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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2001년생] ② 격동의 21세기 지켜보며 자라…새해엔 '유권자'

송고시간2019-12-26 07:10

국정농단 사태 등 겪으며 사회에 관심…미투·조국사태로 성평등·공정성에도 민감

내년 총선서 유권자로 첫 투표…"공약 스스로 검토해 직접 후보 정할 것"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합동 분향소를 조문하는 학생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합동 분향소를 조문하는 학생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연합뉴스=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김철선 장우리 기자 = "세월호가 침몰하던 날 중학교 수련회 방에서 모두 울음을 터뜨렸어요."

"촛불집회 여러 번 나갔어요. 나중에 자식들에게 부끄러운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행동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선생님의 성차별적 말을 듣고도 참아 넘겼었지만,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 이후에는 침묵할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21세기의 첫해인 2001년 태어난 아이들이 곧 스무살 성인이 된다. 이들은 자라면서 세월호 침몰, 대통령 탄핵, 미투 운동 등을 교실과 현장에서 목격했다.

대한민국의 21세기를 뒤흔든 여러 사건이 2001년생의 가치관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내년 총선에서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이들에게 '격동의 21세기 초반'이 어떤 의미였는지 물었다.

2016년 촛불집회 참가한 학생들
2016년 촛불집회 참가한 학생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연합뉴스 자료사진]

◇ "세월호·국정농단 사태 계기로 사회문제에 관심 가져"

이들이 중학교 1학년이던 2014년 4월, 고등학생 250명을 포함해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 2001년생들은 당시 느낀 충격과 분노가 한국사회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박연우(18) 양은 "세월호 참사 이후 이기적이고 책임 회피에 급급한 어른들의 모습을 보며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나를 안 지켜준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느꼈다"며 "앞으로는 가만히 있지 않고 내 주장과 의견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남에서 대안학교를 나와 올해 '수능 거부'를 선언한 박경석(18) 군은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죽을 수 있겠구나, 저 사람들은 개인의 생명을 더하고 뺄 수 있는 종이 위의 숫자로만 생각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화가 났다"고 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거리 집회에 참가한 학생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거리 집회에 참가한 학생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는 "그 이후로 매년 4월 세월호 관련 활동에 참여했다"며 "중학교 때는 학교에서 세월호 추모 물품을 나눠주다 선생님한테 압수당하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헌정사상 최초의 현직 대통령 파면으로 이어진 국정농단 사태도 2001년생들에게 인상 깊은 경험으로 남았다.

서울의 한 일반고를 나와 대학 진학 예정인 김규현(가명·18)군은 "진보·보수를 떠나 연일 보도되는 대통령의 무능과 거짓말에 화가 났다"며 "2016년 겨울에 친구들과 촛불집회에 여러 번 나갔다. 나중에 자식들에게 부끄러운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행동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수십만 명이 촛불을 들고 한뜻으로 구호를 외치는 모습을 보며 책에서 배운 민주주의가 바로 이런 것임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고 했다.

대안학교를 나와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김가윤(가명·18) 양도 "촛불이 대통령 탄핵과 정권 교체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며 사회적 이슈에 눈을 뜨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도 공부하는 등 대한민국 구성원으로 해야 할 역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2018년 '스쿨미투' 집회에 참석한 학생들
2018년 '스쿨미투' 집회에 참석한 학생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음[연합뉴스 자료사진]

◇ "미투운동·조국 사태 보며 성평등 이슈·공정성에 민감"

2017년 말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폭력 폭로를 계기로 국내에 확산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은 2001년생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성별과 주변 환경에 따라 보고 느낀 것은 조금씩 달랐지만, 그동안 당연히 여기던 성차별 문제를 더 예민하게 되돌아보는 기회가 됐다는 점은 모두 긍정했다.

박연우 양은 "예전에는 간혹 남학생이나 교사들로부터 성차별적인 말을 듣고 기분 나쁜 적이 있었지만 '넘어가면 되지' 하고 참았다"며 "그러던 중 터져나온 미투 운동을 보면서 결코 침묵하기만 해서는 안 될 문제라고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내년 대학 진학 예정인 이해준(가명·18) 군도 "미투 이슈가 화제일 때 '이런 성차별적 요소가 우리 일상 속에 숨어있었구나'라고 느끼고 크게 놀랐다"며 "예전에 동성인 친구들과 장난치듯 성적인 이야기를 나눌 때가 있었는데, 미투 운동을 계기로 스스로를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많은 2001년생이 응시한 2020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00일도 채 남지 않았을 무렵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부정입학 논란이 불거졌다.

입시를 앞뒀던 2001년생들 역시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고 한다. 다만 이런 갈등이 교육 기회의 공정성을 높이는 본질적 논의로 이어지지 못해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유재연(가명·18) 양은 "입시비리가 사실이라면 분명 잘못된 일이고, 처벌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온 국민이 같은 사건에만 몰입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조국도 잘못했지만, 그를 질타하는 사람들에게도 똑같은 도덕적 잣대와 기준을 들이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수능·대입을 포기한 박경석 군도 "정유라 부정입학 사건에는 반발하면서 조 전 장관 딸의 부정입학 의혹에 입을 다물라는 소리는 '편들기'에 불과하다고 본다"며 "누구든 부정입학은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박 군은 "부정입학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입시의 공정성'을 이야기하지만 그 공정성은 결국 '정시냐 수시냐' 하는 논쟁"이라며 "누구를 어떻게 떨어뜨리고 차별할지에 대한 논쟁에 그쳐 아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배우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지 좋은 교육기관에서 배움을 누릴 수 있는 사회가 필요하다"며 "조국 논란이 입시 위주 교육환경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TV 제공]

◇ 2020 총선서 유권자로 첫 투표…'21세기 청년'이 바라는 미래는

'격동의 2010년대'를 목격한 2001년생들에게 2020년 총선은 처음으로 유권자가 되어 참여하는 선거다. 자기주관이 뚜렷한 세대가 처음 치르는 선거인 만큼 가치 있는 한표를 던지겠다는 각오도 남다르다.

인물이나 공약을 철저히 분석하겠다고 벼르는가 하면, 입시를 최근에 치른 세대답게 교육 문제를 투표 기준으로 두겠다는 이들도 있었다. 그간 살면서 목격해 온 한국사회의 지나친 경쟁과 특권 독점을 줄이는 데 투표권을 행사하겠다며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유재연 양은 "인터넷이나 언론에서 나오는 이야기에 의존하다 보면 휘둘릴 것 같다"며 "공약을 스스로 검토하고 직접 후보를 정하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김규현 군은 "자기가 살아온 길과 다르게 모순된 공약을 내건 사람들이 많았다. 전두환도 많은 사람을 죽였는데 '정의사회 구현'을 내세우지 않았느냐"며 "투표하면서 공약집에 나온 것만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지호(가명·18) 군은 "교육과정이 자주 바뀌는 불안정한 시기에 학교를 다니다 보니, 마치 정책 실험 대상이 된 것처럼 학생들만 혼란을 겪었다"며 "그래서 교육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나서는 후보자에게 투표하고 싶다"고 밝혔다.

박경석 군은 "학교 현장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가 전반적으로 무한 경쟁과 승자 독식을 추구하고 있다고 느꼈다"면서 "부와 혜택을 독점한 사람들을 향해 '가지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좀 내놓으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정치인과 정당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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