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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에게 묻다] 조기위암엔 무조건 내시경절제술?…"적합한지 따져봐야"

'림프절 전이 가능성' 없어야 내시경절제술로 위암 치료 가능
적합 대상 아닌데 내시경절제술 받으면 재발·전이 위험 커질 수도

(서울=연합뉴스) 송교영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위암센터장, 김길원 기자 = #. 지난 9월 A병원에서 조기 위암으로 진단받은 김모(48·여)씨는 내시경으로 암 부위를 잘라내는 '내시경점막하박리술'(ESD)을 받았다. 그런데 최종 조직검사에서는 암세포가 점막까지 침범한 2㎝ 크기의 반지세포암으로 진단됐다. 의료진은 추가 수술이나 치료 없이 추적 검사만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결과지를 가지고 B병원을 찾은 김씨는 '멘붕'에 빠졌다. B병원의 의사는 A병원과 달리 위의 일부를 잘라내는 외과적인 절제술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낸 것이다. 김씨는 어떤 치료법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위암을 진단받은 많은 환자가 위를 잘라내는 수술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최근에는 김씨처럼 내시경절제술과 수술 중 하나를 결정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치료법은 위암의 진행 정도, 환자의 나이나 전신상태, 동반 질환 유무 등에 따라 가장 적절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암은 최근 감소 추세에 있지만, 여전히 국내 발병률 1위의 흔한 암이다. 특히 60세 중반 남성에게 발병이 잦지만, 젊은 연령이나 여성의 발병도 만만치 않은 편이다. 19세기 후반 빌로스라는 외과 의사가 위절제술에 처음 성공한 이후 위암 치료의 근간은 위를 잘라내는 '광범위 위절제술'이었다.

위절제술 과정은 크게 3단계로 나뉜다.

1단계로 위암 부위를 포함해 위의 3분의 2 내지 전체를 잘라내고, 2단계로는 위 주변에 퍼져 있는 림프절(임파선)을 충분히 들어낸다. 3단계는 남은 위를 십이지장이나 소장에 안전하게 연결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위 전체를 잘라내면 식도에 소장을 연결하게 되고, 병의 진행 정도에 따라 주변 장기를 동반 절제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은 명치 끝에서 배꼽 아래에 이르기까지 길게 절개한 다음 이뤄졌다.

조기 위암을 내시경절제술로 절제한 표본 사진
조기 위암을 내시경절제술로 절제한 표본 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 조기 위암 늘면서 최소침습수술 발전…로봇 수술도 활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암 검진 시스템의 적용으로 40대 이후 내시경 검사가 보편화하면서 조기 위암 발견이 늘었다. 위암의 상당수가 비교적 초기에 발견되거나 암 전 단계인 '위선종'으로 진단돼 치료 결과도 크게 좋아졌다.

이는 위암 치료의 방향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았다. 조기 위암은 비교적 덜 광범위한 절제술로도 예후가 좋다는 여러 연구 결과가 더해지면서 가능한 한 덜 째는 수술, 가능한 한 덜 자르는 수술, 가능한 한 최소화하는 림프절 절제술이 보편화했다.

이런 수술이 바로 복강경 위절제술로 대변되는 '최소침습수술'이다. 기존처럼 길게 절개하지 않고 1㎝ 안팎의 구멍을 4∼5개 뚫고 긴 기계를 삽입해 수술하게 되므로 수술 후 통증이 작고 회복이 빠르다. 또 상처 감염 등 부작용이 적으면서도 수술 후 장기생존율이 기존 개복수술과 다르지 않다.

최근에는 의료용 로봇을 이용한 위암 수술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크게 확대된 시야를 제공하고 수술 중 손 떨림을 보정하는 등 보다 정교하고 안전한 장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 위암 부위 도려내는 '내시경절제술' 급증…'림프절 전이' 가능성 살펴야

여기서 더 나아간 게 내시경절제술이다. 내시경절제술은 말 그대로 수술을 해서 위를 잘라내는 것이 아니고 수면내시경을 하면서 위암 덩어리를 포 뜨듯이 잘라내는 치료를 말한다. 위암 부위를 약간의 경계를 두고 박리하듯이 떼어 낸다고 해서 내시경점막하박리술이라고도 한다. 이 시술은 지난 20여년간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해왔다.

