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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은행권, 키코 배상권고 받아들여 결자해지하는 게 도리다

송고시간2019-12-13 16:14

(서울=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외환파생상품인 키코(KIKO) 사태 발생 11년 만에 은행권에 배상을 권고했다. 키코 사태로 엄청난 손실을 본 중소기업들로서는 만시지탄이지만, 이제라도 피해구제의 길이 열린 것은 다행이다. 금융감독원은 13일 피해기업 4곳이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등 6개 은행을 상대로 낸 키코 분쟁 조정 신청과 관련해 전날 열린 분쟁조정위원회에서 15∼41%의 배상을 권고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은행들이 조정 결과를 수용하면 이들 기업은 피해액 1천500억 원 가운데 약 256억 원을 배상받을 수 있다. 분쟁조정위원회는 은행들이 키코 계약 때 손실 위험을 기업들에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은 상품 불완전판매로 손해배상 사유라고 봤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이익을 낼 수 있지만, 설정 범위를 벗어나면 계약액의 2∼3배까지 은행에 상환해야 하는 고위험 환 헤지 상품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로 환율이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기업들은 엄청난 손실을 봤다. 이번에 분쟁 조정을 신청한 4개 기업 외에도 비슷한 처지의 150여개 기업이 금감원의 배상 결정 결과를 기다렸다.

금감원의 이번 조정으로 피해 기업들이 바로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의 시효(10년)가 지나 배상을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정 결과를 해당 은행들과 피해 기업이 받아들이면 문제가 없지만, 어느 한쪽이 거부하면 조정은 성립하지 않는다. 이날 금감원의 조정 결과를 피해 기업은 수용했지만, 은행권은 유보적 태도를 보인다고 한다. 피해 기업들이 모두 배상을 요구할 경우 부담이 수천억 원에 달하는 데다 이미 법적 시효가 지난 배상을 할 경우 경영진이 배임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들의 입장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대법원도 지난 2013년 판결 당시 키코 계약의 불공정성이나 사기성은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불완전판매만큼은 인정했다.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상품을 잘못 팔아 고객에 입힌 손실을 배상해 고객 신뢰를 확보하는 것을 두고 배임에 해당한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은행들로서는 억울하다고 할지 모르나 일본과 영국에서도 키코와 비슷한 파생상품의 불완전판매로 발생한 기업 피해를 법적 시효와 관계없이 배상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험성이 높은 상품을 거래 기업들에 권고해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만큼 해당 은행들이 결자해지해야 할 것이다.

2008년 발생한 키코 사태로 730여개 기업이 크고 작은 피해를 봤고 전체 손실 규모는 3조3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손실을 감당하지 못한 기업들의 줄도산이 이어졌고 지금도 수많은 기업이 고통받고 있다. 배상 조정이 이렇게 늦어진 것은 대법원의 판결을 빌미로 나 몰라라 한 과거 금융당국의 잘못이 크다. 좀 더 서둘러 구제에 나섰더라면 피해 기업들의 고통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배상 권고만으로 손을 놓을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은행들을 설득해 다른 피해 기업에 대해서도 조정 범위 내에서 배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키코와 최근의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겪으면서 절실한 것은 금융기관의 도덕성과 내부 통제시스템이다.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고객을 이익 추구의 대상으로만 보는 영업 행태를 바로 잡지 않고서는 금융권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는 요원하다. 같은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금융권과 감독 당국의 대오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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