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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Abroad] 올드카, 헤밍웨이, 그리고 재즈…쿠바 아바나

(아바나=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자율주행차가 등장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지만 쿠바의 수도 아바나는 올드카가 돌아다니는 과거 모습 그대로다.

요즘 옛것에서 새로움을 느끼는 뉴트로가 인기라지만, 아바나는 옛 모습 그대로인 진짜 레트로 여행지다.

크고 작은 불편함을 조금만 감수한다면 시내 곳곳에 여행자를 환영하는 '사교클럽'이 널려있음을 알게 된다.

아바나의 올드카 택시 [사진/성연재 기자]
아바나의 올드카 택시 [사진/성연재 기자]

◇ 드론을 빼앗기다

여행은 언제나 드라마틱했다. 이번 쿠바 여행도 마찬가지다. 아바나에 입국할 때 드론을 소지한 것이 문제가 돼 조사를 받았다.

드론을 띄웠다가 13일 동안 유치장에 갇혔다는 어느 외국 유튜버의 브이로그는 그냥 참고만 하기로 하고 드론을 챙겼다. 무엇보다 공중에서 본 시각을 놓치기 싫었기에 용기를 내서 드론을 수하물에 넣고 부친 것이다.

아바나 공항에서 수하물을 찾는 순간 태그에 쓰인 글자 하나를 발견했다. 'DRONE'. 어이가 없었다. 곧바로 세관 직원들에게 둘러싸였다. 2시간여를 취조당하듯 강압적인 질문 세례를 받고 복잡한 서류를 작성하고 서명을 한 뒤에야 풀려났다.

드론은 출국할 때 돌려준다는 조건으로 압류됐다. 여행 내내 드론을 찾지 못할까 걱정이 됐다. 드론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후기도 읽었기 때문이다.

결국 출국 당일 탑승 5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해 한참을 기다린 뒤에야 돌려받았지만, 한마디로 아찔한 경험이었다. 공산국가인 쿠바를 너무 쉽게 생각했나 싶기도 하다.

최근 미국의 이란 혁명수비대장 제거에 드론이 사용된 것으로 볼 때 쿠바의 드론 소지 제재는 더욱 엄격해질 것 같다.

◇ 올드카 & 인력거

드론을 뺏긴 뒤 허탈한 마음으로 공항 2층 출국장으로 올라갔다.

1층 입국장에서 수도 아바나까지 들어가는 택시를 타면 30쿡(CUC, 약 3만4천원)이라는 거금을 내야 하지만, 2층 출국장에서 손님을 내려주고 나가는 택시를 잡으면 훨씬 저렴하게 택시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쿠바는 내국인이 사용하는 쿱(CUP)과 달러와 연동되는 외국인용 쿡(CUC)이 동시에 유통되는 이중 화폐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1쿡은 약 25쿱으로, 외국인들에게 현지인 물가의 25배를 받는 셈이다.

2층에서 몇 분 만에 잡은 택시는 고색창연한 올드카였다.

모로성 해변을 달리는 올드카 [사진/성연재 기자]
모로성 해변을 달리는 올드카 [사진/성연재 기자]

기사가 20쿡(약 2만3천원)을 부르기에 얼른 올라타 아바나 시내로 향했다.

올드카에 올라타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의외로 내부는 넓었다.

시트가 몸에 맞도록 유선형으로 디자인된 요즘 차량과 달리 올드카의 시트는 평평해서 넓은 널빤지 위에 올라탄 듯한 느낌을 준다.

아바나를 향하는 동안 라디오에서는 록 그룹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가 흘러나왔다. 미국과 오랜 적대 관계로 고립돼 온 쿠바에서 처음 접한 것이 미국의 록 음악이라니, 아이러니한 느낌이 들었다.

야간이라 교통량이 많지 않아 그런지 약 50분 만에 아바나 시내에 있는 숙소에 도착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한 숙소에서는 자정이 넘었지만 생일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많은 사람이 춤을 추거나 주사위 게임을 즐겼다.

다음날 아바나 시내에서 발견한 것은 숱하게 많은 올드카였다.

1955년에서 1970년 사이 판매됐던 포드사의 페어레인 초기모델 등 수많은 종류의 올드카가 멀쩡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운전사들은 거리에서 가격을 흥정하곤 했는데 보통 한 시간에 30쿡(3만4천원)가량을 불렀다. 지나치게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손질이 잘 돼 있는 올드카였지만, 한 번 올라타는 데 4만원 가까운 비용이라니…

라 보데기타 델 메디오의 모히토 [사진/성연재 기자]
라 보데기타 델 메디오의 모히토 [사진/성연재 기자]

지난해 봄 방글라데시에서 봤던 인력거는 쿠바에도 있었다.

