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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 1주기] ② 산안법 전면 개정…선진국형 노동환경은 아직 요원

'김용균법' 국회 통과(PG)
'김용균법' 국회 통과(PG)[이태호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 사내 하청 노동자 고(故) 김용균 씨의 희생은 노동자 안전을 규율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의 전면 개정으로 이어졌다.

법 개정으로 하청 노동자의 산업재해에 대한 원청 사업주의 책임이 강화됐지만, 후진국형 산재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 28년 만에 산안법 전면 개정

김용균 씨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 17일 만인 지난해 12월 27일 국회는 본회의에서 산안법 전면 개정안을 의결했다.

산안법 전면 개정은 고 문송면 군을 포함한 원진레이온 노동자 230명의 사망사고에 따른 1990년 개정 이후 28년 만이다. 개정법은 내년 1월 16일부터 시행된다.

산안법 전면 개정안은 김 씨 사망사고가 발생하기 전인 작년 2월 정부가 입법예고를 거쳐 국회에 제출한 상태였다.

경영계 반대로 국회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점쳐졌지만, 김 씨 사망사고로 하청 노동자를 더는 위험에 방치할 수 없다는 여론이 힘을 얻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 산안법이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이유다.

개정법은 하청 노동자의 산재에 대한 원청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했다. 원청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도 하청 노동자라는 이유로 '나 몰라라'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우선, 원청 사업주가 산재 예방을 위한 안전 조치를 해야 할 장소의 범위를 원청 사업장 전체와 원청이 지배·관리하는 장소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곳으로 확대했다.

기존 법은 원청 사업주가 안전 조치 책임을 져야 할 장소로 22곳을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고 있다. 화재, 폭발, 붕괴, 질식 등의 위험이 있는 장소다.

김 씨 사망사고가 발생한 태안 화력발전소의 경우 22개 위험 장소에 속하지 않아 사업주의 책임을 묻기 어렵지만, 개정법을 적용하면 원청 사업장에 해당해 처벌할 수 있다.

원청 사업주가 안전 조치를 위반하면 기존 법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지만, 개정법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 조정했다.

노동자 사망사고를 초래할 경우 처벌 수위도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으로 높였다. 사망사고를 5년 내 2번 이상 초래하면 최대 2분의 1의 가중 처벌을 받도록 했다.

개정법은 위험 작업의 무분별한 외주화를 제한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기존 법이 사내 도급 인가 대상으로 규정했던 도금 작업과 수은·납·카드뮴의 제련·주입·가공·가열 작업 등의 사내 도급을 금지했다. 다만, 일시·간헐적인 작업 등은 예외적으로 노동부의 승인을 받아 도급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급성 독성과 피부 부식성 등이 있는 물질의 취급을 포함한 위험 작업은 대통령령으로 정해 노동부의 승인을 받아 사내 도급을 하도록 했다.

김용균법 통과 직후 기자회견 나온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 씨
김용균법 통과 직후 기자회견 나온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 씨[연합뉴스 자료사진]

◇ 노동자 안전 보장엔 한계…'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요구

개정 산안법은 김용균 씨의 희생이 낳은 결실로 볼 수 있지만, 노동자 안전을 보장하는 데는 한계가 많다는 지적도 받는다.

노동계는 개정법의 도급 규제 범위가 너무 좁다고 비판한다.

정부가 지난 4월 입법예고한 개정 산안법 하위 법령부터 노동계 반발에 부딪혔다. 노동부의 승인을 받아야 도급할 수 있는 작업의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설정했다는 게 노동계의 입장이다.

김용균 씨가 했던 화력발전소 연료 설비 운전 작업은 도급 금지뿐 아니라 승인 대상에서도 빠졌다. 과거 해오던 대로 별도의 규제 없이 도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구의역 김 군'이 했던 지하철역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도 마찬가지다.

산재를 획기적으로 줄이려면 사업주 책임을 대폭 강화해야 하는데 개정법의 처벌 수위는 아직도 낮은 수준이라고 노동계는 지적한다.

노동계는 안전 조치 의무를 위반한 사업주에 대해 '징역 1년 이상'과 같은 식으로 표현되는 하한형을 도입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했으나 개정법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김용균 씨 사망사고를 조사한 국무총리 소속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특조위)는 노동자 사망사고와 같은 중대 산재가 발생할 경우 책임자뿐 아니라 기업에도 책임을 지우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제정을 권고했다.

기업의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거액의 벌금을 부과하고 인허가 제한, 범죄 사실 공표 등을 통해 기업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줘야 후진국형 산재를 뿌리 뽑을 수 있다는 게 특조위의 판단이다.

특조위는 중대 산재를 초래한 기업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는 제도도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영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중대 산재를 일으킨 기업을 강력하게 처벌하는 법·제도를 운용 중이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공론화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ljglory@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12/08 08:2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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