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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피처] '약국' 대신 'Pharmacy'…영어 모르는 사람은 어쩌나

송고시간2020/01/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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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한참 공사하더니 확 바뀌었네요. 그런데 '매표소'라는 표시는 없고, 'TICKETS'라고만 표시했네요"

최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상에서 한 장의 사진이 화제가 됐습니다. 고속버스터미널 매표소에 한글 대신 외국어만 표기됐기 때문이죠.

누리꾼들은 "영어를 못 읽는 사람은 어쩌나" "내국인을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 "현장에서 헤매는 노인분을 봤다" 등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뒤 'TICKETS' 옆에 '표 사는 곳'이라는 한글이 병기되면서 작은 해프닝으로 끝났죠.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관계자는 "20일 매표소 오픈 당시에는 'TICKETS' 표시만 있었지만, SNS상에서 지적 이후 한글 표기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는데요.

신축 건물, 대중교통, 식당, 커피숍…일상생활에서 사물 표기를 영문으로만 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영문으로 쓰는 게 더 세련돼 보여서' 또는 '해외 방문객을 배려하기 위해' 등 다양한 이유 때문이죠.

SNS상에는 영문 표기를 지적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한 누리꾼은 "한국에서 유독 영어 간판이 눈에 띈다"고 말했습니다.

몇 년 전 일부 신축 아파트 단지에서 관리사무소에 '매니지먼트 오피스' (Management Office), 주민 공용공간엔 '커뮤니티 센터'(Community Center), 노인정엔 '시니어 클럽'(Senior Club)이라고 영문으로만 된 표지판을 붙여놨는데요.

한 누리꾼은 "엄마가 저 이름들을 나한테 찍어 보내며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는데 진짜 화났다"며 "노인 분들이 어떻게 시니어 클럽이 경로당인 걸 알고 찾아오겠냐"며 불만을 토로했죠.

아파트 주차장 출입구에도 '인/아웃'(IN/OUT)만 쓰여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서울 신형버스 일부엔 영문 '스톱'(STOP)만 표기되기도 했죠.

지난 2014년 한글문화연대가 서울 지역 간판 1만2천여 개를 조사한 결과, 외국 문자 간판이 23%, 한글과 외국어를 함께 쓴 간판이 35%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행법은 간판에 한글만 쓰도록 하고 외국어를 쓸 땐 한글을 병기해야 하지만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평가죠.

어린이, 노인, 영어를 모르는 사람들이 영어로 인해 소외되는 문제는 적지 않습니다.

박주화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는 "사기업이나 광고물에 대해서 저희가 제재는 할 수가 없는데 공공의 시설물에 대해서는 한글로 작성해서 좀 더 원활하게 일반 국민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외국 문자를 전면에 노출해서 쓰는 것보다는 한글로 쓰고 필요하다면 괄호 안에 한자나 외국 문자를 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에서 적어도 외국어 때문에 난감한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요?

박성은 기자 이수정 인턴기자 / 내레이션 조민정 인턴기자

[뉴스피처] '약국' 대신 'Pharmacy'…영어 모르는 사람은 어쩌나 - 2

junepe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0/01/07 08: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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