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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국에 읽으니 몰입 잘돼"…카뮈 '페스트' 읽는 사람들

송고시간2020-03-14 09:05

코로나19 사태 속 전염병 다룬 문학·영화 인기

카뮈 '페스트'
카뮈 '페스트'

[촬영 정래원]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문다영 기자 = 시민들은 매일 발표되는 사망자 통계를 지켜본다. '양질의 포도주가 세균을 줄인다'는 유언비어가 떠돌아 포도주 판매량이 일시적으로 급증한다. 무대 위 배우가 갑자기 쓰러지자 관객들은 혼비백산하며 극장을 빠져나간다.

1940년대 프랑스령 알제리의 한 중소도시에 전염병 페스트가 확산하고, 시민들이 그에 대응하는 과정을 그린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 속 장면들이다. 70여년 전 출간돼 지금까지 널리 읽힌 작품이긴 하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최근 국내 서점가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일부 서점에는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상황을 그린 소설들만 따로 모아 진열해놓은 서가도 생겼다.

14일 출판·문화계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이 두 달째 확산하는 가운데 전염병을 다룬 각종 소설과 영화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페스트' 해시태그를 달고 올라온 게시물은 지난 일주일 동안에만 300개가 훌쩍 넘었다. 작품 속 상황이 지금의 현실에 비춰 공감이 되는 데다, 시민들이 자가격리나 외출 자제로 집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상대적으로 독서나 영화감상에 시간을 많이 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페스트 해시태그 단 게시물
페스트 해시태그 단 게시물

[인스타그램 캡처]

최근 친구들과 '페스트'를 함께 읽은 취업준비생 구모(26)씨는 "2차 세계대전 직후 쓰인 책이 지금 한국사회 상황과 들어맞는다는 점에서 소름이 돋았다"면서 "질병 앞에서 우리가 느끼는 무력감이 소설에 그대로 표현돼 있어 신기하고 재밌게 읽었다"고 말했다.

끝내 병이 잡히고 도시 봉쇄가 해제되는 과정을 보면서 오히려 희망을 얻었다는 감상도 있다.

대학생 김모(24)씨는 "힘든 상황에서도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의료진과 기자, 신부 등 인물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면서 "대구 근무를 자원한 의료진을 보면서 묵묵히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는 소설 속 인물들과 겹쳐졌다"고 말했다.

그는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분들을 위로하고 싶은 마음에 인스타그램에도 감상문을 올려 봤다"며 "시민들의 연대로 충분히 이 문제를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감기', '눈먼 자들의 도시' 등 전염병 상황을 다룬 영화들도 인기다. 2011년 개봉한 영화 '컨테이젼'은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일명 '코로나 영화'로 불리며 공유되기도 했다.

주부 이모(40)씨는 "아이가 초등학생인데 왜 밖에 나가 놀 수 없는지 납득을 못 하다가 영화를 같이 보고 나서는 마스크를 열심히 쓰고 손도 잘 씻더라"면서 "코로나19로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는 것도 찝찝해진 일상의 변화가 그대로 묘사돼 재밌게 봤다"고 말했다.

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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