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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무법자, 적재 초과…'안 걸리면 그만' 인식에 사고 무방비

송고시간2020-01-24 07:11

운행허가는커녕 단속 피해 심야 위험천만한 운행 다반사

경찰도 단속 손 놓아…처벌 규정 강화·화물 식별 규정 개선 시급

24m 철제 빔 들이받은 포터
24m 철제 빔 들이받은 포터

(부산=연합뉴스) 20일 오전 5시 43분께 부산 연제구 연제구청 인근 도로에서 1t 포터 트럭이 좌회전하던 트레일러에 실린 철제 빔을 들이받은 뒤 심하게 부서진 모습. 119 구조대원이 트럭에 갇힌 운전자를 구조하고 있다. 2020.1.20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wink@yna.co.kr

(전국종합=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지난 20일 새벽 포항에서 24m짜리 철제 H 빔을 싣고 부산에 도착한 트레일러가 목적지를 앞두고 비보호 좌회전을 하던 중이었다.

반대편 차량에서 직진하던 1t 트럭이 트레일러 적재함보다 뒤로 길게 삐져나온 H빔을 미처 보지 못한 채 그대로 들이받고 말았다.

이 사고로 1t 트럭 앞부분이 심하게 부서졌고 운전자도 중상을 입었다.

당시 적재된 H빔 끝부분과 중간에는 경광등과 표지가 달려 있었지만 어두운 도로에서 1t 트럭 운전자가 이를 식별하기 쉽지 않은 상태였다.

트레일러에 실린 24m 철제 빔과 트럭 충돌…1명 중상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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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 수십t에 달하는 철제 빔이 운전자를 위협하는 흉기가 된 셈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적재함을 초과하는 화물을 실은 이 트레일러는 사전에 경찰서에서 제한 차량 운행허가조차 받지 않았다.

트레일러 운전자는 어떤 처벌을 받을까.

관련 법에 따르면 제한 차량 운행허가를 받지 않고 운행하면 일정 금액의 과태료를 부과하는데 경찰은 트레일러 운전자에게 과태료 5만원과 벌점 15점을 부과했다.

적재함 뒤로 삐져나온 24m 철제 빔
적재함 뒤로 삐져나온 24m 철제 빔

(부산=연합뉴스) 20일 오전 5시 43분께 부산 연제구 연제구청 인근 도로에서 부산시청 방면으로 운행하던 1t 포터 트럭이 들이받은 트레일러에 실린 24m 철제 빔. 이 사고로 포터 운전자가 중상을 입었다. 2020.1.20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wink@yna.co.kr

교통사고 과실 부분은 조사 결과에 따라 형사처벌 가능성이 있지만 적재함을 초과하는 화물을 싣거나 이로 인해 교통사고를 유발한 책임은 지지 않는 셈이다.

제한 차량 운행허가 제도는 과적이나 기준 이상 화물을 실은 차량으로 인해 교량이나 도로가 파손되고 대형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차량 중량이 40t을 넘거나 차량 폭 2.5m, 높이 4m, 길이 16.7m가 넘는 차량은 반드시 사전에 일정액 수수료를 내고 운행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화물업계에서는 비용과 허가 절차 등으로 인한 시간 등을 줄이기 위해 허가를 받지 않고 운행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화물 기사는 "과적이나 적재기준을 초과한 화물을 실은 차량 기사들은 화주나 운송사업자 지시로 허가를 받지 않은 경우가 있다"며 "단속에 걸려도 과태료나 벌점만 내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형 화물을 실은 차량은 사전 허가 없이 단속이 적은 심야에 운행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화물업계 전언이다.

화물업계에 '안 걸리면 다행'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한번 사고가 났다 하면 치사율 높은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과적, 적재 초과 화물차량의 불법 운행은 '도로 위 폭탄'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트레일러에 다 실리지 않는 24m 철제 빔
트레일러에 다 실리지 않는 24m 철제 빔

(부산=연합뉴스) 20일 오전 5시 43분께 부산 연제구 연제구청 인근 도로에서 부산시청 방면으로 운행하던 1t 포터 트럭이 들이받은 트레일러에 실린 24m 철제 빔. 이 사고로 포터 운전자가 중상을 입었다. 2020.1.20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wink@yna.co.kr

이 때문에 무허가 운행 화물차량에 대해서는 현행 과태료나 벌점 부과 수준을 넘어서는 강력한 벌칙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더군다나 기준을 초과하는 화물의 경우 주변 차량에 큰 위협이 되는 만큼 어두운 밤에도 알아보기 쉽도록 화물 식별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행 법률은 적재함을 넘는 화물의 경우 양 끝에 폭 30㎝, 길이 50㎝ 이상 표지를 달아야 하고 야간 운행의 경우 반사체로 된 표지를 달아야 한다는 규정만 있다.

부산경찰청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현재 도로교통법 전면 개정을 추진하는 경찰청에 운행 허가를 받지 않은 화물차 운전자나 차주 등에 대한 처벌 강화, 화물 식별 규정 개선 등의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화물업계와 만나 제한 차량 운행 전 사전허가를 받도록 하고 도로에서 실시간 단속을 강화해나갈 예정"이며 "대형 화물 차량 운행허가 시 필요하면 경찰이 에스코트하는 방안 등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win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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