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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보다 실직이 더 두렵다"…벼랑 끝에 선 비정규직

송고시간2020-03-19 06:01

대구 고향 집 갔다고 '나오지 말라'…장사 안된다며 '쉬어라'

노동인권센터 "일상적인 차별…재난 상황조차 사회 관심 밖"

비정규직 근로자(PG)
비정규직 근로자(PG)

[제작 이태호 일러스트]

(대구=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부산의 한 제조업체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30대 후반 A씨는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던 지난달 고향 대구를 찾았다.

휴일을 이용해 고향 집에 온 A씨에게 회사는 '당분간 출근하지 말라'고 주말 저녁 전화로 통보했다.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적 없는 A씨는 억울함조차 호소하지 못하고 '다시 출근하라'는 연락만 기다린다.

회사가 입금한 지난달 월급은 각종 수당을 뺀 기본급 수준이었다.

경북 경산시에서 장애인활동지원사로 일하는 50대 후반 B씨는 함께 일하는 동료의 가족 중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격리 생활에 들어갔다.

정해진 급여 없이 일한 만큼 시급을 받는 B씨는 하루아침에 수입이 끊겼다.

그가 버는 돈은 많지 않은 금액이지만 가족의 유일한 생계수단이다.

경주시 한 식당의 종업원인 50대 초반의 C씨는 코로나19 사태로 손님들 발길이 뚝 줄면서 '2주만 쉬라'는 연락을 받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휴업에 들어간 음식점
코로나19 확산으로 휴업에 들어간 음식점

[연합뉴스 자료사진]

2주가 지나도 식당 사정이 달라지지 않자 휴직은 한정 없이 연장됐다.

C씨가 일한 식당은 5인 미만 사업장에 속해 휴업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코로나19 사태가 서민경제를 덮치면서 비정규직 근로자가 벼랑 끝에 내몰린다.

사면초가에 놓인 세 노동자의 처지는 경북노동인권센터가 잇달아 상담한 고충 사례다.

경북노동인권센터에는 하루 2건 안팎의 상담 전화가 걸려오는데 지난달부터 대부분 문의가 코로나19에서 시작한다.

일부 비정규직 근로자는 "감염병보다 실직이 더 두렵다"며 보건 당국의 자가 격리 권고를 어기면 어떤 처벌을 받느냐며 하소연을 늘어놓기도 했다.

잠복기를 고려한 2주 안팎의 격리 기간 회사가 '책상'을 남겨둘 리 없다는 불안감이 건강 걱정을 앞섰다.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근로자도 고용 형태에 따라 코로나19 고민의 출발점이 달랐다.

코호트 격리(동일집단격리)에 들어간 병원의 비정규직 근로자는 하나같이 '집단감염'보다 '대량해고' 가능성에 더 큰 심리적 공포를 느낀다고 토로했다.

일감을 기다리는 배달 노동자
일감을 기다리는 배달 노동자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으로 배달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도 비정규직 희비는 엇갈렸다.

음식, 생필품과 거리가 먼 사무용품 등을 배달하는 노동자가 재택근무 확산으로 소득원을 완전히 잃었다고 경북노동인권센터는 설명했다.

센터는 일련의 사연이 차별에 일상적으로 노출된 비정규직 근로자가 재난 상황에서조차 사회적인 논의 바깥에 머물러 있음을 증명한다고 강조했다.

김용식 경북노동인권센터 활동가는 "평상시에는 그랬다고 하더라도 재해가 닥쳤다면 모든 예외 규정을 없애 비정규직 같은 약자를 정부가 우선 보호해야 한다"고 19일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지원정책이 소상공인, 자영업자, 소규모 개인사업자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비정규직 근로자는 되려 더 소외당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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