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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반복되는 고액·상습 세금체납…약한 처벌 탓 아닌가

(서울=연합뉴스) 정부가 올해도 고액ㆍ상습 세금 체납자 명단을 공개했다. 새로 명단이 공개된 개인ㆍ법인은 6천838명으로 작년보다 320명 줄었고, 체납액은 5조4천73억원으로 1천633억원 늘었다. 국세청은 매년 이맘때면 체납자 명단을 발표하는데 그 규모가 줄어들 기미가 없다. 재산이 많은데도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파렴치한 작태를 벌이다가 발각되는 일도 반복되고 있다. 몇만 원의 과태료에도 어쩌다 기한을 넘기면 화들짝 놀라는 일반 국민들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다. 빼돌린 돈으로 떵떵거리며 살고, 설사 숨긴 재산이 드러나더라도 딱 적발된 만큼만 마지못해 납부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속임수를 쓰다 들키면 그 자리에서 빈손으로 쫓겨나는 노름판만도 못한 셈이다.

국세청이 공개한 기상천외한 재산 은닉 행태를 보면 매년 그랬던 것처럼 한숨부터 나온다. 한 체납자는 체납이 발생하기 전 부동산을 모두 처분한 뒤 수억 원 상당의 고가 분재를 사들여 숨겨뒀다가 적발됐다. 또 다른 체납자는 재산을 처분하고 양도대금 중 현금 10억원을 인출한 뒤 다른 집에 위장 전입했지만 국세청의 추적 끝에 여행용 가방에 든 5억5천만원을 징수당했다. 모두 5만원권으로, 무려 1만1천장이라고 한다. 한 산부인과 의사는 배우자 명의로 53평형 고급 아파트를 사들이고 외제차 3대를 보유했으면서도 세금 4억원을 체납했다가 국세청의 수색과 압류가 있자 뒤늦게 세금을 냈다. 재산 은닉 수법도 진화해 매년 새로운 방식으로 숨바꼭질을 하고 있으니 징수 공무원들의 노력도 한계에 다다른 것이 아닌가 걱정스럽다.

실제로 고액ㆍ상습 체납자에 대한 징수 실적은 전체 체납액의 1~2%에 불과한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 6월 '호화생활 악의적 체납자에 대한 범정부적 대응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당한 사유 없이 2억원 이상의 국세를 내지 않는 악성 체납자에 대해 최대 30일 이내에 유치장에 유치할 수 있는 감치명령제도가 도입되고, 여권 미발급자에 대한 출국 금지 방안도 마련된다. 체납액이 5천만원 이상인 경우 친인척의 금융 조회까지 할 수 있는 금융실명법 개정안은 이미 지난 10월 국회를 통과했다. 국세청은 또 내년부터는 전국 세무서에 체납징세과를 신설할 계획이라고 한다.

'명단 공개쯤이야'하고 코웃음을 치던 사람들에게 이런 정도의 처방이 기대한 만큼 효력을 발휘할지는 의문이다.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피해 나갈 구석도 많다. 국민의 공분을 자아내는 세금 체납은 탈세와 마찬가지로 공동체의 신뢰를 갉아 먹고 사회의 안정성을 흔드는 일이다. 경제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가 전반적으로 선진국과 비교해 너무 낮은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단속 인력의 부족을 탓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국민으로부터 공평과세의 책무를 위임받은 국가기관을 속여 부당한 이득을 취하다가 적발되면 패가망신한다는 경험이 사회에 공유된다면 단속 인력은 지금보다 더 줄여도 될 것이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12/04 16:3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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