흥미로운 건 방글라데시에서조차도 종종 보이던 전동 자전거 인력거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쿠바의 인력거는 100% 순수 인력거였다.

인력거를 탈 때는 항상 거스름돈을 조심해야 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여행자들은 속기 십상이다. 결국 속아서 10쿡을 받는 대신 10쿱을 받았다. 1만2천원가량을 돌려받아야 하는데 1/25인 480원 정도만 돌려받은 셈이다.

많은 금액은 아니었지만, 기분이 좋지 않았다.

◇ 헤밍웨이로 먹고사는 쿠바

미국의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오랫동안 쿠바에 살았다.

오늘날 쿠바는 헤밍웨이 덕분에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헤밍웨이 덕을 크게 보고 있다.

애주가였던 헤밍웨이는 쿠바의 술집들에도 큰 명성을 안겨줬다.

가장 유명한 곳이 칵테일 다이키리로 유명한 엘 플로리디타(El Floridita)와 모히토로 유명해진 라 보데기타 델 메디오(La Bodeguita del Medio) 등 두 곳이다.

헤밍웨이가 마셨다는 다이키리를 파는 엘 플로리디타는 이미 만석이었다. 문 앞의 공간에서 악단이 흥겨운 쿠바음악을 연주한다.

라 보데기타 델 메디오는 헤밍웨이가 모히토를 마신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 바의 벽 가운데엔 "내 모히토는 라 보데기타 델 메디오, 내 다이키리는 엘 플로리디타"(My mojito in La Bodeguita, My daiquiri in El Floridita)라는 문장이 쓰인 액자가 있다.

바에 앉으니 곧바로 신나는 쿠바음악이 연주된다. 불과 몇 초 후 대여섯 명의 여성들이 음악에 몸을 흔들며 실내로 들어선다. 흥에 겨운 여행자들이었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앨범 이미지 [앨범 캡처]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앨범 이미지 [앨범 캡처]

헤밍웨이가 이곳에서 모히토를 마시지 않았다는 폭로도 있었지만, 관광객들은 관심이 없는 듯하다.

세계 어느 곳을 다녔어도 이렇게 흥겨운 여행지는 보지 못했다. 거리에 있는 사람들도 실내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든다. 하나같이 행복한 모습이다.

무리해서 교외에 있는 헤밍웨이 별장을 들렀다.

택시비로 왕복 40쿡(4만6천원)을 달라고 하는데, 지도를 찍어보니 아바나에서 15㎞ 거리다. 외국인에 대한 바가지가 분명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실랑이 끝에 노인과 바다의 배경이 된 코히마르까지 가기로 합의하고 택시에 올랐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사용되는 헤밍웨이 별장을 둘러본 뒤 한적한 어촌마을 코히마르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낚시하는 백발의 노인과 마주쳤다. 소설 속의 주인공처럼 늙고 가난해 보이는 노인이었다. 그 모습은 순간 헤밍웨이의 소설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 '환영받는 사교 클럽'으로의 초대

이번 쿠바 여행에서 가장 큰 만족을 준 것은 음악이었다.

어디를 가더라도 쿠바사람들 특유의 흥이 바탕이 된 쿠바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큰 행복으로 다가왔다. 첫 번째는 재즈였다.

재즈클럽 '여우와 까마귀' [AFP]
재즈클럽 '여우와 까마귀' [AFP]

나시오날 호텔에서 네 블록가량 떨어진 재즈클럽 '여우와 까마귀'를 찾았다.

빨간 공중전화부스 같은 문 앞에서 줄을 서면 오후 10시 반에 열리는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들어간 곳에서는 신명 나는 재즈공연들이 펼쳐진다. 재즈 대가들의 음악을 자신들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아바나식 재즈다.

흥에 겨워 발을 구르다 보니 시간은 자정을 훌쩍 넘어갔다.

쿠바 음악은 미국 등 서방국가로부터 고립된 쿠바 사람들이 자체적으로 발달시켜온 음악이다.

쿠바 음악이 전성기를 구가했던 시절, 쿠바 뮤지션들은 1930∼1940년대 아바나의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등 사교 클럽에서 연주했다.

