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매진 뉴스

[기도가 힐링이다] 일출, 파도, 바람에 싣는 소망…낙산사 홍련암

홍련암에서 바라본 일출 [사진/조보희 기자]
홍련암에서 바라본 일출 [사진/조보희 기자]

(양양=연합뉴스) 현경숙 기자 = 경자년 새해가 밝았다. 홍련암은 우리나라에서 떠오르는 해를 가장 빨리 맞을 수 있는 곳 중 하나다.

파도가 넘실대는 검푸른 바다에서 이글거리며 솟구치는 붉은 태양에 새해의 간절한 소원과 희망, 기대를 실어보자.

◇ 힘찬 새해, 경자년이 홍련암 일출 같기를

홍련암에서 맞는 일출은 크고 깊은 감동을 준다. 바닷가 절벽 위에 지어진 홍련암은 동해에서 떠오르는 해를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곳 중 하나다.

홍련암에서는 동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홍련암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망망대해다.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수평선이 좌우로 길게 완만한 곡선 모양으로 뻗어있다.

바닷물은 맑고 검푸르게 넘실댄다. 해안 절벽과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는 진주알처럼 하얗게 부서진다. 쉴 새 없이 부는 바람은 가슴을 짓누르는 짐을 어디론가 날려 보내는 것 같다.

쏴∼쏴∼쏴∼. 끝없는 파도 소리가 이상하게 마음을 가라앉힌다. 새벽어둠은 바람과 파도와 바다만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 어둠을 뚫고 붉은 해가 힘차게 솟구친다. 새해는 누구에게나 홍련암의 장엄한 일출과 같기를.

홍련암 야경 [사진/조보희 기자]
홍련암 야경 [사진/조보희 기자]

강원도 천년고찰 낙산사에 있는 홍련암은 우리 국민이 제일 많이 찾는 비원과 염원의 장소 중 하나다.

불교 신도들은 '기도성지' '관음성지'라고 부르는데 불교도가 아니더라도 많은 국민과 관광객이 방문한다. 그만큼 홍련암은 소원을 빌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이 서린 곳이다.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에게 홍련암은 희망과 위안을 주는 곳인 셈이다.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기도발' 센 곳이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 홍련암 법당에서는 낮은 물론이고 밤과 새벽에도 간곡한 사연을 가진 이들의 참배와 기도가 끊이지 않았다.

홍련암 법당 [사진/조보희 기자]
홍련암 법당 [사진/조보희 기자]

홍련암이 명소로 자리 잡은 이유는 두 가지인 것 같았다. 하나는 이른바 기도발이고 또 다른 하나는 홍련암의 절경이다.

그런데 이 기도의 효력과 절경은 불가분의 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홍련암의 절경이 기도의 효험을 강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복잡하고 경쟁이 치열한 시대를 사는 현대인의 지치고 찌든 마음을 깨끗하게 하는 아름다운 풍광이 기도의 효과를 높인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홍련암을 둘러싼 천혜의 자연은 보는 이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아집과 독선으로 단단해진 마음을 정화하고 부드럽게 누그러뜨린다.

깨끗한 마음으로 하는 기도는 더 간절해지지 않을까. 무엇이든 진심으로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하지 않았나. 절실히 원하면 그것을 이루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할 것이고, 그것은 성취의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오봉산 끝자락 절벽 위에 자리 잡은 홍련암 [사진/조보희 기자]
오봉산 끝자락 절벽 위에 자리 잡은 홍련암 [사진/조보희 기자]

◇ 바닷가 절벽 위의 기도…소원이 이루어진다

홍련암은 동해 바닷가 석굴 위에 지어져 있다. 독특하고 아름다운 해안 경관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암자의 법당 밑에서는 바닷물이 출렁이며 쉴새 없이 석굴 안을 드나든다.

법당 마루에는 가로세로 10㎝ 정도 되는 작은 구멍이 뚫려 있다. 유리로 덮어놓은 이 구멍을 통해 석굴을 내려다볼 수 있다. 관음굴이라고 불린다. 넘실대는 옥색 바다 물결과 부서지는 파도가 눈에 들어온다.

법당 높이가 해발 10m 정도 될까. 엎드려 내려다보면 내 몸은 바다와 절벽 위 공중에 떠 있는 느낌이다. 아찔하다. 눈을 감으면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창과 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은 법당 안을 환하게 비춘다. 법당에 잠시만 앉아 있어도 마음이 청정해지는 느낌이다. 정신을 모아 기도를 하면 상처받아 아픈 마음이 나을 것 같다.

