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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너 음악은 어떻게 부활했는가

송고시간2020-03-24 11:10

이용숙 '바그너의 죽음과 부활' 출간

바그너의 죽음과 부활
바그너의 죽음과 부활

[모노폴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클래식 공연계에서 리하르트 바그너만큼 논란에 휘말린 작곡가도 드물다.

그는 오페라 변방이던 독일을 단번에 오페라 중심지로 변화시켰고, 오페라를 단순히 음악이 아닌 극으로 승화했다. 관객에게 최면을 거는 듯한 선율, 금관악기의 압도적인 화려함, 불길하고 음산한 현의 소리는 관객들을 드라마 속으로 끌어들였다. 후배인 생상스, 마스네, 푸치니는 모두 바그너의 자장 안에 있었다. 당대의 라이벌이었던 주세페 베르디와의 격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커져만 갔다.

하지만 찬란했던 빛만큼이나 음영도 짙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바그너는 예술계 지탄을 받았다. 작품 면면에 도사린 반유대주의와 독일 민족주의 때문이다. 홀로코스트를 극복하려는 독일 지식인들에게 바그너는 혐오의 대상이 됐다. 게다가 그의 작품 속에서 흔히 보는 남성중심주의, 뒤틀린 성적 욕망은 현대성과 어울리지 않았다. 바그너 음악의 위상은 날개 없이 추락했다.

오페라 평론가 이용숙의 '바그너의 죽음과 부활: 음악극 연출을 통한 작품의 재탄생'은 바그너 음악의 추락과 부활을 학술적으로 밝힌 연구서다. 저자의 서울대 박사 논문 '바그너 파르지팔의 레지테아터 연구'를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읽도록 다시 썼다.

저자는 최근 수십 년간 '레지테아터' 스타일의 연출이 주목받으면서 바그너가 다시 주목받는다고 주장한다. 레지테아터(Regietheater)란 연출가와 극의 합성어로, 연출가의 작품 해석이 전체 공연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연출가가 극의 시대와 배경 설정, 내용까지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연출가 중심의 무대를 뜻한다. '저자의 죽음'을 주장한 롤랑 바르트 개념이 등장한 후 주로 1970년대부터 유럽을 중심으로 등장한 연극 운동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제 유럽 오페라 무대에선 가창력만의 능사가 아니다. 오페라 가수는 무대에서 달리고, 구르고, 드러누워서 노래해야 한다. 반라 또는 전라로 무대에 등장하기도 한다. 첨단 과학기술인 애니메이션과 홀로그램, 모노크롬 동영상이 오페라에 활용된다.

연출가들은 사회변화상에 맞춰 바그너 원작을 현대적으로 고치고 있다. 예컨대 러시아 연출가 드미트리 체르냐코프는 2015년 베를린 국립오페라에서 선보인 '파르지팔'에서 바그너 원작에서 보이는 마법과 주술을 지워버렸다. 성배 기사 집단도 사이비 종교집단으로 설정해 바그너 원작의 기독교적 성격을 희화화하면서 종교집단의 광신적, 배타적 특징을 강조했다. 2016년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는 연출가 우베 에릭 라우펜베르크가 당시 유럽 사회에 가장 뜨거운 이슈였던 난민 문제를 '파르지팔'에 담기도 했다.

저자는 페터 콘비츠니, 스테판 헤르하임 등 유명 오페라 연출가들 작품을 분석하며 현대사회의 변화상을 포착해 이를 오페라에 녹인 '레지테아터' 연출가들의 노력 덕택에 바그너 작품이 다시 주목받는다고 주장한다.

모노폴리. 210쪽. 2만2천원.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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