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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비상사태로 번진 '우한 폐렴' 공포…방역망 뚫려선 안된다

송고시간2020-01-23 11:48

(서울=연합뉴스)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 기세가 무섭다. 중국에서 500명 이상이 감염됐고 이 중 17명이 숨졌다. 불과 일주일 만에 확진자 수가 10배 이상으로 늘었다. 가위 폭발적이라고 할 만하다. 홍콩, 마카오, 대만 등 중화권과 한국, 일본, 태국 등 인접국뿐 아니라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서도 환자가 발생했다. 중남미의 멕시코, 브라질, 콜롬비아에서는 의심 환자가 나왔다. 중국 당국은 23일 새벽 바이러스 진원인 우한을 사실상 봉쇄하는 극약처방을 발표했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의 악몽을 재연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날 '우한 폐렴'을 국제적 비상사태로 선포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22일 하루에만 중국 24개 성에서 131명이 새로 확진 판정을 받았고, 8명이 사망했다. 수억명이 이동하는 중국 최대 명절 춘제(春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인데 확산 속도가 이 정도라면 앞일은 더 걱정이다. 중국은 이날 '우한 폐렴'을 차상급 전염병으로 지정한 뒤 대응 조치는 최상급으로 높이는 등 총력전을 선포했으나, 너무 늦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우한의 한 해산물 시장에서 시작된 이 전염병의 발생 초기 중국 당국은 '증상이 사스보다 약하다', `사람 간 전염은 안 된다'고 밝히는 등 느슨하게 대응한 것이 사실이다. 확진자 수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관리들이 상부 눈치를 보다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단호 억제' 지시 이후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2003년 사스 사태 때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대처가 미흡해 보인다. 이런 문제에 정치가 개입하거나 정치적 고려가 작동하면 일을 그르치기 십상이다. 우리 정치권과 정부도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동물에서 유래한 신종 바이러스는 인체에 적응하면서 변이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우한 폐렴'도 시장에서 유통되던 큰 박쥐 또는 뱀을 통해 전파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사스는 박쥐와 고양이, 메르스(MERS.중동 호흡기증후군)는 박쥐와 낙타를 거쳐 인체에 들어왔다. 변이가 일어나면 전염병 발생 초기에 보이지 않던 파괴적 증상이나 폭발적 전파력이 뒤늦게 발현되기도 한다. 전 세계에서 무려 약 5천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1918년 스페인 독감 때도 처음 몇 개월 동안에는 목숨을 잃은 환자가 단 한명도 없었다. WHO, 중국 등과 긴밀히 협조해 바이러스의 유전자 변이 여부 등 관련 정보를 빠짐없이 공유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또 '우한 폐렴'은 사스, 메르스와 마찬가지로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 백신이 없다는 것은 예방이 어렵다는 것이고, 치료제가 없다는 것은 증상을 완화해주는 대증요법이 유일한 치료법이라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환자를 조기에 발견해 격리하는 것이 최선이다. 환자의 지역 사회 전파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환자 자신도 증세가 심해지기 전에 치료를 받아야 완치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발생한 첫 확진자도 조기에 발견돼 추가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 당국은 공항, 항만 등에서 검역체계를 철저히 점검하는 한편 병원 등 지역사회와 긴밀히 공조해 대비해야 한다. 국민들도 전염병 예방 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는 동시에 설 연휴 중이라도 본인이나 주변 사람에게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마스크를 쓰고 지체 없이 병원을 찾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이슈에서 경제는 부차적이지만 한편으로는 현실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관련 부처는 과거 사스나 메르스 사태의 경험을 토대로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노력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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