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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제보] 제일평화시장 두달전 불났지만 인근 동대문시장은 "강건너 불"

[이 기사는 동대문 의류도매시장에서 패션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유영미(가명)씨 등이 보내주신 제보를 토대로 연합뉴스가 취재해 작성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전송화 인턴기자 = 지난 9월 22일 대형 화재가 발생한 서울 제일평화시장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동대문종합시장.

지난 3일 오후 찾은 동대문종합시장에는 4천300여개 점포가 빽빽이 모여 있었다.

동대문종합시장 방화 셔터 아래 적재물(사진 왼쪽)과 통로까지 놓인 물품(오른쪽)
동대문종합시장 방화 셔터 아래 적재물(사진 왼쪽)과 통로까지 놓인 물품(오른쪽)[촬영 전송화]

옷감과 의류 부자재 점포가 다섯 걸음마다 1개꼴로 다닥다닥 붙어 있어 이 길이 저 길 같고, 저 길은 이 길 같아 초행자 입장에서는 헤매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천장에 출구를 알려주는 표지판은 붙어있지 않았다.

물건을 통로까지 쌓아둔 점포 부근은 2명이 함께 지나기에 비좁았다. 긴 옷감을 이고 열심히 달리는 퀵 기사, 머리에 은색 쟁반을 지고 가는 아주머니들을 마주치면 옆으로 비켜나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방화 셔터 아래에는 쓰다 남은 의류 자재들이 들어있는 쓰레기봉투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점들이 화재 발생 시 위험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의류 유통 전통시장이라는 특성상 화재 진화도 힘들 수밖에 없다는 것.

중부소방서 장춘근 검사 1팀장은 "의류는 불이 붙으면 종이처럼 타서 재가 되는 것이 아니라 먼저 불에 탄 위쪽이 경화돼 딱딱해지고 불이 아래로 들어간다"며 "물을 뿌려도 경화된 바깥쪽에서 막힌 채 안쪽으로 침투되지 않아 화재 진화가 상당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장 팀장은 "의류 유통시장은 햇빛에 상품이 상할 수 있어 창문을 만들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진입하기 어렵고, 열과 연기가 건물 안에 체류해 화점을 찾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물건이 통로까지 진열된 경우도 있다"며 "통로가 좁아서 화재 시 다수 인원이 원활하게 대피하기 곤란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화재 발생 다음날(지난 9월 23일) 오전 제일평화시장 모습
화재 발생 다음날(지난 9월 23일) 오전 제일평화시장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

두 달 전 제일평화시장 화재가 진화에 16시간이나 걸렸던 데는 구축 건물에 현행 소방법이 적용되지 않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부소방서 류인성 홍보교육팀장은 "준공 이후 개정된 소방법은 소급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1979년 건축된 제일평화시장 1∼3층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었다"며 "제일평화시장에서 화재가 빠르게 확산한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서울중구청 전통시장과 관계자는 "중소기업벤처부가 시설현대화 사업을 통해 전통시장 스프링클러 설치비용을 전액 지원하고 있다"며 "하지만 설치 공사를 위해 15일에서 30일 정도 점포 영업을 중지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상인들이 스프링클러 설치를 어려워한다"고 전했다.

동대문종합시장도 가연성 물질인 의류가 도처에 있지만 창문이 없고 소방셔터 아래에 물건이 적재돼 있는 등 화재 위험성을 가지고 있었다.

패션디자이너 유영미(가명)씨는 "동대문종합시장은 무허가로 추정되는 개조를 통해 건물이 계속 추가되면서 길이 굉장히 복잡해져 1년 정도 다녀야 빠져나오는 길을 알 수 있다"며 "제일평화시장 화재 때는 인명 피해가 없었지만 동대문 원단시장에 불이 나면 절반이 죽을 수 있겠다는 걱정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당수 상인은 화재 위험성에 대해 둔감한 반응을 보였다. 종합시장 경비를 맡은 오모씨는 "건물이 지어진 40년 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화재가 발생한 적 없다"며 "튼튼한 건물이고 관리도 잘 되고 있어 불이 날 리 없다"고 말했다.

30년 동안 종합시장에서 단추 가게를 해온 정지우(가명)씨는 "위험하지 않은 시장이 어디 있겠느냐"며 "영업에는 지장이 없으니 먹고 살려면 별수 없이 일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동대문종합시장 소방시설 담당자는 "소화전, 소방셔터,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 등 소방시설은 완비된 상태"라며 "통로나 소방셔터 아래까지 물건을 적재해놓는 등 상인의 개인적 일탈에 대해서는 개선 노력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전통시장의 화재 취약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과 함께 상인들의 예방조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박재성 교수는 "미흡한 안전 법규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건물에 심각한 화재 취약성이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소방법을 기존 건물까지 소급 적용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며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할 때 소방법을 적용하는 방법 등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공하성 교수는 "전통시장은 임시로 사용하는 전기배선, 겨울철 난방용품 등으로 인해 화재 위험성이 산재해 있다"며 "전기 화재를 막기 위해 아크 차단기를 미리 설치하는 등 예방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end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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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12/07 08: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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