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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미얀마서 구슬땀 흘리는 '하얀코끼리' 청소년 봉사단

"가난해도 밝은 모습에 감동했죠"…"남을 도울 수 있어 뿌듯해요"
박무결·박창혁·박이안·허준호 군 "아쉬운 건 와이파이와 현지식"
(바고<미얀마>=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하얀코끼리 청소년 봉사단원들이 바고 빤찬콩보육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바고<미얀마>=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하얀코끼리 청소년 봉사단원들이 바고 빤찬콩보육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바고<미얀마>=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북동쪽으로 75㎞ 떨어진 바고의 쉐구지학교. 불교계 국제구호단체 하얀코끼리(이사장 영담 스님)가 건물을 지어주고 영어 교사 인건비 등을 지원하는가 하면 2013년부터 매년 봉사단을 파견해 돕고 있는 곳이다.

올해도 하얀코끼리 봉사단이 10일 새벽(이하 현지시간) 미얀마에 입국해 수투판학교와 빤찬콩보육원에 이어 12일 이곳을 찾았다. 전날 저녁 지원 물품과 성금을 전달하고 졸업식 겸 환영식에도 참석해 낯이 익어서 그런지 마주치는 학생마다 친근한 표정으로 반갑게 인사한다.

3일째 문화교육, 위생교육, 체육활동, 시설보수와 환경개선 등을 펼치는 20여 명의 봉사단원 가운데 여드름이 나고 피부가 뽀얀 청소년 4명이 눈에 띈다. 영담 스님이 이끄는 재단법인 영남학원 영남중학교와 부산정보고등학교 학생들이다. 무거운 짐도 나르고, 위생교육 시범도 보이고, 투호놀이도 가르쳐주며 어른 못지않게 당당히 제 몫을 해내고 있다.

부산정보고 2학년 부회장을 맡고 있는 박무결 군은 "이곳 아이들이 사는 모습을 보니 내 집과 학교가 얼마나 좋은 지 알게 됐다"면서 "어른이 돼서도 미얀마 학교와 보육원을 돕고 싶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박 군은 비행기를 처음 타보고 여권도 이번에 신규 발급받았지만 미얀마에는 전부터 관심이 있었다고 한다. 중학교 2학년 때 가보고 싶은 나라를 골라 조사하는 숙제가 있었는데 그때 미얀마를 선택했던 것이다.

"처음엔 별생각 없이 장난 반 진심 반으로 골랐다가 조사하는 과정에서 관심이 생겼죠. 한글이 새겨진 우리나라 중고버스가 다니는 모습이 무척 신기하더라고요. 언젠가 꼭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오게 될 줄 몰랐죠. 나와 특별한 인연이 있었나 봐요"

같은 학교 동급생 박창혁 군은 위생교육에 참여해 손 씻기와 양치질 시범을 보였다. 시흥장애인복지관의 천경희 관장과 정혜선 장애인직업지원팀장의 요청에 따라 태권도 품세를 선보이고 지르기와 발차기 동작을 가르쳐줬다.

"태권도 3단까지 땄어요. 선수 생활을 하라는 권유도 받았는데 포기했죠. 아이들을 가르치니까 재미있어요. 위생교육은 우리에겐 당연한 거지만 이곳 아이들에게는 중요한 일이더군요. 별거 아니라고 여겼던 나의 재능으로 남을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이 뿌듯합니다"

박 군도 제주도행 비행기는 타봤어도 외국 여행은 처음이라고 한다. 그는 "방학 중에도 등교해야 하는 심화반 친구들이 '학교 대신 외국을 갈 수 있어서 좋겠다'고 부러워한다"면서 "학교보다 배우는 것이 많아 정말 오기를 잘했다"고 털어놓았다.

