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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야생동물 거래 금지했지만…"오래된 관습에 실효성 의문"

송고시간2020-03-06 16:39

전문가 "전면 규제하면 음성화로 문제…정부 의지 필요"

보양·손님 접대 문화 여전…중국 전통 약재에도 사용돼 규제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야생동물 거래와 소비 규제에 나섰지만 오랜 관습과 막대한 시장 규모 등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CNN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로나19가 우한(武漢)의 야생동물 시장에서 시작됐다는 보고 이후 중국 전역에는 야생동물 소비나 사육이 엄격하게 금지됐다.

박쥐, 뱀, 천산갑과 같은 야생 동물로부터 인간에 바이러스가 전이됐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중국에는 이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으려면 야생동물 거래를 제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지난달 말 중국은 생태계와 과학·사회적 가치가 중요한 야생 동물의 사육과 소비에 대한 임시 중단 조치를 내렸고, 올해 말 입법화 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부 중단 조치가 효과적일지는 의문이라는 게 CNN의 전망이다.

야생동물을 식용뿐 아니라 전통 약재, 의복, 장신구로 사용하고 심지어 애완용으로도 키우는 등 문화적 뿌리가 깊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첫 발생지로 지목된 화난수산시장
코로나19 첫 발생지로 지목된 화난수산시장

[우한 AP=연합뉴스]

◇ 보양·손님 접대 문화 여전…"잠잠하다 다시 소비할 것"

실제로 중국이 야생동물 거래에 제한을 가한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지난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는 몽구스처럼 생긴 사향고양이로부터 바이러스가 시작된 것으로 발견되면서 거래가 금지됐고, 수많은 개체를 도태시키기까지 했다.

또 당시 광저우(廣州)에서는 뱀 판매가 일시적으로 중단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중국에서는 이러한 야생동물을 재료로 한 음식이 여전히 판매된다.

보건 전문가들은 야생동물 거래가 이번 사태의 재발을 막는 중요한 첫 단추라고 지적한다. 전통 약재에 야생동물의 사용을 제한함으로써 허점을 제거하고 중국의 문화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주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촉발된 우한 수산물 시장에서 생선만 파는 게 아니라 뱀과 너구리, 고슴도치, 사슴을 비롯한 다양한 야생동물을 우리에 가둬 놓고 거래가 이뤄진다.

심지어 손님이 보는 자리에서 도살하는 장면이 담긴 소셜미디어를 캡처해 CNN이 방송하기도 했다.

우한 시장 외에도 중국 전역에 수백개의 유사한 시장에서 다양한 야생동물이 거래되고 있다.

특히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잡혀 온 야생동물들이 밀집된 환경에 놓였을 때 바이러스 발생의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 사스 바이러스 구조를 해독했던 러 푼 홍콩대 바이러스학 교수는 "동물들이 각각의 바이러스를 품고 있다"며 "시장에서 이 바이러스의 종간 전파가 이뤄지면서 바이러스가 증폭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는 야생동물 식용이 보양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공작새 한 마리가 144달러 정도 하기 때문에 손님에게 대접할 경우 특별히 배려했다고 생각하는 정서가 있다.

이 때문에 정부 조치 이후 몇 달 동안은 잠잠하겠지만 결국 다시 소비가 이뤄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中대학 "신종코로나바이러스 박쥐→천산갑→사람 전염" (CG)
中대학 "신종코로나바이러스 박쥐→천산갑→사람 전염" (CG)

[연합뉴스TV 제공]

◇ 수백억달러 시장…종사자도 100만명

이러한 문화적 배경과 더불어 야생동물 시장 규모가 막대하기 때문에 규제가 실효를 거둘지 의문이라고 CNN은 지적했다.

국립 학술단체인 중국공정원의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야생동물 거래 규모가 730억 달러(87조1천400억원)에 달하고 여기에 종사하는 인원도 1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베이징사범대학과 야생동물보호협회가 실시한 2012년 조사에서도 중국 주요 도시 주민 가운데 야생동물을 먹거나 약재, 옷으로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2004년 조사 때보다 약간 떨어진 33%를 기록했다.

그러나 응답자의 52%, 특히 베이징에서는 80% 이상이 야생동물을 소비해서는 안된다고 답해 2004년의 반대 비율(42%)보다 증가했다.

◇ 전통 약재 사용 권장했는데…야생동물 제한 규정 '모호'

야생동물은 식용뿐 아니라 중국 전통 약재에 사용돼 전면적인 금지가 어려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체제에서 전통 중국 약재 활성화를 강하게 추진했고, 시장 규모가 1천300억 달러(154조7천억원)에 이르게 됐다.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전통 약재가 국가와 국민의 지혜를 구현하는 중국 문명의 보물"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사태 이후 금지 조치에도 전통 약재에 사용하는 야생동물에는 예외를 허용했다.

해당 규제가 야생동물 사용을 엄격하게 관리한다는 규정을 넣기는 했지만 관리 방법이나 처벌 규정 등은 모호한 상태다.

베이징사범대 조사에서도 사슴 고기는 식용으로 사용하고, 성기와 피는 약재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곰과 뱀도 식용, 약용으로 모두 활용된다.

◇ "문화 하루아침에 바꾸기 어려워…확실한 규제 의지 필요"

전면 금지 조치를 하게 될 경우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피터 다스자크 에코헬스연맹 회장은 "야생동물 거래를 긴급하게 막을 경우 시골 지역에 암거래 시장이 생겨 정부 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이렇게 음성화되면 다음은 시장이 아니라 시골에서 바이러스 사태가 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 펀 홍콩대 교수는 정부로서는 전면 금지 조치를 취하거나 다른 안전한 선택지를 고르는 방안이 있다고 지적했다.

러 교수는 "야생동물 소비가 문화라면 그대로 유지할 수도 있다"면서도 "그렇다면 정부로서는 위생적인 고기를 공급하거나, 가축화하거나, 검역을 강화하는 방안 등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문화가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은 아니고, 규제가 효과를 발휘하느냐는 정부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aayy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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