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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Abroad] 탄자니아 ① 진짜 야생이 있는 곳, 세렝게티

(아루샤[탄자니아]=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탄자니아는 아프리카 여행의 백미다. '동물의 왕국' 세렝게티 국립공원과 응고롱고로 분화구 국립공원,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산을 품고 있다. 에메랄드빛 바다로 이름난 잔지바르도 빼놓을 수 없다.

막 진흙 목욕을 마친 코끼리 [사진/성연재 기자]
막 진흙 목욕을 마친 코끼리 [사진/성연재 기자]

◇ 세렝게티

숱한 다큐멘터리와 영화, 뉴스로 접했던 세렝게티(Serengeti)를 다녀왔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TV를 통해 화면으로 접하는 것이 훨씬 안락하고 편안하고, 무엇보다 확실하게 모든 것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 멀고 험한 아프리카를 값비싼 비용을 치르면서 다녀오는 이유는 뭘까. 그곳에서 '리얼한' 야생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사이족 언어로 '끝없는 평원'을 뜻하는 세렝게티는 면적이 1만4천750㎢에 이르는 탄자니아 북서부의 거대한 자연보호구역이자 국립공원이다.

우리나라의 경상북도 정도 되는 크기다. 세렝게티 여행의 최적기는 우기를 지난 뒤 새싹이 자라는 6∼9월과 1∼2월이다. 초식 동물들의 출산기도 이때다.

노을과 마사이족 [사진/성연재 기자]
노을과 마사이족 [사진/성연재 기자]

◇ 세렝게티의 관문 아루샤

비행기 착륙 도중 왼편 창문을 통해 검은 산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렇게 높은 고도의 산이라면 혹시…'

맞았다. 착륙 후에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니 킬리만자로라고 한다. 운이 좋았다. 게다가 사진까지 찍는 데 성공했다.

세렝게티를 가려면 킬리만자로산 인근에 있는 킬리만자로 공항을 통해 아루샤(Arusha)로 들어가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인구 27만 명의 아루샤는 메루산과 킬리만자로산 사이에 있는 평균 고도 1천400m의 고원 도시다.

이번 여행에서는 에티오피아 직항편인 에티오피아 항공(ET)으로 인천에서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까지 간 뒤 이곳에서 킬리만자로 공항으로 이동했다.

'아프리카로 가는 직항편이 있다니…' 생각보다 아프리카가 가깝게 느껴졌다.

킬리만자로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륜구동 차량에 올랐다. 이곳에서 아루샤를 거쳐 다섯 시간 정도는 달려야 세렝게티를 만날 수 있다.

중간에 반드시 지나야 하는 응고롱고로(Ngorongoro) 자연보호구역 입구까지는 왕복 2차선 포장도로로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다.

아루샤 시내에서는 마사이족이 많이 눈에 띈다. 마사이족은 19세기 남아공의 줄루족이 침입해 왔을 때 이들을 막아낸 용맹한 부족이다.

◇ 와일드한 게임 드라이브

사파리에 나선 관광객들 [사진/성연재 기자]
사파리에 나선 관광객들 [사진/성연재 기자]

'게임 드라이브'(Game Drive)로 불리는 사파리 투어는 사륜구동차를 타고 밀림으로 들어가 야생동물들을 관람하는 것을 말한다. 사파리는 스와힐리어로 '여행·탐험'을 의미한다.

동시에 이 투어는 야생동물을 찾아다니면서 끝없는 비포장도로와 먼지와도 싸워야 한다.

응고롱고로 전망대를 벗어나니 기나긴 비포장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비포장도로를 시속 60㎞ 이상 질주하다 보니 흙먼지가 자연스럽게 차량 내부로 들어온다. 차량 뚜껑을 뜯어 놓았기 때문에 먼지는 피할 길이 없다.

사이좋은 기린 부부 [사진/성연재 기자]
사이좋은 기린 부부 [사진/성연재 기자]

메마른 먼지 속에서도 야생 생물은 떼를 지어 다닌다.

이런 길을 2∼3시간 달리면 잡목이 간헐적으로 눈에 띈다. 숱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봤던 세렝게티가 나타난 것이다.

