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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원의 헬스노트] "바보같고, 코가 뭉툭해"…의사협회장의 '사적인 대화'

송고시간2020-04-14 06:03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스튜디오가 이것보다 10배는 큰 것 같아요. 거기서 두사람 앉아서 얘기를 하는데. 바보 같애. 앵커 하는 애가. 코는 뭉툭해가지고…."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가운데 국민적인 주목을 받는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온라인 기자회견을 시작하기에 앞서 출연진과 나눈 대화 중 일부분이다.

그는 13일 의사협회에서 '코로나19 대응 관련 온라인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 기자회견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의료계 전문가들의 관점에서 투표장 방문에 따른 코로나19 감염 예방행동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문제는 최 회장이 정식 방송 시작 전에 아나운서와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최 회장은 방송 시작 전에 나눈 대화가 녹화돼 유튜브에 공개된 줄은 몰랐던 것처럼 보인다. 방송 제작진의 실수였을 수도 있다.

대한의사협회 온라인 기자회견
대한의사협회 온라인 기자회견

[유튜브 녹화 영상 캡쳐 자료사진]

그는 이 방송에서 "(내가 갔던) 스튜디오가 이거(의사협회 스튜디오)보다 10배는 큰 것 같다"면서 해당 스튜디오에서 방송을 진행한 앵커 등에 대한 품평을 시작했다. "바보 같다"라거나 "코는 뭉툭해가지고" 등의 표현이 이 과정에서 튀어나왔다. 방송에서 해당 앵커가 누구인지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누가 들어도 특정인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으로 비치는 대목이다.

그러면서 최 회장은 "(이 앵커가) 계속 공격적이고, 어디 꼬투리 잡아낼 거 없나…" 등의 발언을 이어가다 기자회견 1분 전이라는 신호가 나오자 관련 대화를 중단했다.

최 회장의 이런 발언이 담긴 유튜브 영상은 연합뉴스의 취재가 시작되자 비공개로 전환됐다.

대한의사협회 온라인 기자회견

[대한의사협회 유튜브 녹화 영상]

최 회장의 발언은 '사적인 대화'라는 점에서 볼 때 큰 문제가 아닌 것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실제로 최 회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사적인 대화여서 문제 삼을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 회장은 의사이면서, 의사협회가 스스로 인정한 '공인'(公人)이 아니던가.

최근 진보성향 매체 대표가 최대집 회장의 집무실에 갑자기 들이닥쳐 욕설하고 고성을 지른 뒤 이를 영상으로 제작해 물의를 일으켰을 때 의사협회는 "의협 회장이 공인이라서 백번 양보한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불급설(駟不及舌)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네 마리 말이 끄는 수레도 사람의 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말이다. 한번 내뱉은 말은 되돌릴 수 없으니 말할 때는 신중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선조들은 이외에도 구화지문(口禍之門,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 된다), 근언신행(謹言愼行, 말을 삼가서 하고 행동은 신중하라), 삼사일언(三思一言, 세 번 신중히 생각하고 한번 조심히 말하라) 등 사자성어로 평소 말조심을 신신당부했다.

지금 우리나라는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신종 감염병으로 국난(國難)과 다름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그나마 국민의 참여와 의료진들의 고군분투로 이제야 환자가 줄어드는 '희망'이 보이는 시점이다. 그러기에 국민들도 의사들에 대한 응원이 일상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사적이든, 공적이든 공개적인 자리에서 특정인을 두고 바보 같다고 말하는 대한의사협회장의 태도는 국민의 눈높이와 기대에 맞지 않는다. 의사협회장은 13만 의사를 대표하는 이익단체 수장이기에 앞서, 코로나19 방역의 한 축으로서 국민 건강에 큰 역할을 해야 할 사람이기 때문이다.

설사 그의 언사가 의도치 않은 실수로 일반에 공개됐다고 할지라도, 그가 수장으로 있는 의사협회의 공식 유튜브 영상으로 포장된 이상 이미 '사적인' 수준을 넘어섰다고 보는 게 옳다.

의사협회는 이번 발언에 대해 사과 한마디 없이 영상을 비공개하는 것만으로 실수를 덮으려 해서는 안된다. 최 회장의 해명처럼 사적인 대화가 유출된 정도라고 본다면, 그에 맞게 사과하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의사협회장이 이제라도 자신의 발언과 행동을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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