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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근의 병영톡톡] 왕건함, 아덴만 도착전후 뱃머리 돌리나?

日자위대처럼 호르무즈해협 아닌곳 파병 등 여러관측…정부, 고심 거듭
왕건함, 이달말 강감찬함과 교대…"美-이란 충돌위기 완화도 파병 변수"
청해부대 왕건함
청해부대 왕건함[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 위기가 수그러든 것도 정부의 파병 결정에 변수로 작용할 것 같다."

정부 당국자는 11일 한국군이 미국 주도의 '호위연합'에 참여할지 여부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미국과 이란이 군사 충돌 위기를 봉합하는 수순이고, 이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 일대의 긴장감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섣불리 파병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이란 뜻으로 들린다.

정부는 그간 미국과 이란 관계가 출동 위기로 내몰리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이 해협을 지나는 한국 상선 안전 대책 등을 다각도로 검토해왔다. 유사시 현재 아프리카 소말리아 인근 아덴만을 작전임무 지역으로 하는 청해부대를 이동시키는 방안도 거론되어 왔다.

정부 소식통은 "현재 '리스트업'은 끝나 있는데 실제로 이것을 실행할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와 군 당국은 청해부대 임무지역 변경 여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청해부대'라는 말조차 입 밖에 꺼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다만, "호르무즈해협 해양안보 구상과 관련해 우리 선박과 국민 보호에 기여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습니다"라는 공식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런데도 호르무즈 해협으로 파병 결정이 내려질 경우 청해부대가 이동할 것이란 관측은 계속되고 있다. 현재 청해부대 30진 강감찬함(DDH-Ⅱ·4천400t급)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이달 말 31진 왕건함(4천400t급)과 임무를 교대한다.

임무를 교대하는 왕건함이 뱃머리를 호르무즈 해협 쪽으로 돌릴지 여부가 계속 관심사다.

미국 - 이란 충돌 '출구찾기'(PG)
미국 - 이란 충돌 '출구찾기'(PG)[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정부와 군 당국이 말을 아끼고 있는데도 바레인에 사령부가 있는 국제해양안보구상(IMSC·호르무즈 호위연합)에 영관급 장교 1명을 우선 이달 중 파견하고, 이어 왕건함의 작전임무 지역 변경 순으로 절차가 진행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에 국방부는 "연락장교를 파견할지 말지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또 청해부대를 파병하기로 결정하더라도 일본 자위대와 같이 호르무즈 해협이 아닌 인근 다른 곳에서 임무를 수행토록 하는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호위연합에 참여하지 않는 독자 파견 형식이다.

일본은 작년 12월 27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주재의 각의에서 해상자위대 소속 호위함 1척과 P-3C 초계기 1대(병력 260여명 규모)를 중동 해역에 파견하기로 의결했다.

헬기 탑재형 호위함 다카나미호(만재배수량 6천300t급)는 2월 초 출항할 예정이다. P-3C는 동부 아프리카 지부티를 거점으로 해적 대응 임무를 수행 중인 2대 중 1대를 활용해 이달부터 곧바로 새로운 임무에 투입하기로 했다.

다카나미호의 주포는 이탈리아 오토멜라라사의 오토브레다 127㎜ 함포다. 미국 레이시온사에서 제작한 CIWS(근접방어무기체계) 20㎜ 2문, 시스패로우 개량형인 ESSM 함대공 미사일과 대잠 공격 로켓(ASROC) Mk41 수직발사기(VLS) 32셀, 함대함 미사일 8기, 324㎜ 3연장 어뢰관 2문 등으로 무장한다. 길이 151m에 승조원은 176명이다.

자위대 호위함과 P-3C는 호르무즈 해협으로 이어지는 오만만, 아라비아해 북부 공해, 예멘 앞바다의 바브엘만데브 해협 연안국의 배타적경제수역을 포함한 공해로 정해졌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한국도 독자 활동을 고려하느냐는 물음에 "청해부대 활동에 우리 국민 안전과 보호가 포함돼 있으니 그렇게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미국도 이 안에 반드시 반대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군 소식통은 "이런 방안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현재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이란과 이라크에 거주하는 우리 국민 안전 문제도 고려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라크에 1천600명, 이란에 290명(테헤란에 240명 포함)이 거주하는 한국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미국 입장과 우리 입장이 정세분석에 있어서나 중동지역 나라와 양자 관계를 고려했을 때 반드시 같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한 대목에서 정부의 '고심'을 읽을 수 있다.

일본도 이란 정부의 입장을 고려해 이란에 인접한 호르무즈 해협과 걸프 해역은 직접적으로 임무 활동 지역에 포함하지 않았다. 작년 6월 자국 해운회사 관련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공격받는 사태를 겪은 일본은 이란과 우호적인 관계를 고려해 미국 주도의 호위연합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인 활동을 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파병할지 말지 여부에 대한 정부 결정이 생각보다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일본 총리관저 앞에서 열린 자위대 중동 파병 규탄 시위
일본 총리관저 앞에서 열린 자위대 중동 파병 규탄 시위(도쿄 AP/교도=연합뉴스) 2019년 12월 27일 일본 도쿄의 총리관저 앞에서 시민들이 자위대를 중동에 보내지 말라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파병을 결정한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아데만으로 향한 왕건함은 특수전(UDT) 장병으로 구성된 검문검색대와 해상작전 헬기(LYNX)를 운용하는 항공대 장병 등 300명으로 구성됐다. 임무를 넘겨줄 강감찬함은 청해부대 파병 최초로 여군 양기진(해사 58기) 소령이 항공대장을 맡고 있다.

청해부대는 2009년 3월 3일 아덴만 해역에서 선박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창설됐다. 지금까지 2만2천400여척의 선박에 대한 안전 항해를 지원했고, 20여회 해적 퇴치 활동을 펼쳤다. 아덴만 여명작전과 한진텐진호 선원 구출 작전(2011년), 제미니호 피랍선원 구출·호송 작전(2012년), 리비아(2011과 2014년)·예멘(2015년)의 우리 국민 철수 작전, 가나 해역 피랍국민 호송작전(2018년) 등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다.

청해부대 UDT 검문검색팀 모습
청해부대 UDT 검문검색팀 모습[해군 제공]

three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0/01/11 08: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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