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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원량 추모 글 지워진다…비난 거세지자 중국 당국, 검열 강화

송고시간2020-02-09 17:08

'정부 사과해야', '언론자유 주장' 글 대거 삭제…의료계엔 '함구령'

"시진핑 최측근 천이신, '사회 안정' 위해 우한 파견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세상에 알리고 숨진 의사 리원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세상에 알리고 숨진 의사 리원량

(서울=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환자의 존재를 세상에 처음 알린 중국 우한시 중심병원의 의사 리원량. 2020.2.7
[리원량 웨이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신종코로나) 확산을 경고했던 의사 리원량(李文亮)의 죽음이 거센 분노와 비난을 불러오자 중국 당국이 검열 강화로 이러한 분위기를 억누르려고 애쓰고 있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리원량이 사망한 후 중국의 소셜미디어인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 등은 그를 추모하는 분위기에 휩싸였다.

그의 죽음이 알려진 지 불과 몇시간만인 7일 오전 6시 웨이보에서 '리원량 의사가 사망했다'는 해시태그 글의 조회 수는 6억7천만 건에 달했다.

그에 대한 추모 분위기는 곧바로 신종코로나 관련 정보를 통제하려고 한 중국 당국에 대한 비난과 언론 자유를 주장하는 글로 이어졌다.

리원량을 비롯한 8명의 의사는 중국 우한에서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렸다가 오히려 괴담 유포자로 몰려 경찰의 처벌을 받았다.

'나는 언론의 자유를 원한다'는 해시태그 글은 286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으며, 웨이보 등에서는 '우한 정부는 리원량에게 사과하라'는 글 등이 잇따랐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이러한 분위기를 용납하지 않았다.

리원량을 추모하고 언론 자유를 주장하는 글들은 곧바로 당국에 의해 삭제됐으며, 수많은 위챗 계정이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린다'는 이유로 정지당했다. 많은 누리꾼은 계정 폐쇄의 이유마저 듣지 못했다.

중국 소셜미디어 더우반(豆瓣)은 봉쇄령이 내려진 신종코로나 발원지 우한(武漢) 주민들이 자신들의 암울한 상황을 '일기' 형식으로 전하는 코너를 운영했으나, 이 코너도 이유 없이 폐쇄됐다.

중국 의료계에도 '함구령'이 내려졌다.

최근 중국 의사와 간호사들에게는 "어떠한 경우에도 신종코로나와 관련된 얘기를 하지 말고, 웨이신 등에도 관련 정보를 전하지 말라"는 엄명이 내려졌다.

한 의사는 "정보를 통제한다고 해서 전염병을 잘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한탄했다.

의사 리원량 사망 애도하는 시민
의사 리원량 사망 애도하는 시민

(우한 EPA=연합뉴스) 중국 우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처음으로 경고했던 의사 리원량의 임시 추모소가 우한중심병원에 마련된 가운데 한 조문객이 7일 그의 사진 앞에서 머리를 숙이고 있다. jsmoon@yna.co.kr

이러한 검열 강화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지난 3일 당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신종코로나는 정치·사회적 안정과 직결된 문제"라며 "간부들은 온라인 매체를 철저히 통제하고 여론을 이끌어 신종코로나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후 중국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CAC)은 곧바로 행동에 나섰고, 웨이보 모회사 시나닷컴,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 위챗 모기업 텐센트 등을 '감독'했다고 밝혔다.

CAC는 "신종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인터넷 플랫폼 기업과 지방정부가 좋은 사이버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감독 이유를 전했다.

나아가 "규제를 벗어나 독자적인 보도를 한다"는 이유로 많은 온라인 계정을 폐쇄했고, "신종 코로나와 관련해 유해한 동영상을 올려 공포심을 유발했다"는 이유로 소셜미디어 피피 가오샤오를 앱스토어에서 삭제했다.

중국 매체 차이신(財信) 등은 우한의 열악한 의료 실상에 대한 기획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으나, 현재 이러한 기사들은 소셜미디어 등에서 차단된 상태이다.

신종코로나 첫 경고 중국 의사 리원량의 임시 추모소
신종코로나 첫 경고 중국 의사 리원량의 임시 추모소

(우한 EPA=연합뉴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렸다가 '괴담 유포자'로 몰려 당국의 처벌까지 받았던 우한중심병원 의사 리원량이 환자를 치료하다 자신도 감염돼 7일 34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우한중심병원 주변에 마련된 임시 추모소에 그의 사진과 꽃다발들이 놓여있다. ymarshal@yna.co.kr

시 주석은 검열 강화와 함께 자신의 최측근을 우한에 보내 '사회 통제'에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 경제일보의 소셜미디어 계정 '타오란 노트'에 따르면 중국의 사법·공안 계통을 총괄 지휘하는 중앙정법위원회 비서장 천이신(陳一新)이 우한시에 파견돼 신종코로나 대응에 합류하게 됐다.

천이신은 시 주석이 저장(浙江)성 서기를 지낼 당시 직속 부하들인 '즈장신쥔(之江新軍)'의 대표 주자이다. 당시 그는 저장성 당 위원회 부비서장과 판공청 부주임, 정책연구실 주임 등 시 주석의 비서와 책사 역할을 했다.

친첸훙(秦前紅) 우한대 법학 교수는 "우한 내 환자들과 그 가족, 주민들 사이에 분노가 치솟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천이신의 파견이 '사회적 안정'을 위한 것임은 분명하다"며 "우한시 서기를 지낸 그의 경력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왕허쥔도 우한이 있는 후베이(湖北)성 당 상무위원으로 우한에 파견됐다.

정부에 우호적인 여론 조성을 위한 작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당 중앙선전부는 올해의 경제·사회적 목표 달성을 위한 강력한 여론의 지지를 구하고자 300명 이상의 기자를 우한에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은 올해까지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샤오캉(小康)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내놓았으나, 무역전쟁과 신종코로나 확산 등으로 그 목표 달성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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