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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지하상가 불법 재임차 관행에 철퇴 가하려다 제동

송고시간2019-12-11 13:35

인천시의회, 불법 전대행위 유예기간 늘린 수정안 가결

부평지하상가
부평지하상가

[인천시 부평구 제공]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인천 지하상가의 고질적인 병폐인 점포 재임차 관행을 끊기 위한 시도가 임대업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다.

11일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 15개 지하상가 3천579개 점포 중 2천888개(87%)는 임차인이 재임차(전대)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등 상위법에 배치되는 불법 행위다. 시 자산인 지하상가를 임대업자와 상인 간에 임의로 거래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런 전대 방식으로 개인이 챙긴 부당이득이 연간 459억원에 이른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도 지난 7월 나왔다.

이같은 불법 행위가 관행처럼 이어진 것은 인천시에도 책임이 있다.

인천시는 2002년 지하상가 관리 운영조례를 제정할 당시 지하상가의 재위탁과 전대를 허용하는 조항을 담았다.

1970년대 초반부터 형성된 지하상가의 기존 임차인들이 기득권 보호를 요구하는 데다 재정부담이 큰 지하상가 보수 비용을 상가 민간관리법인이 부담하는 점 등을 고려한 고육지책이었다.

그러나 시 조례가 상위법을 위배한다는 점 때문에 행정안전부·국민권익위·감사원은 2007년부터 계속 인천시에 지하상가 관리 개선을 요구해 왔다.

17년 가까이 지하상가 점포 전대 행위를 묵인해 온 인천시는 결국 정부 권고에 따라 뒤늦게 지하상가 임차권 양도·양수·전대를 금지하고, 유예기간을 적시한 개정 조례안을 마련해 시의회에 제출했다.

인천시의회는 그러나 지난 10일 건설교통위원회 상임위 심의에서 인천시의 개정 조례안을 대폭 수정해 가결 처리했다.

인천시의 당초 개정안과 시의회가 수정 가결한 개정안을 비교하면 지하상가 점포 전대 행위를 처벌하지 않는 유예기간을 대폭 늘려놓은 것이 특징이다.

인천시는 양도·양수·재임대 유예기간을 2년으로 제시했지만 시의회는 5년으로 늘려 수정 가결했다.

또 계약 기간이 5년 이하로 남은 상가의 임차권 보호 기간도 조례시행일로부터 5년간만 보호하려 했지만, 시의회는 5년을 더 늘려 10년간 임차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조례를 수정했다.

시의회는 상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유예기간을 늘렸다는 입장이지만, 지역구에 대형 지하상가를 둔 시의원들이 상인과 임대업자의 요구를 지나치게 수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정 조례안 심의 당일에도 임대업자와 상인 수십여명은 시의회에 찾아가 전대 행위를 위축시키는 조례 제정에 반대했다.

상인들은 수십년간 시설 개보수 비용을 직접 부담하며 상권 발전을 이뤄내 인정받은 권리를 시가 갑자기 빼앗으려 한다며 반발했다.

인천지하상가 '전대금지' 조례 개정에 상인 반발
인천지하상가 '전대금지' 조례 개정에 상인 반발

(인천=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2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부평구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인천지하상가 조례 개정 공청회에서 상인들이 조례 개정에 반대한다는 내용이 담긴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19.5.2 hong@yna.co.kr

인천시는 행정안전부·감사원과 협의를 거쳐 유예기간을 최대한 길게 끌어내 개정안을 마련했는데도, 시의회에서 불법행위 유예기간을 대폭 늘려준 수정안을 가결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조례가 법률에 위배되고 공익을 침해할 경우 행정안전부 또는 지방정부는 지방의회에 재의(再議)를 요구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조례를 둘러싼 진통은 계속될 전망이다.

시의회가 재의를 요구받고도 기존 수정 조례를 가결하면 인천시는 대법원에 '조례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계약 기간 만료가 임박하는 지하상가들은 계약 연장 없이 보호 대책을 받지 못하고 인천시가 행정대집행을 통해 영업을 중단시킬 수 있게 된다.

당장 내년 2월 인현지하상가, 4월 부평중앙지하상가, 8월 신부평지하상가 등이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어 영업이 계속 가능할지 관심이 쏠린다.

인천시 관계자는 "현재 임차인을 보호하고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조례안 원안대로 개정해야 한다는 점을 요청했는데 결국 수정 조례안이 통과됐다"며 "시 입장에서는 재의를 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건교위가 수정 가결한 개정안은 오는 13일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될 예정이다.

iny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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