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밤새고 대구로 달려간 소방대원 "고개 숙인 확진자 마음 아파"

송고시간2020-03-14 07:00

부산 중부소방서 이성혁 소방교…아내는 부산대학교병원 간호사

"가족이 큰 힘이 되듯이 확진자에게도 사회의 따뜻한 시선 필요"

부산 중부소방서 이성혁 소방교
부산 중부소방서 이성혁 소방교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부산에서 코로나19 환자이송 업무를 하던 중부소방서 중앙119 안전센터 이성혁 소방교는 지난 2일 야간 근무 중 대구 파견 지원자를 모집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소방교는 망설임 없이 자원했고 밤샘 근무를 마친 오전 7시 부산에서 출발해 대구로 향했다.

2시간 만에 도착한 대구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었다.

거리에는 적막감이 흘렀고 텅 빈 도로에는 사이렌 소리만 들렸다.

이 소방교는 "당시 부산도 확진자가 다수 발생하는 등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대구는 훨씬 심각했고 번화가도 대부분 상가가 문을 닫아 활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소방교는 일주일간 계명대 동산병원, 대구 국군병원 등지에서 확진자 이송 업무를 맡았다.

자가격리 중인 확진자를 생활치료센터로 옮기는 임무도 맡았다.

이 소방교는 "확진자들은 하나같이 마스크를 쓰고 비닐장갑을 낀 채 고개를 푹 숙이며 집 밖으로 나왔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구급차에 올랐다"며 "이런 모습을 볼 때 가장 마음에 아팠다"고 말했다.

그는 "확진자들도 어떻게 보면 코로나19의 피해자인데 자신을 바이러스 취급하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해 보였다"고 전했다.

이 소방교는 9살과 7살 아들을 둔 아빠다.

아내는 부산대병원 수술실에서 일하는 간호사로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업무는 아니지만, 호흡기 환자가 자주 찾는 수술실에서 근무한다.

이 소방교는 부산과 대구에서 확진자 이송업무에 선뜻 자원할 수 있었던 데는 가족의 이해와 든든한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소방교가 대구로 떠난 뒤 아내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업무가 더 바빠져 두 아들만 집에 남아있는 날이 많았다.

이 소방교는 대구 파견 임무를 마치고 부산으로 돌아올 때 목이 아파 보건소를 들러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집으로 돌아갔다.

일주일 만에 보는 아이들에게 달려가 안아주고 싶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멀리서만 두 아들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다음 날 아침 보건소에서 음성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받고서야 아들들에게 달려가 볼에 입을 맞출 수 있었다.

이 소방교는 "다소 위험한 일을 하지만 두 아들과 아내에게 자랑스러운 가장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가족이 나에게 큰 힘이 되듯이 바이러스와 싸우는 확진자들에게 우리 사회가 좀 더 따뜻하게 다가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handbrother@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