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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민자 고속도로' 정책 20년 만에 폐기하나

송고시간2019-12-26 02:36

모란디 대교 붕괴 참사 업체 도로 운영권 박탈 법령 승인

의회서 박탈 의결되면 공기업이 임시 운영 맡을 듯

붕괴한 伊 제노바 모란디 다리 모습
붕괴한 伊 제노바 모란디 다리 모습

[EPA=연합뉴스]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작년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발생한 모란디 대교 붕괴 참사와 관련해 정부가 사고 책임이 있는 민간기업의 도로 운영권 박탈 수순에 들어갔다.

25일(현지시간) 현지 언론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23일 밤 내각회의에서 패션그룹 베네통의 인프라 자회사인 아틀란티아가 보유한 고속도로 운영권을 회수키로 하고 이에 따른 보상금 액수를 삭감하는 내용의 법령을 잠정 승인했다.

아틀란티아는 아우토스트라데 페르 리탈리아(이하 아우토스트라데)라는 자회사를 통해 이탈리아 전체 고속도로의 절반인 약 3천㎞ 구간의 운영권을 보유한다. 계약 기간은 2038년까지다.

이 운영권을 조기에 회수하려면 계약 위반에 따른 막대한 보상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유지·보수 부실 등 귀책 사유가 해당 업체에 있는 만큼 그 규모를 상당 부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법령이 시행되면 220억유로(약 28조3천505억원)로 추정되는 보상금 규모가 70억유로(약 9조206억원) 안팎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법령에는 아틀란티아의 운영권이 박탈될 경우 국영 도로관리업체인 ANAS가 임시로 해당 구간의 운영·관리를 맡는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주세페 콘테 총리는 일간 '일 메사제로' 24일자 지면에 실린 인터뷰에서 새 법령은 아틀란티아에 제공되는 불공정한 특혜를 없애겠다는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붕괴한 伊 제노바 모란디 다리 모습
붕괴한 伊 제노바 모란디 다리 모습

[EPA=연합뉴스]

이 이슈는 작년 8월 43명의 목숨을 앗아간 모란디 대교 붕괴 사고로 촉발됐다.

특히 사고 조사단이 올 8월 유지·보수 및 관리 부실이 교량 붕괴를 초래했다는 원인 분석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논란은 가열됐다.

보고서가 공개된 한 달 뒤 출범한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중도좌파 성향의 민주당 간 연립정부는 이를 토대로 아틀란티아의 고속도로 운영권을 회수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현지에서는 이참에 민자 고속도로 정책을 폐기하고 고속도로를 국영으로 되돌리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탈리아는 1999년 공기업의 막대한 부채 문제를 해소하고자 고속도로 운영·관리를 포함한 일부 사업 영역을 민영화한 바 있다.

이후 민간기업이 수익 확보에 몰두해 유지·보수를 외면하면서 도로 노후화 등 여러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는 비판론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다만, 아틀란티아에 대한 고속도로 운영권 박탈이 정부가 뜻한 대로 성사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에 마련된 법령이 시행되려면 의회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집권 여당이 상·하원의 과반을 점하고 있긴 하지만, 나머지 주요 정당들이 정부 방침에 난색을 보이고 있어 의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탈리아 최대 야당인 극우 정당 동맹을 비롯한 우파 세력은 민간기업에 대한 정부의 자의적인 사업권 박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일찌감치 등을 돌린 상태다.

마테오 렌치 전 총리가 민주당에서 탈당해 만든 중도 정당 '이탈리아 비바'(IV) 역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이슈에 대한 의회의 가부는 이르면 내년 1월께 결정될 전망이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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