(바고<미얀마>=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하얀코끼리 봉사단원 박창혁 군이 바고 빤찬콩보육원에서 동자승들에게 태권도 품세 동작을 가르쳐주고 있다.
(바고<미얀마>=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하얀코끼리 봉사단원 박창혁 군이 바고 빤찬콩보육원에서 동자승들에게 태권도 품세 동작을 가르쳐주고 있다.

부모님과 함께 캄보디아와 중국을 다녀왔다는 영남중학교 2학년 허준호 군은 "한국에 있을 때는 내 삶이 행복한 줄 잘 몰랐는데, 허름한 집에 살고 부족한 게 많은데도 모든 일에 감사하면서 밝게 살아가는 미얀마 학생들의 모습에 감동했다"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천체물리학자가 꿈이에요. 지구를 벗어나 넓고 아득한 세계를 탐구하고 싶습니다. 내가 사는 곳과 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해준 학교와 재단에 감사드립니다. 노인요양원을 비롯해 봉사시간 100시간을 채웠는데 이번 봉사가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허 군의 친구인 박이안의 꿈은 경찰이다. 경찰이 되려면 봉사 정신과 책임감을 길러야 하는 만큼 이번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경찰이 되려면 체력도 좋아야 한다"고 말을 건네자 "체력만큼은 걱정 없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내가 운동을 좋아해요. 이곳 아이들은 시설과 장비가 부족한데도 축구를 잘하더군요. 맨발로 딱딱한 축구공을 잘 다루는 것을 보고 놀랐어요.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노는 게 이렇게 기분 좋은지 지금까지 몰랐습니다. 말을 못 알아들어도 '엄지 척' 하면 다 통해요"

아쉽거나 마음에 안 드는 점을 물어보자 잘 안 터지는 와이파이와 낯선 현지 음식을 꼽았다. 11일 저녁 쉐구지학교 직원들이 마련해준 쌀국수도 입에 맞지 않아 한국에서 가져온 반찬을 꺼냈더니 영담 스님이 "현지에 오면 현지 음식을 먹는 것도 문화체험이야"라고 조언해 움찔했다.

지금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이 뭔지 물어보자 박창혁 군은 '치킨'이라고 대답했고 나머지 3명은 '삼겹살'을 외쳤다.

(바고<미얀마>=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하얀코끼리 봉사단원 박이안, 허준호, 박무결 군(왼쪽부터)이 바고 빤찬콩보육원에서 기증할 선물을 정리하고 있다.
(바고<미얀마>=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하얀코끼리 봉사단원 박이안, 허준호, 박무결 군(왼쪽부터)이 바고 빤찬콩보육원에서 기증할 선물을 정리하고 있다.

부산정보고와 영남중은 매년 2학년 겨울방학 때 2명씩 선발해 하얀코끼리 봉사단원으로 파견한다. 학교와 재단이 비용을 분담하고 교사들은 자비로 참여한다.

3년째 미얀마 봉사에 나섰다는 이건영 부산정보고 교장은 "희망자가 많아 성적도 우수하고 성품도 좋은 학생을 담임교사로부터 추천받아 엄정하게 봉사단원을 선발한다"면서 "올해 온 두 학생도 이전부터 모범생이었지만 미얀마 봉사 경험으로 한층 성장할 것으로 믿는다"고 설명했다.

이 교장과 3년째 동행한 오용석 영남중 교장은 "우리나라 1960∼1970년대를 연상시키는 미얀마에 오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면서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 때 오면 더욱 얻는 게 많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국 자긍심이 높아지고 시야가 넓어질 뿐 아니라 무엇보다 부모님과 대화가 잘 됩니다. 또 보육원이나 장애인복지관 등에서 하는 봉사활동을 꺼리다가 그런 마음의 장벽도 낮아지죠"

올해 처음 참여한 명휘정 교감은 "이안이와 준호는 학교에서도 담임선생님들로부터 우수하다고 들었지만 미얀마에서 보니 판단이 틀리지 않은 것 같다"면서 "이번 경험이 앞으로 인생행로에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heeyo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0/01/12 14:47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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