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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미국서 중국 상대 코로나 소송…배상 받을수있나?

송고시간2020-04-22 18:04

'주권국은 타국법정의 피고될 수 없다' 국제법 원칙 적용여부 주목

미국인 코로나 피해와 중국정부 행위간 인과관계 규명도 숙제

뉴욕타임스 등 미국언론, 승소에 비관적인 전문가 견해 소개

에릭 슈미트 미국 미주리주 법무장관
에릭 슈미트 미국 미주리주 법무장관

[AP.연합뉴스.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김예림 인턴기자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미중 간의 국제 소송전으로까지 비화할지 모를 상황이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에릭 슈미트 미국 미주리주 법무장관이 21일(현지시간) 중국의 코로나19 대응 부실과 관련해 중국 정부 상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주 지방법원에 냈다.

중국 정부는 부인하고 있지만 코로나19는 우한(武漢)에서 발원했다는 게 국제사회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게다가 중국 정부가 사태 초기에 정보를 통제하고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에 일정한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런 '중국 책임론'과 관련, 미국과 인도 등의 변호사들이 대 중국 손해배상 소송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외신을 통해 알려진 바 있지만 당국 차원에서 구체적인 행동이 이뤄진 것은 처음이라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미국 사법부가 어떤 판단을 하느냐에 따라 코로나19의 타격을 받은 전 세계 각국이 유사 소송에 나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연 감염병 사태와 관련, 일국의 법원이 다른 나라 정부에 법적 책임을 물릴 수 있을까?

우선 '주권국가는 다른 나라 법정의 피고(피고인)가 될 수 없다'는 국제법 원칙인 `주권면제(sovereign immunity)'을 절대시하는 관점에서 논하자면 이번 미주리주의 소송은 각하(소송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재판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 결정)감이다.

그렇지만 미국은 국내법으로 '주권면제'에 일정한 제한을 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976년 외국주권면제법(FSIA·Foreign Sovereign Immunity Act) 제정을 계기로 미국에서는 어떤 사안이 주권면제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미국 행정부가 아닌 사법부가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이 법 제정 이후 미국 의회는 타국이 미국에서 행한 상업적 활동, 테러행위 등에 대해 예외적으로 주권면제를 적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법제화했다.

오토 웜비어 사건에서 북한 정부에 배상명령을 내린 미 법원의 판결도 그에 따라 가능했다.

북한 여행 중 정치 포스터를 훔치려 했다는 이유로 노동교화 1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혼수상태로 풀려난 후 사망한 웜비어의 유족이 북한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은 재작년 12월 5억113만 달러 배상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 사태와 관련, 주권면제의 예외가 미국 법원에서 인정될지는 미지수다. 감염병 확산에 대해 특정 국가의 배상 책임을 추궁한 전례가 거의 없었던 터라 사안에 딱 들어맞는 법조문이 있을지 불확실한 것이다.

국가면제 문제를 연구해온 신희석 '전환기 정의 워킹그룹(TJWG)' 연구원은 2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과거 주권면제는 예외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19세기 말 이탈리아, 벨기에 판례에서 상업적 사안에 예외가 인정된 것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전쟁범죄, 반인도범죄 등 중대 인권침해에 대해서도 예외를 인정하는 판례들이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신 연구원은 이어 "미국은 의회 입법을 통해 주권면제의 예외 영역을 테러 지원 등에까지 넓혀왔다"면서도 "전염병 확산 은폐를 이유로 외국 정부를 제소하는 것은 새로운 케이스"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주권면제 문제를 돌파하더라도 코로나19와 관련한 미국 국민들의 피해와 중국 정부의 행위 사이에서 인과관계를 실체적으로 규명하는 난제가 남는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외교부 조약국장 출신의 국제법 전문가인 임한택 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는 22일 "국가면제 문제를 넘어서서 중국에 배상 책임을 물리려면 발병 원인과 인명 희생이라는 인과관계 사이에서 중국이 사전 통보 등 국제협력 의무를 위반함으로써 국제책임이 중국에 귀속된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중재 전문인 김갑유 변호사는 "불법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즉 미국에 거주하는 사람이 피해를 본 것이 중국 정부의 잘못에 의한 것인지, 중국 정부에 고의성이 있었는지 등이 쟁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에서는 '주권면제' 원칙 등으로 인해, 미 측의 승소가 불투명하다는 전문가들의 예상이 소개됐다.

USA투데이와 인터뷰한 조너선 털리 조지워싱턴대 법학교수는 "FSIA는 미국에서의 대다수 소송에서 각국에 포괄적인 주권 면제를 제공한다"며 "예외는 매우 적고 좀처럼 미국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의 취재에 응한 캘리포니아 주립대의 시멘 케이트너 법학교수는 "미국 법원들은 나쁜 정책 결정을 이유로 낸 외국 정부 상대 소송에서 판결을 내릴 수 없다"며 "그 나쁜 정책 결정이 재앙적 결과를 가져왔다 할지라도 그러하다"고 말했다.

식수행사 참석해 손 흔드는 시진핑
식수행사 참석해 손 흔드는 시진핑

(베이징 신화=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일 베이징 다싱구에서 열린 식수 행사에 마스크를 쓰고 참석, 손을 흔들고 있다. 이날 리커창 총리 등 중국 최고지도부와함께 행사에 참석한 시 주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 이후의 생활질서 회복 등을 강조했다.
ymarsha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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