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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일대일로 현장] ③'중국몽의 첨병' 중국의 첨단 기업들

송고시간2020-01-11 07:00

선전 이외에 광저우·후이저우 등 광둥성 곳곳에 'IT 강자' 포진

왕양, 광둥성 당서기 때 광저우신구 육성 주도…"위기를 기회로"

세계 최초 '에어택시' 꿈꾸는 드론업체 이항…TCL 가전 세계 3위로

(광저우·푸저우·후이저우·샤먼=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가장 확실한 수혜자는 중국의 기업들이다.

일대일로를 통해 확장한 무역·교통 네트워크로 중국 기업은 시장을 개척하고 제품을 원활하게 수출한다. 또 일대일로 루트를 따라 원자재를 손쉽게 들여와 제품을 생산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당(漢唐) 시대부터 비단이 오가던 육상 실크로드(一帶)와 해상 실크로드(一路)를 통해 전국 각지의 물자를 아시아, 유럽, 북미, 아프리카, 대양주 등 전 세계로 수출하고, 필요한 자원을 수입한다.

특히 유럽 곳곳과는 바닷길뿐만 아니라 중국 각지를 운행하는 직통 화물열차를 통해 물자를 실어 나른다. 이번에 방문한 푸젠성 하이창(海滄) 철도역에서 출발한 화물열차는 16일 만이면 독일 북부 항구도시 함부르크에 도착한다.

푸젠성 해상실크로드 해운운영유한공사 리난 부총경리
푸젠성 해상실크로드 해운운영유한공사 리난 부총경리

(샤먼=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푸젠성 해상실크로드 해운운영유한공사(福建省絲路海運運營有限公司) 리난(李南) 부총경리가 일대일로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

이처럼 중국의 기업들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성장의 자양분을 얻는 수혜자임과 동시에 중국몽(中國夢)을 실현하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도시는 단연 '개혁·개방 1번지'이자 '첨단기술의 허브'인 광둥(廣東)성 선전(深천<土+川>)시다.

미국이 무역전쟁 과정에서 주요 '표적'으로 삼은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의 본사가 바로 선전시에 있다. 화웨이는 '용의 머리'라 불릴 정도로 중국 첨단기술 산업의 핵심이다.

선전에는 중국 최대 IT(정보통신) 기업인 텐센트(騰迅·텅쉰)를 비롯해 통신장비업체 ZTE(중싱), 세계 최대 드론 제조업체인 DJI(다장), 전기차 업체인 BYD(비야디) 등이 포진하고 있다.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이전까지만 해도 작은 어촌에 불과했던 선전시는 40여년간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끌면서 인구 1천200여만명의 대도시로 성장했다.

선전시는 현재 GDP(국내총생산)의 3분의 1 이상을 첨단기술 분야가 차지할 정도로 중국의 첨단기술과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광둥성에는 선전시 이외에도 곳곳에 세계적인 IT 첨단 기업들이 즐비하다. 이번 일대일로 현장 취재 지역이었던 광저우(廣州)와 후이저우(惠州)시에도 이름있는 IT 대기업이나 스타트업들이 폭넓게 포진해 있다.

특히 광저우시 황푸신구(黃浦新區) 광저우개발구에는 수많은 IT 신흥 강자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주최 측은 취재단을 과학광장전시중심(科學廣場展施中心)으로 안내했다. 황푸신구는 10년 전만 해도 낙후된 곳이었다.

황푸신구가 10년여만에 IT, 바이오 등 첨단 산업의 허브가 된데는 중국의 권력서열 4위인 왕양(汪洋)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전국정협) 주석의 공이 컸다.

왕 상무위원은 광둥성 당서기로 재직하던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광둥성의 산업구조를 하이테크(고급기술) 위주로 혁신하기로 하고, 광저우개발구를 집중적으로 육성했다. 이런 정책은 후임자들에도 이어져 현재의 광저우개발구를 일궈냈다.