이 시술은 위암 치료에 있어 획기적인 발전이라 할 수 있다. 전신마취나 수술 없이 위를 고스란히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기 위암 환자가 이런 내시경치료를 고려할 때 핵심은 '림프절 전이 가능성'이다. 즉, 림프절 전이 가능성이 거의 없는 환자에게만 시행돼야 하는 치료법인 셈이다.

현재 조기 위암 내시경절제술의 대상이 되는 '절대적응증'은 ▲ 점막에 국한된 분화도가 좋은 암 ▲ 크기가 2㎝ 이하인 암 ▲ 궤양이나 궤양 흔적이 없는 암 ▲ 세포의 림프·혈관 침범이 없는 암 ▲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에서 림프절 전이가 없는 경우 등이다.

최근에는 내시경절제술의 적응증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확대적응증에 해당하는 경우는 ▲ 병변의 크기와 관계없이 궤양이 없고 분화도가 좋은 점막암 ▲ 궤양이 있더라도 크기가 3㎝ 이하면서 분화도가 좋은 점막암 ▲ 크기가 2㎝ 이하이고 궤양이 없으면서 분화도가 나쁜 점막암 ▲ 점막하 침윤 깊이가 500μm(SM1) 이하면서 분화도가 좋은 선암이다.

예를 들어, 분화도가 나쁜 '반지고리 세포암'이지만 암의 크기가 1㎝로 매우 작고 점막에 국한한 경우라면 내시경 절제술을 해볼 만하다는 의미다.

다만, 일부 대학병원에서 확대적응증을 적용해 내시경 절제술을 확대 시행하고 있지만, 아직 충분한 경험과 문헌적인 근거는 부족하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다.

1기 위암에 위전체절제술을 시행한 후의 표본 사진
1기 위암에 위전체절제술을 시행한 후의 표본 사진 [서울성모병원 제공]

◇ 적합 대상이 아닌데도 내시경절제술 받으면 재발·전이 위험

너무 고령이거나, 심장질환·폐질환·간질환·혈액질환 등으로 수술에 따른 위험이 평균을 넘어선다면 확대적응증을 적용해 내시경절제술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이때도 사전에 환자와 보호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 내시경절제술의 절대적응증에 해당하는 환자는 대부분 내시경 치료를 받고 있다. 확대적응증에 해당하는 환자의 일부도 내시경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이슈들이 많다. 특히 내시경절제술의 절대적응증을 넘어서는 환자의 치료 방법을 어떻게 선택할 것인지, 내시경절제술 후 수술이 필요하다는 병리 결과가 나왔을 때 고령 환자에게 어떻게 설명하고 어떤 치료를 권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다시 한번 정리하자면 위암의 기본적인 치료는 수술을 통한 위절제술이며, 조기 위암 중에서 림프절 전이 가능성이 낮은 일부 환자에게 내시경 절제술이 시행될 수 있다. 내시경 절제술 대상이 아닌데도 이 절제술을 시행하게 되면 합병증이 생길 수 있고, 무엇보다 암이 완전하게 제거되지 않아 재발이나 전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송교영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위암센터장(위장관외과) [서울성모병원 제공]
송교영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위암센터장(위장관외과) [서울성모병원 제공]

◇ 송교영 교수는 1995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외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 미국 메모리얼 슬론-케터링 암센터(MSKCC)에서 외과 종양학을 연수했다. 현재 서울성모병원 외과 과장이자 암병원 위암센터장을 맡고 있다. 송 교수는 복강경 수술과 다빈치로봇 수술의 권위자다. 대한외과위내시경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대한위암학회, 대한외과학회, 국제위암학회, 미국소화기내시경외과학회, 대한암학회, 대한소화기학회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bi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12/10 07: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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