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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Abroad] 탄자니아 ④ 동아프리카의 보석 잔지바르

(잔지바르=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잔지바르(Zanzibar)는 론리 플래닛의 '2020년 최고의 가성비 여행지 Top 10'에 선정된 곳이다.

'동아프리카의 보석'이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이 지역은, 동시에 과거 동아프리카 노예무역의 전진 기지라는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탄자니아의 경제수도로 불리는 다르에스살람(Dar es Salaam)에서 페리를 타고 잔지바르에 도착하니 외국인들은 여권에 입국 스탬프를 다시 찍어야 했다. 잔지바르는 탄자니아의 자치령이기 때문이다.

잔지바르로 가려면 다르에스살람의 아잠 마린 페리(Azam Marine Ferry) 항구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곳은 매우 혼잡스러워서 소지품 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짐꾼들이 페리 앞까지 짐을 옮겨준다. 페리에 승선한 뒤 호기심에 갑판 위로 올라가 봤는데 탁 트인 하늘 아래 전통 배인 도우(Dhow)가 유유히 지나간다. 바깥 갑판 위 좌석이 훨씬 상쾌하게 느껴진다.

낡았지만 아기자기한 스톤타운의 가게들 [사진/성연재 기자]
낡았지만 아기자기한 스톤타운의 가게들 [사진/성연재 기자]

◇ 스톤타운

입국 심사대를 거쳐 나오니 잔지바르인 안내인 한 명이 반갑게 인사한다. 현지 가이드인 탈리브 새반 라잡 씨다.

그를 따라 도시를 거닐다 보니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닌 식민지 시대의 흰색 건물들이 즐비하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스톤타운(Stone Town)이다.

잔지바르는 과거 포르투갈, 오만, 영국 등의 지배를 받았는데, 건축 양식도 이들 나라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16세기 초 아프리카에 진출한 포르투갈인들은 각 해안에 거점 항구를 만들고 노예를 선박에 태워 본국으로 보냈는데, 그 거점 항구 중 한 곳이 바로 잔지바르다.

미로처럼 얽힌 골목길에는 오만 점령 때 지어진 고색창연한 아랍풍 석조 건축물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스톤타운 안에는 모스크만 83곳이 있는데, 불교 사찰(5곳)과 유대교 회당(1곳)도 있다.

◇ 노예무역 전진 기지

노예들을 묶었던 쇠사슬 [사진/성연재 기자]
노예들을 묶었던 쇠사슬 [사진/성연재 기자]

포르투갈인들의 점령으로 노예무역이 시작됐다. 17세기 오만의 술탄이 건너와 포르투갈인들을 몰아내고 이 지역을 점령했지만, 노예무역은 계속됐다.

술탄은 자신들의 수도였던 무스카트(Muscat)를 버리고 잔지바르를 수도로 삼았다. 이후 영국인들이 이 땅을 점령하면서 노예시장의 문을 닫아버렸다. 1873년의 일이었다.

탐험가 리빙스턴의 간곡한 호소가 영국인들을 움직였다고 안내인 라잡 씨가 말했다.

잔지바르의 스톤타운 한가운데 포르투갈인과 아랍인들이 운영하던 노예시장 옛터가 있었다. 당시 노예들이 머물던 지하방 2곳이 공개돼 있다. 방바닥에는 노예들을 묶어놓았던 쇠사슬이 보인다.

경매가 이뤄지기 전 하루가량 노예들이 머무르던 방이다. 여성들과 어린이들이 있던 방은 정원이 75명이다. 다른 한 곳은 남자 노예 50명이 머물렀다고 한다.

잔지바르에서 400년 동안 노예무역을 통해 팔려나간 노예의 숫자는 100만 명이 넘는다.

노예무역이 폐지된 1873년 영국인들은 노예시장이 있던 이 자리에 잔지바르 대성당을 지었다.

◇ 프레디 머큐리 생가

프레디 머큐리의 생가 [사진/성연재 기자]
프레디 머큐리의 생가 [사진/성연재 기자]

그룹 퀸의 리드 보컬인 록 가수 프레디 머큐리. 그의 본명은 파루크 바루사라(Farrokh Bulsara)다.

1946년 영국 총독부 공무원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여덟 살에 인도 뭄바이로 유학을 하기 전까지 잔지바르 스톤타운에서 살았다.

그가 태어나고 자란 건물은, 인근에 있던 템보 호텔이 2002년 사들여 현재 객실로 활용하고 있다.

170달러(약 20만원)가량을 주면 프레디 머큐리의 방에서 1박을 할 수 있다.

아쉽게도 이곳을 방문했을 때에는 누군가 투숙을 하고 있어 내부를 들여다보지는 못했다.

비교적 넓은 도로를 접하고 있는 이 3층짜리 건물은 현재 '머큐리 하우스'로 불린다.

무슬림이 99%를 차지하는 잔지바르 사람들은 양성애자로 알려진 머큐리를 달가워할 수 없었다. 출생지에서 존재감이 미미한 이유이기도 하다.

◇ 스파이스 투어

스파이스 투어에서 접한 생 계피 [사진/성연재 기자]
스파이스 투어에서 접한 생 계피 [사진/성연재 기자]

잔지바르를 유명하게 만든 것 중에는 향신료도 빼놓을 수 없다.

향신료 농장을 둘러보는 여행 상품을 스파이스 투어(Spice Tour)라고 하는데, 후추와 바닐라, 콩 등 다양한 향신료 열매를 맛보고 냄새를 맡아보는 프로그램이다.

잔지바르 향신료는 세계적으로도 품질이 좋기로 이름나 있다.

농장 한군데를 들러 향신료 투어를 다녔다. 안내인을 따라 1시간가량 정신없이 다니다 보니 어느새 투어가 끝났다.

잔지바르에서 향신료 투어를 할 수 있는 농장은 10여 곳에 이른다.

◇ 아름다운 해변

템보 호텔 앞 해변에서 이슬람 여성들이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사진/성연재 기자]
템보 호텔 앞 해변에서 이슬람 여성들이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사진/성연재 기자]

세렝게티에서 초원의 사파리를 즐겼다면, 이곳 잔지바르에서는 바다의 사파리를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서는 '블루 사파리'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하루 동안 배를 빌려 이곳저곳 아름다운 곳을 감상하고 스노클링을 하는 등 아름다운 잔지바르의 바다를 온몸으로 즐기는 프로그램이다.

활발한 액티비티보다 잔잔한 바닷가에 누워 선탠하거나 가족끼리 즐거운 해변 투어를 하고 싶다면 섬 북서부에 있는 켄드와 해변(Kendwa Beach)이나 북부에 있는 넝위 해변(Nungwi Beach)을 찾는 것도 나쁘지 않다.

석양을 배경으로 점프하는 마사이족 [사진/성연재 기자]
석양을 배경으로 점프하는 마사이족 [사진/성연재 기자]

백사장이 아름다운 두 해변에는 최고급 리조트들이 자리 잡고 있다.

켄드와 해변을 찾았을 때는 마침 붉은 노을이 하늘을 수놓고 있을 때였다. 가족 단위, 또는 연인들이 해변에서 평화롭게 낙조를 즐기고 있었다.

그 속으로 전통 복장을 한 한 무리의 마사이족이 해변을 거니는 모습이 보인다. 붉게 타오르는 석양과 그 아래 건강미 넘치는 마사이족들의 모습은 잔지바르를 떠올릴 때 잊히지 않는 한 장면으로 남을 듯하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0년 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polpori@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0/01/11 08:0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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