TV에서 보듯 그렇게 쉽게 야생동물이 보이지는 않는다. 그야말로 야생 아닌가. 눈에 띄면 죽고 죽임을 면치 못하는 것이 야생이다.

다큐멘터리는 편안히 집에 앉아 야생동물을 바라볼 수 있는 콘텐츠지만, 게임 드라이브는 풀풀 나는 먼지를 온몸에 뒤집어쓴 채 야생동물들을 찾아다녀야 하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이런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세렝게티를 가는 이유는 충분하다.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거리에서 이동하는 얼룩말들, 차량 앞을 가로질러 가는 기린, 웅덩이에서 자리다툼을 하는 하마 떼, 차창 바깥에서 하품하는 사자를 만나는, 그야말로 스릴 넘치는 모험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자리다툼 하는 하마들 [사진/성연재 기자]
자리다툼 하는 하마들 [사진/성연재 기자]

사자, 표범, 코끼리, 버펄로, 코뿔소를 '빅 파이브'라고 부르는데, 사파리 도중 빅 파이브를 다 보지 못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이들이 나타나는 곳은 사파리 차량이 득달같이 달려와 치열한 촬영 경쟁을 벌인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차량에 탄 사람들은 운 좋게 동물을 자세히 볼 수 있지만, 그 뒤쪽에 정차한 차량은 자칫 뒷모습만 보기도 한다.

그래도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면 어느새 차례가 돌아온다. 자연이 벌이는 거대한 야생 버라이어티쇼에 직접 초대받는 것이다.

◇ 숨 막힐 듯한 고요…그리고 사냥

세렝게티 체험 이틀째 오후, 전날처럼 평온한 게임 드라이브였다. 이틀째였기에 이제 차창 밑으로 지나가는 사자나 코끼리도 익숙해진 느낌이다.

길가에 암사자 한 마리가 나타났고 수많은 사륜구동 차량 사이로 암사자는 나른한 표정을 지으며 돌아다닌다.

사파리 차량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사자 [사진/성연재 기자]
사파리 차량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사자 [사진/성연재 기자]

많은 차가 몰렸고 관광객들은 암사자의 하품하는 모습을 촬영하며 재잘거렸다.

그런데 차량 주위에서 늘어져 있던 암사자는 어느새 사륜구동 차량 뒤 모퉁이로 다가가 서 있었다. 차량 내부에서 나지막이 "사냥한다"는 말이 들려왔다.

순간 사자의 뒷발에 긴장감이 느껴진다. 숨 막힐 듯한 고요가 찾아왔다. 즉시 렌즈를 400mm로 바꿔 끼고는 암사자가 움직이기를 기다렸다.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장면들이 떠올랐다. '사자가 톰슨가젤 목을 낚아채면 속사로 그 장면을 찍어야지'

그런 상상을 몇 초나 했을까. 순식간에 사자의 모습이 사륜구동 차량 뒤로 사라졌다.

차량 몇 대가 앞에 있었기 때문에 시야각이 좁은 400mm 망원렌즈로 사자의 모습을 쫓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이럴 때는 여느 때처럼 대상물을 추적하면 안 된다.

보통 사진을 찍을 때는 오른쪽 눈으로 파인더를 바라보고 왼쪽 눈은 감아야 하는데, 이때는 양쪽 눈을 동시에 떠야만 한다.

망원렌즈를 바라보는 오른쪽 눈은 사진기 내 장면을 주시해야 하며, 왼쪽 눈은 전체를 조망해서 재빨리 사자의 위치를 찾아야 한다.

마치 축구 경기 취재를 하러 간 사진기자가 코너킥을 촬영해야 할 때와 비슷한 순간이다.

먹이를 노려보는 사자 [사진/성연재 기자]
먹이를 노려보는 사자 [사진/성연재 기자]

공이 어느 선수 머리 위로 떨어지는지 왼쪽 눈으로 정확하게 잡아내지 못하면 사진을 찍을 수 없다.

순간 사자가 차량 뒤에서 나오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러나 사자는 곧바로 멈춰서 버린다. '대체 왜?'