부에나 비스타(Buena Vista)는 직역하면 '좋은 시선'(Good sight)이라는 뜻으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은 '환영받는 사교 클럽'의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체 게바라 등이 주축이 된 사회주의 혁명으로 정권이 바뀌면서, 쿠바의 전통음악은 설 자리를 잃었다. 이념이 담긴 노래들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

뮤지션들은 20년 넘게 공장 노동자나 구두닦이 등으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은 흘러 1995년이 됐다. 미국의 레코드 프로듀서인 라이 쿠더가 쿠바를 찾았다. 콤파이 세군도 등 뮤지션들을 하나씩 찾아내 7명으로 구성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을 탄생시켰다.

그들은 단 6일 만에 모든 녹음을 끝냈다. 무려 800만 장이 넘는 레코드판이 팔려나갔다. 무명에 불과했던 그들은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했다.

2003년 최고령 멤버였던 콤파이 세군도가 사망하고 이후 멤버들이 하나둘씩 세상을 떠났다. 지금은 간판 디바인 오마라 포르투온도만 남아 사실상 그들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현재 콤파이 세군도의 아들 살바도르 레필라도가 포함된 밴드가 아바나 나시오날 호텔의 '살롱 1930'에서 매주 토요일 밤 공연하고 있다.

때마침 여행 셋째 날이 토요일이어서 나시오날 호텔로 향했다.

나시오날 호텔의 전통깊은 공연 [사진/성연재 기자]
나시오날 호텔의 전통깊은 공연 [사진/성연재 기자]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의 전통을 잇는 연주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었다.

한두곡씩 귀에 익은 곡들이 연주됐고 심심찮게 남녀 살사팀이 흥을 돋웠다.

비록 보컬은 아니었지만, 오른쪽 무대에서 차분히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던 뮤지션이 바로 콤파이 세군도의 아들이었다.

오스발도 파레스가 1947년에 만든 그 유명한 '키사스 키사스 키사스'(아마도 아마도 아마도)가 울려 퍼질 때는 분위기가 한층 달아올랐다.

노련한 뮤지션들은 대미를 장식할 줄 알았다. '관타나메라'를 부를 때는 모든 청중을 무대 앞 공간으로 불러내 음악에 맞춰 스텝을 밟게 했다.

전통 쿠바음악 공연에 직접 참여한다는 느낌은 청중들을 더욱 흥분시켰다.

서투른 스텝이지만 '환영받는 사교 클럽'에 와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해 준 순간이었다.

◇ Information

교통

아에로멕시코 여객기 [아에로멕시코 홈페이지]
아에로멕시코 여객기 [아에로멕시코 홈페이지]

중남미로 향하는 비행기는 모두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을 거쳐야만 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멕시코시티로 향하는 아에로멕시코 직항이 있었다.

아에로멕시코 직항을 타면 멕시코시티까지 13시간이 걸린다. 이곳에서 2시간 50분을 더 가면 쿠바 아바나다.

기후

쿠바는 남미가 아니라 북중미에 있다. 겨울은 최저 기온이 17∼27도지만 햇살이 강렬한 날은 더운 느낌이 들었다.

쿠바 여행의 최적기는 겨울이다. 여름 기온은 한국과 비슷하지만, 올드카에서 내뿜는 매연과 무더위의 조합은 사람을 지치게 할 수 있다.

숙소

호텔 예약 사이트로 호텔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반면, 공유경제를 표방하는 덕분인지 에어비앤비는 손쉽게 예약이 가능하다.

높은 평점을 자랑하는 저렴한 에어비앤비 숙소를 많이 만날 수 있다.

시내에서 직접 예약을 시도한 호텔들은 최소 200∼300달러 수준으로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에텍사(ETECSA) 지점에서 인터넷 카드를 사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 [사진/성연재 기자]
에텍사(ETECSA) 지점에서 인터넷 카드를 사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 [사진/성연재 기자]

인터넷

안타깝게도 쿠바에서는 인터넷 연결이 몹시 어렵다. 인터넷이 된다고 해서 찾아간 에어비앤비도 연결이 안 되는 곳이 있었고, 된다고 해도 인터넷 카드를 구입해 짧은 시간만 이용이 가능한 경우가 태반이다.

쿠바 국영 통신업체인 에텍사(ETECSA) 지점에는 인터넷 카드를 사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이 카드는 인터넷을 1시간만 사용할 수 있으며, 한 번에 3장까지만 살 수 있다.

음식

쿠바 여행에서 가장 큰 만족을 줬던 것이 음식이었다. 잘만 하면 단돈 1만원에 랍스터를 먹을 수 있는 곳을 발견할 수 있다.

첫날 밤 찾았던 식당에서는 랍스터 2접시에 2만6천원이 나왔다. 대체로 맛있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0년 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polpori@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0/02/09 08:0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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