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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 "인도주의 차원 北아동 지원해야"

"분쟁으로 숨진 아동이 전투원 5배"…"어린이와의 전쟁을 당장 멈춰야"
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이 서울 마포구 창전동 집무실에서 연합뉴스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이 서울 마포구 창전동 집무실에서 연합뉴스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오준(65)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 이사장은 12일 "한반도의 미래를 위해 인도주의 차원에서 북한 아동 지원사업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신년인터뷰에서 "한반도에서도 언젠가 통일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북한 아동도 건강하게 자라나 남한 친구들과 손잡고 함께 미래를 열어갈 수 있도록 인도주의 지원 사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순수 민간 구호기구로는 세계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세이브더칠드런이 2020년 새로운 100년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다.

오 이사장은 "적국의 어린이도 살려야 한다는 인도주의 정신이 1세기 역사를 이어오는 버팀목이었다"면서 "국적·민족·종교·이념을 초월해 한 명의 어린이라도 더 구하겠다는 창립 정신으로 돌아가 새로운 100년을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

"최근 5년간 분쟁으로 숨진 5세 미만 아동은 87만 명입니다. 같은 기간 전쟁에서 사망한 군인의 5배를 넘죠. 민간인 희생이 더 큰 것은 현대전의 특징이며 그 가운데서도 아동은 매우 취약합니다. 어른이 없으면 피란할 수 없고 혼자 먹을 것도 구하기 힘드니까요. 그래서 세이브더칠드런 설립자인 에글랜타인 젭 여사는 '모든 전쟁은 아동 전쟁'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지난해 창립 100주년을 맞아 세이브더칠드런 국제연맹이 내세운 구호도 'Stop the war on children'(아동 전쟁을 멈춰라)이었죠"

오준 이사장이 세이브더칠드런 창립 100주년 기념 현수막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오준 이사장이 세이브더칠드런 창립 100주년 기념 현수막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세이브더칠드런은 1918년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승전국들의 경제 봉쇄로 패전국 독일과 오스트리아에 굶주리는 어린이가 넘쳐나자 영국의 에글랜타인 젭 여사는 "영국이 아이들을 굶겨 죽이고 있다"고 적힌 전단을 돌렸다가 이적행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에 굴하지 않고 모금 활동을 펼치며 1919년 5월 세이브더칠드런을 창립한 데 이어 1923년 아동권리선언문을 발표해 1989년 유엔아동권리협약의 토대를 닦았다.

오 이사장은 "세이브더칠드런은 보통의 자선단체와 출발부터 다르다"고 전제한 뒤 "단순히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게 아니라 인권 옹호 활동을 펼쳐 세상을 바꾸려는 데 목적을 두고 있으며, 아동 인권 보호의 역사는 세이브더칠드런의 역사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이 지난해 네팔 롤파 지역의 사업장을 방문해 관계자들로부터 현황 설명을 듣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이 지난해 네팔 롤파 지역의 사업장을 방문해 관계자들로부터 현황 설명을 듣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지난 100년간 세이브더칠드런은 10억 명의 어린이를 구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어느 때보다 많은 지구상의 어린이가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 인류 75억 명 가운데 18세 이하 아동은 20억 명이고, 4억 명이 분쟁 지역에 살고 있다. 5명 중 1명꼴이다.

"아동은 인류의 미래입니다. 전쟁으로 수많은 어린이가 죽는다면 내일을 기대할 수 없죠. 다행히 목숨을 건진다고 해도 제때 교육을 받지 못하거나 영양 섭취가 부족하다면 어른이 돼도 제 역할을 하기 힘듭니다. 9년째에 접어든 시리아 내전으로 인구 3분의 1이 난민 신세가 됐습니다. 이곳 아동들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겠습니까? 강대국들은 중동 지역에 계속 전쟁의 씨앗을 뿌리는 셈입니다"

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온라인을 통한 아동학대 유형이 새롭게 등장했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온라인을 통한 아동학대 유형이 새롭게 등장했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우리나라라고 해서 어려움을 겪는 아동이 없는 건 아니다. 생존의 위기에 놓인 어린이는 찾아보기 힘들다 해도 보호받지 못하는 어린이는 적지 않다. 2018년 아동학대 건수만 해도 2만4천604건에 이른다. 이른바 선진국형 아동 문제가 늘어나는 것이다.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도 국내 사업 비중을 늘려나가고 있다. 현재 국내와 해외사업 비중은 각각 45%와 55% 정도다.