왕 상무위원은 2009년 7월 홍콩에 주재하던 외신기자들을 광둥성으로 초청해 간담회를 갖고 광저우, 선전, 후이저우(惠州), 둥관(東莞) 등의 산업현장을 시찰하도록 했다. 당시 홍콩특파원이었던 기자는 이때 왕 상무위원을 만났다. 그가 한 말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왕양 상무위원이 광둥성 당서기 시절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
왕양 상무위원이 광둥성 당서기 시절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

(광저우=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왕양(汪洋)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광둥(廣東)성 당서기 시절인 2009년 7월 30일 광저우(廣州)시내 주다오(珠島)호텔에서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기자간담회를 하는 모습. 2009.7.30 jjy@yna.co.kr

왕 상무위원은 당시 주다오(珠島)호텔에서 가진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우리는 새로운 출발을 할 것"이라면서 "광둥성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광둥성의 경제를 업그레이드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성급 공산당 최고 책임자가 외신들을 상대로 간담회를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일대일로 취재단은 드론업체 이항(Ehang·億航智能), 3D 프린터 업체인 헤이거기술(Heige Tech·黑格智造) 등 광저우개발구에 입주한 업체 4곳을 시찰했다.

이항은 드론 택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이항은 지난 9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에어택시' 자율비행 시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시연에는 로이 쿠퍼 주지사를 포함해 약 100명이 참가했다. 시연에 활용된 드론은 '이항216'(EHang216)으로. 파일럿 없이 자동으로 주행하는 2인승이다.

이항이 개발한 '에어택시'
이항이 개발한 '에어택시'

(후이저우=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중국 광둥성 후이저우시 소재 드론업체 이항(Ehang·億航智能)이 개발한 '에어 택시'. 파일럿없이 자동으로 주행하는 2인승 드론이다.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와 유럽 각지에서 에어택시를 시연했지만 미국연방항공국(FAA)이 비행 승인을 받아 테스트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항은 미국 기술주 거래 시장인 나스닥에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항 관계자는 "광저우에서 먼저 에어택시 상용 서비스를 하기 위해 광저우시와 함께 항공교통 관제센터를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초정밀 3D 프린팅을 하는 헤이거기술의 현장을 둘러보면서 날이 갈수록 발전하는 중국의 기술 수준에 놀라움을 느꼈다.

후이저우에도 세계적인 IT 기업들이 있었다. 세계적인 가전회사로 도약한 TCL과 세계적인 배터리 회사인 더사이(DESAY·德塞西威)가 대표적이다.

TCL 영업본부 총경리
TCL 영업본부 총경리

(후이저우=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뉴하이룽(牛海龍) TCL 영업본부 총경리가 회사 상황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

TCL은 가전 분야에 있어 삼성·LG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뉴하이룽(牛海龍) TCL 영업본부 총경리는 '삼성전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삼성전자가 우리의 롤모델이며, 삼성전자로부터 배우려고 노력한다"고 낮은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그의 자신감에 넘친 말투와 표정에서 '언젠가는 삼성전자를 따라잡겠다'는 결기를 엿볼 수 있었다.

더사이의 베니토 옌(嚴曉洋) 사장보도 자기 회사의 배터리 제품이 전기자동차 등 다양한 제품에 적용되고 있다면서 "배터리 분야에서는 우리가 넘버원(NO 1)"이라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배터리 업체 더사이(DESAY·德塞西威) 관계자의 회사설명 장면
배터리 업체 더사이(DESAY·德塞西威) 관계자의 회사설명 장면

(후이저우=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중국 후이저우시에 워치한 배터리 업체 더사이(DESAY·德塞西威)의 관계자가 자율주행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장면.

중국 전통문화를 최신 의료 및 건강산업과 연계하려는 시도도 돋보였다.

취재단은 후이저우의 뤄푸산국약(羅浮山國藥)과 푸저우(福州)의 춘룬재스민차(春倫茉莉花茶) 공장을 둘러봤다. 뤄푸산국약은 백여개의 약초로 이용해 의약품을 제조하는 회사다.

중국 최초의 노벨 생리학·의학상 수상자인 투유유 여사도 한 때 이 회사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고 한다. 투유유는 개똥쑥을 이용한 말라리아 치료 성분인 아르테미시닌을 발견해 2015년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중국 측이 자신들이 자랑하고 싶은 기업들만을 골라 취재 대상에 포함했겠지만 이번 취재를 통해 중국 기업의 경쟁력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중국의 기업들은 막강한 자본력과 기업에 우호적인 환경, 기업가들의 열정 등이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었다.

중국의 기업들, 특히 IT 분야의 기업들이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내건 시진핑 주석의 '중국몽'을 실천하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우리나라가 중국보다 기업을 경영할 정치, 사회적 환경이 나은지, 기업가들과 젊은이들에게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열정이 있는지 등에 대해 곰곰이 따져보는 기회가 됐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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