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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곡창지대' 짐바브웨에 대기근 공포 감돈다

송고시간2019-12-26 16:43

NYT 실태 소개…가뭄·경제붕괴·실정에 국민 60% 배 곯아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과거 아프리카 대륙의 '곡창지대'로 알려졌던 짐바브웨가 이제는 정부의 기능장애와 경제붕괴, 가뭄 등으로 기아의 위기에 봉착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발 기사에서 원활하지 못한 곡물 판매 상황을 전했다.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의 거리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의 거리

(EPA=연합뉴스)

정부가 운영하는 현지 곡물 창고 앞에선 보조금 지원 대상인 옥수숫가루 음식을 사려고 아침부터 사람들이 줄을 섰다.

그러나 3시간 후 나타난 경비원은 공급받은 곡물이 썩어 이날 판매 가능한 분량이 전무하다고 밝혔다.

현장에 있던 150명의 시민은 불신감과 분노에 뒤덮였다.

이 중 벤자미니 둔하(57)는 "사는 게 어렵고 모든 것이 비싸다"며 "가격 통제가 이뤄지지 않고 인플레이션이 계속 악화하고 있다"고 NYT에 말했다.

배관 일을 하는 그는 한 달에 700 짐바브웨 달러를 버는데, 이는 미화 38달러(약 4만4천원) 정도다.

현장에 있던 또 다른 시민 냐샤 돔보카(52)는 자신이 방금 창고 주차장에서 트럭에 실린 옥수숫가루를 봤다면서 "어떻게 그것이 갑자기 모두 상태가 나빠졌다고 말할 수 있나"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NYT는 짐바브웨가 기아의 재난 상태로 향하고 있다며 이는 남아프리카에서뿐 아니라 가장 심각한 상황에 속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도 이에 대해 인식을 함께하고 있다. 식품 안보와 관련해 독립적인 유엔 인권 전문가인 힐랄 엘버는 "짐바브웨 상황은 긴박하다"고 지적했다.

엘버는 짐바브웨의 1천400만명 중 60%가 식량공급이 불안정하고 기본적으로 필요한 충분한 음식을 확보할 수 없는 가정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아프리카 수십 년만의 가뭄(짐바브웨)
남아프리카 수십 년만의 가뭄(짐바브웨)

(AP=연합뉴스)

국제통화기금(IMF)은 짐바브웨의 연간 물가상승률이 300%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우려한 바 있다.

기아는 아프리카에서 이미 만연한 문제지만 경제 위기 속에서 정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더욱 복잡한 상황을 낳았다.

세계식량계획(WFP)의 남아프리카 사업 담당 대변인인 제럴드 버크는 현재까지 짐바브웨에 대한 지원의 60%는 현금 형태로 이뤄졌지만, 현지에선 더는 이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은 만연한 문제이고, 사람들은 '우리는 음식을 더 원한다'고 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 1월께 WFP가 짐바브웨에서 처음으로 완전한 현물 지급 프로그램으로 전환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월마다 5세 미만 아동에게 곡물, 영영 보조제를 지급하고 전체 지원 대상자 수 또한 현재보다 2배 많은 400만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버크 대변인은 "(짐바브웨가) 서아프리카에서 가장 심한 상황"이라며 시골에서 나타난 심각한 기아 사례가 이제는 도시에서도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골 지역의 배고픈 사람들이 음식을 찾아 도시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식량안보 단계분류에 따르면 짐바브웨의 400만명은 3단계나 4단계에 속한다고 말했다.

단계분류는 가장 양호한 1단계에서 가장 심각한 5단계까지로 나뉜다.

짐바브웨 정부에서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현지인들은 인플레이션 문제를 10여년 전 식료품을 사러 갈 때 현금을 가득 실은 손수레가 필요했던 시기로 회귀할 수 있는 징후로 우려하고 있다.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전 대통령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전 대통령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NYT는 많은 사학자가 이처럼 어려운 상황이 닥친 것은 올해 9월 사망한 로버트 무가베 전 대통령의 '유산' 탓으로 돌린다고 소개했다.

무가베는 1980년부터 37년간 짐바브웨를 통치했고 부인 그레이스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주려고 시도하다가 2017년 11월 군부 쿠데타와 의회의 탄핵 절차에 직면한 뒤 사임했다.

무가베는 집권 기간 백인 소유의 토지 몰수를 비롯한 정책 실패, 만연한 부패 등으로 경제를 망가뜨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가베에 이어 에머슨 음낭가과 대통령이 짐바브웨를 2년 동안 통치했지만, 경제는 아직 회복되지 않고 있다.

짐바브웨에선 가뭄으로 옥수수 수확량도 절반으로 줄었다. 남아프리카의 기후변화도 부분적으로 짐바브웨의 복잡한 상황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엔의 긴급구호 부조정 업무를 하는 우르술라 뮐러는 즉각적인 지원 이외에도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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