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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멋따라] '응팔'시대의 추억…제주 신혼여행의 귀환

송고시간2020-04-25 11:00

다급한 신혼부부들, 신혼여행 패키지 '당일 예약'까지

(서울=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올가을 결혼식을 앞둔 예비 신부 박모 씨는 요즘 틈만 나면 모바일 뉴스를 들여다본다.

언제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수그러들지가 궁금해서다.

일생에 한 번뿐인 신혼여행 장소로 스위스를 점찍어뒀지만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그러던 그가 요즘 들어 신혼여행지로 제주도를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

◇ 1980년대 최고의 신혼여행지 제주

'응팔'(응답하라 1988) 시대인 1980년대에는 제주도가 신혼여행지로 가장 주목받던 곳이었다.

대표적인 신혼여행지 가운데 하나였던 설악산이나 경주와 비교하면 몇 배나 비싸기도 했다.

저가항공도 없었던 당시는 제주 가기가 무척이나 힘든 시절이었다.

공항에 도착한 까만 양복 차림의 신랑과 밝은색 드레스를 입은 신혼부부는 택시를 대절해 보통 2박 3일 동안 제주의 명소들을 이곳저곳 다녔다.

카메라도 귀한 시절이어서 신혼부부들은 제주의 택시기사들에게 기념사진 촬영을 맡겨야 했었다. 택시기사들은 값비싼 SLR 카메라를 장만해 신혼부부의 사진을 찍어주고 부수입을 올렸다.

똑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부부가 사진을 찍다 보니 사진을 부쳐주는 과정에서 실수로 엉뚱한 사람의 기념사진이 잘못 배달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오죽하면 1988년 발매된 최성원의 솔로 앨범 1집에 실린 '제주도 푸른밤'이란 노래에서 '신혼부부 밀려와 똑같은 사진 찍기'라고 표현했을까.

제주도로 신혼여행을…[휘닉스 제주 섭지코지 제공]

제주도로 신혼여행을…[휘닉스 제주 섭지코지 제공]

이런 제주도 신혼여행 붐은 제주도 관광산업의 기반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도 신혼여행 시장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1989년 정부의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다. 그래도 몇년간은 제주로 신혼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랬던 제주도 신혼여행이 코로나19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해외여행 자유화 이전으로 돌아간 듯한 분위기다.

해외여행길이 막히면서 신혼부부들이 제주로 행선지를 옮긴 덕분이다.

◇ 제주 특급호텔·풀빌라 인기

제주도로 신혼여행이 몰리다 보니 특급호텔 위주로 신혼여행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제주신라호텔은 신혼 여행객을 겨냥한 '스위트 허니문' 패키지의 4월 판매량이 3월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었다. 5월 판매량은 4월보다 더 늘었다.

제주신라는 1980년대 예식장 분위기로 연회장을 꾸며 '뉴트로' 콘셉트의 사진 촬영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롯데호텔 제주도 2013년 이후로 없어졌던 신혼여행 패키지 상품을 올해 다시 내놓았다.

이 호텔 관계자는 "패키지 예약의 경우 최소 2주 전 예약이 마감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지만 신혼여행의 경우 3일 전 마감되거나 심지어는 급하게 당일 예약을 원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까지 해외 신혼여행의 꿈을 놓지 않고 있다가 급박하게 행선지를 변경한 것으로 짐작된다.

고급 풀 빌라에도 신혼부부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특급호텔 1박의 비용이면 온수 수영장까지 딸린 패밀리룸을 빌려 여유롭게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1985년의 제주 신혼여행 [연합뉴스 DB]

1985년의 제주 신혼여행 [연합뉴스 DB]

구좌읍 종달리의 독채형 리조트인 치앙마이 스파앤풀빌라의 경우 예년에는 거의 없던 신혼부부 여행객이 올해 들어 20%가량 늘었다.

리조트 관계자는 "10명 정원의 패밀리룸을 2명이 예약하겠다고 해서 물어보니 신혼부부여서 깜짝 놀랐다"면서 "패밀리용 독채를 스위트처럼 여유롭게 쓰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말했다.

◇ 신혼여행 패키지 출시도 잇따라

휘닉스 제주 섭지코지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신혼부부에게 다양한 특전을 제공하는 '로맨틱 허니문 패키지'를 출시했다. 휘닉스 제주 섭지코지의 5월 예약률은 만실에 가깝다.

소노캄 제주리조트도 조식과 와인 세트 등이 포함된 1박에 10만원대 중반(최저가 기준)의 중저가 허니문 패키지를 내놨다. 추가 옵션으로 페이셜 테라피, 메탈액자 인화서비스, 리조트 내 사진 촬영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제주 포도호텔도 올인클루시브 성격의 프리미엄 '로맨틱 허니문' 패키지를 선보이고 있다. 허니문 콘셉트로 꾸며낸 특별한 객실을 제공하고 디럭스룸 2박에 조식 2회, 중식 3회 등 산해진미를 맛볼 수 있는 풍성한 식사를 마련했다.

WE호텔 제주는 신혼부부를 위한 '스윗&스윗 허니문 패키지'를 '슬림'과 '프리미엄' 2가지 타입으로 구성해 2연박 패키지로 선보였다. 복합리조트 제주신화월드도 개관 3주년을 기념해 신혼부부를 위한 '스위트 & 러브 패키지'를 내놨다.

이런 분위기에 대해 제주관광공사 문성환 본부장은 "코로나19로 해외가 신혼여행지에서 빠지면서 제주를 찾는 신혼부부들이 많이 늘었다"며 "코로나19가 누그러지지 않는 한 이같은 상황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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