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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예우 기획]③ "전관예우 존재 인식자체가 변호사시장 왜곡"

송고시간2020-01-13 09:00

전문가 "효과 모호한데 웃돈주고 전관 쓰기보다 전문성 따져라"

수사단계 전관예우는 존재 가능성…"고위급 개업 규제 필요"

전관예우 대책 논의 심포지엄
전관예우 대책 논의 심포지엄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9년 4월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대한변호사협회 회관에서 최고위직 법관, 검사 등의 변호사 개업 제한 심포지엄이 열리고 있다. 2019.4.30
kane@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지난 2016년 부장판사를 끝으로 퇴직한 A 변호사. 대형로펌에 입사한 그해에만 약 90억원을 수임료로 챙겼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실제로 A 변호사가 변론한 정부 유력인사가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영장이 기각돼 풀려나자 소문은 더욱 증폭됐다. 부장판사 출신으로 법원에서 신망이 두터웠던 A 변호사를 법원이 특별히 챙겨주고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의혹까지 퍼졌다.

하지만 A 변호사가 수임료로 100억원 가까이 벌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었다. 법관 퇴직 후 활발한 수임 활동을 한 것은 맞지만 10억원 안팎을 번 것으로 전해진다.

와전된 소문이었지만 A 변호사는 오히려 이 소문 덕택에 변호사업계에서 소위 '잘 나가는 변호사'라는 명성을 얻게 됐다. 자연스레 사건 의뢰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A 변호사 사례는 '전관예우가 존재한다'는 인식이 전관 변호사의 수임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 변호사 수임시장을 어떻게 왜곡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는 연합뉴스 팩트체크팀이 최근 실시한 전관예우 실태조사 결과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기각결정을 내린 산업재해 및 공정거래 사건에서 '전관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던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2018년 법원행정처와 2019년 형사정책연구원이 실시한 전관예우 인식조사에서 '전관예우가 존재한다'는 답변이 상당했지만 실제 재판 결과를 확인한 결과 행정소송에 관한 한, 전관 변호사의 승소율과 비 전관 변호사의 승소율 간에 확연한 차이는 없었던 것이다.

산업재해 사건에서는 비슷했고, 공정거래 사건에서는 전관 변호사의 승소율이 13% 포인트 높았지만 전관들이 변론단에 투입된 대형 로펌의 수임이 많은 점을 감안했을 때 전관예우 효과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웠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실체가 모호한 전관예우를 존재하는 것처럼 조장하는 것이야말로 전관 변호사 선호 현상을 부추겨 변호사 수임시장을 교란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전관 변호사를 선임하더라도 특별히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데도 의뢰인들이 전관예우가 존재한다는 막연한 추측만으로 비싼 수임료를 물고 전관 변호사를 선임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순열 전 대한변호사협회 부회장은 13일 "전관예우 못지않게 문제인 것은 '전관예우 때문에 전관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분위기를 조장하는 것"이라며 "전관예우 문제가 거론될수록 전관 변호사에게만 유리해지는 왜곡된 결과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모든 재판과정이 공개되는 현 사법시스템에서는 전관효과가 존재하기 어렵다며 "이번 조사는 신기루와 같은 전관효과를 쫓아 소위 웃돈을 주고 전관 변호사를 선임할 필요가 없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수임료가 비싼 전관 변호사보다는 특정 분야에 오랜 전문성을 쌓은 변호사를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나승철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효과적인 법률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단순 신상정보에 불과한 전관 여부만을 따져 사건을 맡길 것이 아니라 사건과 관련된 전문성을 철저히 살펴 변호사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변호사(CG)
변호사(CG)

[연합뉴스TV 캡처]

다만, 이번 조사에서 다루지 못한 재판 전 수사단계에서의 전관예우는 여전히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재판절차와 달리 비공개로 진행되는 수사과정에서는 전관 변호사들의 영향력이 클 수 있고, 그것을 제한할 마땅한 방법도 없는 것이다.

검찰은 '행정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수사 중인 사건의 변호인 정보는 물론 수사 종료 후에도 개인 정보 보호를 내세워 변호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법조윤리' 분야의 권위자인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관을 선임했다고 해서 질 사건을 이기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관예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 "수사 등 절차가 투명하지 않은 영역이나 재량의 영역이 큰 경우에는 전관예우가 암암리에 행해질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소사실에서 뇌물죄의 금액을 낮춰주거나 내사 단계에서 주요 혐의에 대한 수사는 중단하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혐의로만 기소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전관예우가 행해질 수 있다"며 "전관예우를 막는 최선의 방법은 일정 직급 이상의 판·검사는 퇴직 후 변호사 개업을 금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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