의아해서 고개를 들어 보니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던 톰슨가젤 떼는 사자가 튀어나옴과 동시에 용수철처럼 튀어 수십m 뒤로 물러나 있었다. 딱 그만큼, 사자가 쫓아오기 힘들 정도까지만 물러난 것이다.

마치 스포츠 경기의 룰을 지키듯이 야수와 먹이 떼는 정확한 간격을 유지한 채 멈춰 섰다. 탄식이 흘러나왔다.

사자를 좇던 사람들도 차량에 가려 사자를 제대로 보지 못했고, 사자도 사냥에 실패했다.

아쉬움은 컸지만, 포식자와 먹이 사이에 오케스트라와도 같은 일사불란한 움직임은 큰 여운을 줬다.

망원렌즈로 촬영하는 관광객 [사진/성연재 기자]
망원렌즈로 촬영하는 관광객 [사진/성연재 기자]

◇ 400mm 망원렌즈가 필요한 이유

처음에는 욕심을 내서 400mm 망원렌즈를 갖고 간 이유를 찾지 못했다.

사자는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고, 코끼리는 너무 멀리 떨어진 데다 떼로 뭉쳐져 있어 렌즈 운용이 까다로웠다.

그때 저 멀리 족히 200m가 넘는 거리에 있던 작은 웅덩이에서 새끼 코끼리 한 마리가 막 땅 위로 올라오는 장면이 맨눈으로 보였다.

멀리 있었지만, 구덩이에서 진흙 목욕을 한 뒤 땅 위로 올라오는 모습이었다.

정확한 위치 가늠이 어려웠다. 다시 양쪽 눈으로 코끼리를 찾는 순간 프레임 속으로 아기코끼리 한 마리의 모습이 들어왔다.

셔터를 눌렀고 커다란 나무를 배경으로 아기코끼리가 진흙 목욕 후 반들거리는 모습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운 좋게 담을 수 있었다.

◇ Information

[교통]

아프리카 직항편이 지난해 취항하면서 여행이 다소 편리해졌다.

에티오피아 직항편인 에티오피아 항공(ET)이 주 5회(월·화·수·목·토) 인천에서 아디스아바바까지 운항한다. 약 12시간이 소요된다.

기종도 습도와 기압 조절 기능이 탁월한 드림라이너 787-8로 쾌적하다.

아디스아바바에서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공항까지는 비행기로 2시간 30분가량 걸린다.

중동 등을 경유하는 항공편보다 에티오피아에 도착한 뒤 연결편을 이용하는 것이 비행시간이 짧아 피로도가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킬리만자로 공항에 내린 에티오피아 항공 여객기 [사진/성연재 기자]
킬리만자로 공항에 내린 에티오피아 항공 여객기 [사진/성연재 기자]

[기후·시차]

고원 지역인 세렝게티와 응고롱고로의 연평균 기온은 섭씨 15∼27도다.

세렝게티는 오전과 야간에는 쌀쌀한 경우가 많아 패딩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잔지바르의 기온은 섭씨 21∼29도다. 한국과의 시차는 6시간이다.

[비자]

우리나라 국민이 탄자니아를 방문하려면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탄자니아는 지난 10월부터 전자비자 발급제도를 도입해 비자 발급이 편리해졌다. 발급 비용은 50달러다.

비자 사이트 : https://eservices.immigration.go.tz/visa/

[황열병 예방접종 필수]

탄자니아에 입국하려면 황열병 예방접종을 받고 이 증명서를 챙겨야 한다. 입국 10일 전에 접종을 받아야 한다.

황열병 예방접종 증명서가 없으면 공항에서 벌금 50달러를 내야 한다.

말라리아 예방약은 권고 사항이다.

세렝게티 관문 [사진/성연재 기자]
세렝게티 관문 [사진/성연재 기자]

[입장료]

탄자니아 정부는 1951년부터 세렝게티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공원으로 들어가려면 외국인 1인당 71달러(약 8만원), 차 한 대당 35달러(약 4만원) 상당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 (단체여행의 경우 여행 경비에 포함)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0년 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polpori@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0/01/11 08:0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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