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팩트체크] 코로나로 문닫은 상인들, 월세감액 제도 없나?

송고시간2020-03-28 09:00

전지구적 재난속에 영업 사실상 중단…소득 없는데도 월세는 내야

민법과 상가임대차보호법상 '차임증감청구권'으로 감액 청구 가능

코로나 불황속 임대료 내리기…'착한 건물주'도 등장 (CG)
코로나 불황속 임대료 내리기…'착한 건물주'도 등장 (CG)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대전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구청에서 '영업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공문을 받고 사실상 영업을 중지했다.

당장 수입이 끊겨 생활비도 감당하기 힘든 상황인데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노래방 영업이 중단됐는데도 임대차계약을 그대로 유지할 수밖에 없어 건물주에게 매달 수십만원의 임대료를 내야 했던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수익이 줄어든 상인들이 고액의 건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폐업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자칫 자영업 연쇄부도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감에 영세 상인 등을 대상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임대료 삭감' 등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부 건물주들이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인하하거나, 지자체들이 지역 상인을 대상으로 임대료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으로 모든 국민이 피해를 보는데 정작 건물주에게만 기존 임대료를 고스란히 보장해주는 것이 정의인가?"라거나 "사정이 변경된 만큼 임대료를 재조정해 감액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등의 반응이 나온다.

그렇다면 국가적 재난으로 인해 영업소득이 줄었다는 이유를 들어 임대인과 임차인이 합의한 임대료를 강제로 감액하는 것이 가능할까?

일단 임대차 계약의 내용은 한쪽 당사자가 상대방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바꿀 수는 없다. 계약으로 체결된 임대료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모두 동의한 경우에만 재조정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이번 코로나19 사태처럼 갑작스러운 경제사정의 변화로 기존에 합의한 임대료가 더 이상 사회적으로 적절한 수준이 아닌 것으로 인정될 경우엔 사정이 달라진다.

법률전문가들은 이 같은 경우에는 임차인이 민법상 권리인 '차임증감청구권(借賃增減請求權)'을 활용해 임대인을 상대로 임대료 감액을 요청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민법 628조는 '임대물에 대한 공과부담의 증감 기타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인해 약정한 차임이 상당하지 않게 되면 당사자는 장래에 대한 차임의 증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상가임대차보호법 11조에도 동일한 규정이 있다. 경제사정의 변경 등을 이유로 이미 합의해 놓은 임대료를 증액하거나 반대로 감액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차임증감청구권은 임차인이 임대인을 상대로 일방적으로 요청만 해도 법률효과가 즉시 발생하는 '형성권'이기 때문에 코로나19 사태로 갑자기 자금난에 빠진 영세 상인들에게 즉각적인 도움이 될 전망이다.

상가임대차 사건 전문가인 나승철 리만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2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차임증감청구권은 형성권으로 당사자가 청구만 하면 바로 효력이 발생한다. 이 규정을 이용해 영세상인들이 건물주를 상대로 임대료 감액을 청구하면 된다"며 "건물주에게 다음달부터 월세를 감액해 내겠다고 내용증명을 보내면 된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상가 임대료 조정 지원행정 촉구'
'정부의 상가 임대료 조정 지원행정 촉구'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26일 오전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코로나 경기침체로 인한 상가임대차 상생 호소 및 정부ㆍ 지자체의 임대료 조정 지원행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0.3.26 mjkang@yna.co.kr

다만 건물주가 이에 동의하지 않고 소송을 낼 경우엔 법원 판단으로 임대료 재조정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소송결과 임대료 재조정이 옳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임차인이 감액을 최초로 청구한 때부터 임대료가 조정된 것으로 간주된다. 대법원은 1974년 판결에서 "차임증감청구가 상당하다고 인정되면 그 효력은 재판시가 아니라 그 청구시에 곧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고, 그 청구는 재판 외 청구라도 무방하다"고 판시한 후 동일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재판이 진행되는 중에는 본래의 임대료를 내야 해 신속한 임대료 감액이 필요한 상인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임대료 지급을 중단하는 방법을 활용하면 된다. 나 변호사는 "이 경우 월세가 3개월 이상 연체되더라도 계약을 해지할 수 없도록 하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면 된다"며 "이후 본안소송에서 구체적인 적정 임대료를 감정 받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임대료 재조정이 적절한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4가지 요건을 판례를 통해 마련해 놓은 상태다. 그것은 ▲ 계약 당시 기초가 됐던 사정이 현저하게 변경됐을 것 ▲ 사정변경을 당사자들이 예견하지 않았고 예견할 수 없었을 것 ▲ 사정변경이 당사자들의 책임 없는 사유로 발생했을 것 ▲ 당초의 계약 내용을 유지하는 것이 신의칙상 현저히 부당할 것 등이다.

위 4가지 요건 하에서 법원은 차임증감을 못하게 하는 특약이 있는 경우에도 청구 권리를 인정한 바 있다.

대법원은 1996년 판결에서 "당사자들이 차임을 증액하거나 감액하지 않겠다는 특약을 맺었더라도 그 약정 후 특약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한다고 인정될 정도의 사정변경이 있는 경우에는 차임증감청구를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서 임대료를 임대인만 올릴 수 있고 임차인은 내릴 수 없도록 약정한 사건에서 법원은 '강행규정을 위반한 약정이므로 효력이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며 "코로나19와 같은 중대한 경제사정의 변경이 있다면 계약내용과 상관없이 임대료 감액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팩트체크팀은 팩트체크 소재에 대한 독자들의 제안을 받고 있습니다. 이메일(hyun@yna.co.kr)로 제안해 주시면 됩니다.>>

hyun@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
댓글 많은 뉴스

CID : AKR20170902024900001

title : 與 "한국당, 보이콧 선언하면 범죄자·적폐세력 비호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