민법 915조는 '친권자는 그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의 '징계'에 체벌도 포함된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어 세이브더칠드런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굿네이버스와 함께 지난해부터 해당 조항 폐기를 위한 캠페인 'Change 915, 맞아도 되는 사람은 없습니다'를 펼치고 있다.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관련 부처도 긍정적인 입장이어서 올해 안으로 개정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온라인이나 미디어를 활용한 아동학대 유형이 새로 등장했습니다. 아동 포르노를 찍어 유포한다든지 유튜브 조회 수를 올리려고 어린이를 악용하는 거죠. 2017년 도로에서 아이가 장난감 자동차를 운전하는 장면을 촬영한 키즈채널은 우리가 고발해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아버지가 강도로 분장해 아이를 놀라게 한 유튜브 영상도 고발했는데 법원에서 아동학대로 인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아동 가운데서도 가난한 집 아동이라든가 장애 아동은 이중취약성을 안고 있다. 올해 국내 사업계획에는 조손 가정과 장애아동을 돕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아동의 놀 권리를 보장하고자 놀이터를 만들어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는 사업도 펼치고 있으며, '어린이가 어린이를 돕는' 국제어린이마라톤은 올해 서울 등 7개 도시에서 열기로 했다.

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이 2019년 5월 5일 세종시에서 국제어린이마라톤 개회사를 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이 2019년 5월 5일 세종시에서 국제어린이마라톤 개회사를 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오준 이사장은 2018년 7월 1일 취임해 3년 임기의 절반을 넘겼다. 1978년 외교관 생활을 시작해 싱가포르와 유엔 주재 대사 등을 지냈으며 현재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교수도 겸하고 있다. 그는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는 이제 정착기에 접어들었다"면서 "내가 떠나도 시스템에 의해 잘 굴러갈 수 있도록 기반을 더욱 확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8일에는 세이브더칠드런 국제연맹 이사로 선임됐다. 14명의 이사 가운데 유일한 아시아인이다. 영국 런던과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세이브더칠드런 국제연맹은 1년에 1차례 정기총회와 4차례 이사회를 연다.

"세이브더칠드런은 120여 개국에 사업장을 두고 있고 회원국은 30개국입니다. 이 가운데 10개국은 국내 사업만 하고 있죠. 한국은 도움을 받다가 도움을 주는 유일한 나라입니다. 나도 어릴 때 유엔 마크가 찍힌 분유를 먹고 자랐죠. 사업 대상국들도 우리의 성공 사례를 배우고 싶어합니다. 다른 나라들이 우리를 부러워하는 게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정부 지원이나 기업 후원보다 개인 후원의 비중이 월등히 높다는 거죠. 25만 명의 후원자가 재정의 70%를 책임지고 있어 안정성이 높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의 모금액은 지난해 경기침체에도 7% 늘어났다. 100주년 기념 캠페인 덕도 있었겠지만 놀라운 성장세다. 세이브더칠드런 회원국 가운데는 7∼8위에 해당한다.

"새해 근무 첫날인 2일에는 어떤 사람이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이튿날 사람을 보내 후원금을 전달할 테니 할머니와 사는 어린이 가정을 도와 달라는 겁니다. 3일 회사 직원을 대신 보내 '김달봉'이라는 가명으로 현금 1억 원을 기탁했습니다. 기부금 영수증도 필요 없다고 해서 확인서를 써드렸죠. 나를 비롯한 온 직원이 가슴 뭉클한 순간이었습니다"

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이 익명의 독지가가 1억 원을 기탁한 사연을 설명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이 익명의 독지가가 1억 원을 기탁한 사연을 설명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그러나 신년 벽두부터 각국에서 들려오는 소식을 들으면 걱정을 떨칠 수가 없다고 한다. 미국과 이란 간 전면적인 전쟁이 일어날 태세인 데다, 영국은 브렉시트(EU 탈퇴) 결정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 각국이 힘을 합쳐도 기후변화나 난민 등 지구촌의 난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터에 저마다 자국우선주의를 앞세워 인류를 파국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38년간의 외교관 생활을 마감한 뒤 시민사회에서 일하고자 마음먹은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그겁니다. 여러 나라 정부가 세계화 물결에 역행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으니 시민사회라도 나서서 공멸을 막아야겠다는 거죠. 인류의 미래를 망치는 어리석은 경쟁을 당장 멈춰야 합니다"

heeyo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0/01/12 08:1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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