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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 정수에 염소 쓰면, 발암물질 등 독성 부산물 생성"

송고시간2020-01-29 15:29

미 존스홉킨스대 연구진, 국제 학술지 '환경 과학과 기술'에 논문

발암 물질 BDA 등 여러 종 생성 확인…현재 기술로 정확한 분석 어려워

식수에 든 페놀이 염소와 섞이면 알려지지 않았던 독성 부산물이 많이 생긴다.
식수에 든 페놀이 염소와 섞이면 알려지지 않았던 독성 부산물이 많이 생긴다.

[존스 홉킨스대 마리사 랜터만 제공]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수돗물 등 식수를 살균 처리할 때 가장 흔하게 쓰는 방법은 염소(chlorine) 성분을 섞는 것이다.

미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가 수돗물을 정수할 때 이런 염소 소독 과정을 거치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수돗물에 염소를 넣으면 암을 유발할 수도 있는 독성 부산물이 다량 생성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수돗물 같은 음용수에 이런 독성 부산물이 들어 있다는 게 과학적으로 입증된 건 처음이다.

이 연구를 주도한 존스 홉킨스대의 카르슈텐 프라세 환경 보건·공학 조교수팀은 관련 논문을 국제학술지 '환경 과학과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 연구엔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과학자도 참여했다.

28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20세기 초반부터 수돗물 등에 쓰기 시작한 염소 살균법은 장티푸스나 콜레라 같은 수인성 전염병 예방에 크게 기여했다.

논문의 제1 저자인 프라세 교수는 "염소 살균법이 전 세계에서 수많은 생명을 구했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라면서 "그련데 잠정적으로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는 세균과 바이러스를 죽이는 과정에서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북 고령군 다산면 노곡리의 광역정수장
경북 고령군 다산면 노곡리의 광역정수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염소와 섞여 독성 부산물을 만드는 건 음용수에 많이 든 페놀(phenol)이다.

이렇게 생기는 독성 부산물 중 일부는 장기적으로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연구팀은 경고한다. 게다가 현재의 화학 분석 기술로는 이런 부산물을 찾아내고 분석하는 게 쉽지 않다.

프라세 교수는 "전혀 몰랐던 맹독성(highly toxic) 부산물이 발견됨으로써 어느 정도까지 식수를 염소로 살균해야 하는지 의구심이 일고 있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DNA나 단백질 같은 생체 분자 반응을 토대로 화학 성분을 확인하는 기술을 사용했다.

독성학 분야 실험에 많이 쓰이는 이 기술은, 아미노산 리신(lysine)과 거의 똑같은 리신(N-α-acetyl-lysine)을 투여해 일렉트로필 반응(reactive electrophiles)을 보는 것이다.

일렉트로필은 여러 가지 질병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된 친전자성(親電子性) 유해 화합물이다.

연구팀은 상업용 살균 처리와 비슷하게 다량의 염소를 식수에 섞고 리신을 첨가했다. 그러고 만 하루가 지난 뒤 질량 분석법으로 일렉트로필 반응을 검사했다.

여기서 검출된 화합물이 BDA(2-butene-1,4-dial)와 염화 BDA(chloro-2-butene-1,4-dial)인데, 독성이 강한 BDA는 발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염소로 살균 처리된 식수에서 BDA를 발견한 건 처음이라고 연구팀은 전했다.

물론 이번 연구는 실험실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따라서 실제로 정수 과정을 거쳐 사용되는 식수에도 이런 독성 부산물이 들어 있는지는 후속 연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오존이나 자외선 소독, 단순 여과 등 염소 소독 외의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프라세 교수는 "유럽 등의 나라에선 염소 소독을 잘 쓰지 않는데도 수인성 질병으로부터 안전을 지키고 있다"라면서 "(식수의) 염소 소독이 인간의 건강을 지키는 데 꼭 필요한지, 그리고 어떤 경우에 다른 방식의 접근이 더 좋은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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