전 내내 아이와 함께 수업을 듣고 있다"며 "맞벌이가 많고 돌봄 시스템이 좋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육아는 엄마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엄마와 집에서, 초등학교 '온라인 입학식'
엄마와 집에서, 초등학교 '온라인 입학식'

[연합뉴스 자료사진]

◇ 아이도 부모도 답답…코로나 블루에 온 가족이 스트레스

코로나19 장기화로 우울감이 생기는 일명 '코로나 블루' 현상도 맞벌이 부부들의 고통이다. 한참 뛰어놀고 싶어하는 아이들은 집에만 있어야 해 답답해하지만, 24시간 아이들과 붙어 있어야 하는 부모들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박모(38)씨는 코로나19 확산으로 9살·7살인 두 아이와 사실상 24시간 생활하다 보니 출산 후 육아에 전념할 때 느꼈던 우울감이 다시 찾아오는 느낌이라고 한다. 중학교 교사인 박씨는 코로나19로 방학이 연장되는 바람에 육아를 사실상 떠맡아야 했다.

박씨는 "종일 아이와 있다가 보니 말 잘 통하는 성인과 대화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난주부터 두 아이 모두 학교와 어린이집 돌봄교실에 보내면서 상황이 나아졌지만, 그동안은 감옥 생활을 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온종일 집에만 있는 날이 많아지면서 층간소음 문제도 늘었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의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코로나19 최초 확진자 발생 직전인 올해 1월 19일까지 543건이었던 층간소음 민원이 1월 20일부터 2월 11일까지 963건으로 77.3%나 치솟았다. 육아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코로나 층간소음', '층간소음 매트 시공', '층간소음 팁'과 같은 제목의 글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에 사는 정모씨는 "소음 피해를 받는 아랫집도 힘들겠지만, 종일 아이에게 뛰지 말라고 말해야 하는 부모도 스트레스가 크다"라며 "집 안 구석구석까지 매트를 깔았지만 '나도 노력하고 있다'고 보여주는 정도지 실제 효과는 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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