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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비 내면 빈손" 지하철 단축 운행에 울상인 대리기사들

송고시간2020-04-18 09:15

"도심∼외곽 두어 번 다니면 밤 11시 넘어 이동수단 끊겨"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권선미 정성조 김솔 기자 = 대리운전 기사 손모(42)씨는 지난 2일 밤 집에 가려다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보통 때였다면 서울 사당동 집 근처를 목적지로 하는 손님을 마지막으로 데려다주고 일을 마쳤겠지만, 요즘 손님이 없어 경기도 안산에 가는 손님을 태웠던 게 화근이 됐다.

오후 11시 30분께 경기도 안산에서 집에 가는 막차를 타려고 전철역에 가니 벌써 운행이 종료됐다는 안내만 나오고 있었다. 한참을 고민하다 다른 기사와 함께 택시를 탔는데 요금만 2만원이 나왔다. 못 버는 날에는 종일 일해도 3만원밖에 손에 못 쥐는 손씨에게는 속 쓰린 일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속에 서울시는 이달 1일부터 지하철 막차 시간을 기존 오전 1시에서 자정까지로 1시간 단축했다. 승객이 급감하기도 했고,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에 발맞추는 취지에서 나온 정책이다.

이런 지하철 단축 운행이 대리기사처럼 생업 때문에 막차 시간까지 지하철을 타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뜻밖의 이중고가 된다.

경기 성남시 수정구에 사는 대리운전 기사 허모(55)씨는 18일 "전에는 하루에 10콜 정도 받았는데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2∼3콜 정도 받는다"며 "지하철 운행 시간이 짧아졌지만, 그렇다고 택시는 꿈도 못 꾸고 광역버스 요금도 부담된다"고 말했다.

대리운전 기사들에게 지하철 막차 시간이 중요한 이유는 서울 도심으로 몇 번 들어올 수 있는지가 그날 벌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통상 손님을 태우면 도심에서 서울 외곽이나 시외로 가지만, 다음 손님은 다시 도심에 가야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늦은 밤 신촌이나 강남 등 번화가에 적은 비용으로 가장 빠르게 돌아가는 방법은 지하철을 타는 것이다.

저녁부터 두어 차례 운행하면 시간은 밤 11시를 훌쩍 넘긴다. 최근에는 이때 마땅한 이동수단이 없어졌다는 게 대리운전 기사들의 설명이다.

서울 화곡동에 사는 대리기사 윤모(56)씨는 "대리운전 콜이 제일 몰릴 때가 자정 전후"라며 "대리운전 기사에게는 시간이 생명이기 때문에 지하철 막차가 특히 중요하다"고 했다.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위원장은 "정 안 되면 택시라도 타야 하는데, 먼 거리를 혼자 타기는 부담이 되니 몇 명이 모인다. 그러면 또 사람 모으는 데 시간이 든다"며 "기사들이 지하철 운행 단축에 큰 영향을 받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하철 막차를 매일 같이 타는 사람들은 대리운전 기사만이 아니다.

성남이 집이지만 인천 연수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57)씨도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한 푼이 아쉬운 터라 식당 영업을 늦게까지 하는 상황에서 집에 가는 저렴한 교통편이 사라진 셈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평소에는 오후 11시 넘어 영업을 끝내도 버스를 타고 교대역으로 갔다가 지하철을 타면 됐는데 막차 시간이 단축돼 여의치 않게 됐다"고 말했다. 4월 들어 출퇴근 시간이 아까워 가게에서 쪽잠을 자고 있다는 김씨는 당분간 지금의 생활을 이어갈 수밖에 없게 됐다.

fortuna@yna.co.kr, xing@yna.co.kr, s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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