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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육군 조병창] 전국에 널린 일제 수탈의 유적…'보존 vs 철거'

송고시간2019-12-11 07:15

일제 유적 보존 여부에 이견 분분…'다크투어리즘' 활용사례는 증가

미쓰비시 줄사택
미쓰비시 줄사택

[인천시 부평구 제공]

(전국종합=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내년이면 광복 75주년을 맞이하지만 일제 수탈 유적의 보존 여부를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전국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우선 인천에서는 일제 강제동원 노동자들의 합숙소로 쓰였던 '미쓰비시 줄사택' 철거를 놓고 찬반 논란이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다.

미쓰비시 줄사택은 1940년대 건립된 건물로 일본육군 조병창에 군수물자를 공급하는 하청기업인 미쓰비시제강 인천제작소의 노동자들의 숙소였다.

부평구는 주민 공동이용시설과 행정복지센터를 짓기 위해 작년 12월 이후 줄사택 9개 동 중 3개 동을 철거했다.

해방 후 첫 공개…강제동원 피해상징 '일본육군 조병창'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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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중 4개 동은 다른 장소로 옮겨 복원할 계획이지만 2개 동 처리 방안은 아직 정하지 못했다.

인근 주민들은 도시 미관을 해치는 낡은 주택이 도심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어 지역 개발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철거를 요구한다.

하지만 지역 학자들은 줄사택과 인근 일본육군 조병창 등 유적이 아픈 역사의 흔적을 넘어 반전 평화교육의 현장이라는 점에서 한국 사회의 또 다른 자산이라며 보존 필요성을 역설한다.

여기에 인천고 학생 519명도 줄사택 철거를 막고 기념관을 조성해 달라는 단체 서명부를 자발적으로 준비해 지난달 차준택 부평구청장에게 전달하는 등 줄사택 보존을 둘러싼 찬반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복원 찬반 논란 충주 조선식산은행
복원 찬반 논란 충주 조선식산은행

[충주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충북 충주의 조선식산은행 건물도 비슷한 논란을 겪고 있다.

충주시는 1933년 건립된 은행 건물을 문화재청이 등록문화재로 지정하자 복원을 결정하고 근대유물 자료를 전시하는 근대문화전시관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는 지난 9일에도 기자회견을 열어 "아픈 역사도 역사인 것은 맞지만, 지배와 수탈의 도구로 사용된 곳은 침략과 수탈을 미화할 우려가 있다"며 복원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경기 안양 옛 서이면사무소도 굴곡진 역사에서 비롯된 갈등이 2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는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면사무소 건물을 2001년 1월 경기도문화재자료 제100호로 등록하고 복원작업을 벌여 2003년 일반에 공개했다.

그러나 복원 과정에서 경술국치를 정당화하고 찬양하는 내용의 글이 상량문에서 발견된 후 문화재 지정 해제와 이전 요구 여론이 현재까지도 가라앉지 않은 상황이다.

피서지로 인기 끄는 광명동굴
피서지로 인기 끄는 광명동굴

(광명=연합뉴스) 조보희 기자 = 한 여름 피서장소로 인기를 끄는 광명동굴. 일제시대 금은동을 채굴하다 폐광돼 한 동안 새우젓 저장고로 활용됐고 광명시가 매입해 유료 광광명소로 변신했다. 2019.7.5

이처럼 철거와 보존 여론이 대립하는 곳이 적지 않지만 수탈 유적을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 관광지로 조성, 비극적인 역사의 현장에서 교훈을 얻는 사례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경기 광명동굴은 일제 수탈의 현장이지만 광명시가 2011년 매입한 후 와인 레스토랑과 공연장을 갖춘 동굴 테마파크로 개발해 지금은 연간 100만명 이상이 다녀가는 관광명소로 탈바꿈했다.

광명동굴 입장료 수익의 일부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쓰여 작년에는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경기 광주 나눔의 집에 5천600만원이 전달되기도 했다.

전북 군산도 일본 제18은행 군산지점, 옛 조선은행 군산지점, 월명·신흥동 내 400여채의 근대건물과 적산가옥을 묶어 수탈 실상과 저항정신을 알리고 애국심을 고취하는 체험·교육 관광지로 조성했다.

인천 방공호 10여개 조사
인천 방공호 10여개 조사

[인천시립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전국에 널려 있는 수탈 유적 상당수는 여전히 무관심 속에서 방치와 훼손 상태에 놓여 있다.

인천만 해도 일제 강점기에 설치된 방공호의 수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 실체와 위치에 대한 조사가 정식으로 이뤄진 적이 없다.

인천시립박물관이 최근 방공호 10여곳의 위치와 관리 상태를 파악했지만 상당수의 다른 방공호는 도시 재개발 사업 때 함몰되거나 통째로 매몰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유동현 인천시립박물관장은 "흔적들을 지워버리면 증거를 잃어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아픔을 기억하고 후세에 교훈적 가치를 전해야 하는 기억 유산으로 방공호를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 관장은 이어 "네거티브 문화재를 지역 유산으로 보호하고 보존해야 하는지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전국 수탈 유적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전수 실태조사를 시행하고, 조사 결과 가치가 있는 유적으로 판단된다면 주민 동의를 얻어 보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정혜경 '일제강제동원 & 평화연구원' 박사는 "우리 주변에는 일본의 침략을 받았던 역사와 전쟁의 잔재들이 너무도 많다"고 소개했다.

정 박사는 이어 "마음 불편한 어두운 역사와 만나야 하는 가슴 아픈 현장이지만 평화를 위한 귀중한 자산으로 활용하며 영원히 기억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iny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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