법당 마루 구멍으로 내려다본 석굴 [사진/조보희 기자]
법당 마루 구멍으로 내려다본 석굴 [사진/조보희 기자]

홍련암은 금강산, 설악산과 함께 관동 3대 명산으로 꼽히는 오봉산 자락에 자리 잡은 낙산사의 부속 암자다. 오봉산은 동해에 면한 명산이다.

홍련암은 높이 7.5m, 가로 8m, 세로 6m의 작은 암자다. 676년, 신라 문무왕 16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한다.

삼국유사, 신증동국여지승람 등에 기록된 설화에 따르면 홍련암은 의상대사가 관음보살의 계시를 받고 지었다.

의상이 이곳 바닷가 동굴에 관음보살이 머물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 여러 날 기도한 끝에 용으로부터 여의주를 받고, 관음보살로부터 수정 염주를 얻은 후 이를 안치한 곳이 낙산사라고 한다.

관음보살이 바다에서 연꽃을 타고 솟아오른 자리에 절을 지었다. 홍련암이라는 이름의 유래다.

해안 절벽의 석굴 위에 세워진 건물은 흔하지 않다. 법당을 석굴 위에 짓고 마루 밑으로 바다를 볼 수 있게 한 것은 의상에게 여의주를 바친 용이 불법을 들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라고 한다.

의상이 수도한 절벽 위에는 정자가 세워졌는데, 바로 의상대다. 의상은 본절인 낙산사를 창건하기에 앞서 홍련암부터 지었다. 홍련암이 낙산사의 모태가 된 것이다.

2005년 낙산사를 집어삼킨 화마는 홍련암을 비껴갔다. 낙산사를 폐허로 만들어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당시 화재는 홍련암 바로 옆에서 멈췄다. 이는 천재지변 속에서도 관음보살의 가피력을 보여줬다는 해석을 낳았다.

가피는 부처나 보살이 자비심으로 중생에게 도움을 주는 것을 말한다. 홍련암은 1984년부터 강원도 문화재자료 36호로 지정돼 있다.

홍련암으로 가는 길목의 소나무와 보호석 [사진/조보희 기자]
홍련암으로 가는 길목의 소나무와 보호석 [사진/조보희 기자]

◇ 길에서 길을 묻다

낙산사 안에는 여러 갈래의 길이 있다. 소나무길, 휠체어길, 해맞이길이 있는가 하면 '꿈이 이루어지는 길' '마음이 행복해지는 길' '설레임이 있는 길' '근심이 풀리는 길' '소원이 이루어지는 길'이라고 이름 붙여진 길들이 있다.

이 길만 걸어도 힐링이 될 것 같다. 이 길들을 천천히 걸으면 낙산사 구석구석을 살펴볼 수 있다.

낙산사에는 유난히 문화재와 보물이 많다. 중심 법당인 원통보전, 건칠관음보살상(보물 1362호), 칠층석탑(보물 499호), 원장(강원도 유형문화재 34호), 보타전, 해수관음상, 공중사리탑(보물 1723호), 동종, 홍예문(강원도 유형문화재 33호), 사천왕문 등이다.

보타전은 7 관음, 32 응신, 1천500 관음상을 봉안하고 있는데 봉안 규모가 세계 최대라고 한다. 크기가 동양 최대인 해수관음상은 널리 알려진 낙산사의 자랑거리다. 동해안 여행객들의 필수 코스가 됐을 정도다.

동종은 2005년 산불에 소실된 것을 이듬해 복원했다. 낙산사 안 의상기념관에는 당시 화재에 녹아내리다 남은 동종의 일부가 전시돼 있다. 처참한 동종 잔해는 화마의 무자비함을 떠올린다.

이제 낙산사에서는 화재 흔적을 찾기 어렵다. 천년고찰의 원형을 다시 찾기 위해 아픈 기억을 참아내며 폐허를 파헤쳤다고 한다. 낙산사 복원이 성공한 것은 절망의 시간에 함께 기도하고 격려했기 때문이리라.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0년 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ksh@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0/01/13 08:01 송고

광고
댓글쓰기
배너

이매진 기사는 PDF로 제공됩니다. 뷰어설치 > 아크로벳리더 설치하기

출판물판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