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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북미 엄포성 언사는 '극한 대치로 회귀' 자초할 뿐이다

(서울=연합뉴스) 북미가 비핵화 협상 부진의 책임 소재에 대해 기 싸움을 이어가며 번갈아 엄포와 으름장을 놓고 있다. 문제는 북한이 설정한 이른바 '연말 시한'을 코앞에 두고 그 강도가 갈수록 세져 협상의 판 자체가 엎어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더욱 주목되는 대목은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을 자제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층 거칠어진 언사를 표출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 중인 런던에서 기자들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강조하면서도 원치는 않는다는 단서를 달긴 했으나 "필요하다면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혀 파장을 일으켰다. 북한이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하며 대미 압박 수위를 높이는 상황을 의식해 '톱다운 해결' 의지를 재확인하면서도 선을 넘지 말라고 경고장을 발신한 것이다. 북한 외무성이 트럼프 행정부와의 비핵화 협상 이전 대치 상황으로 회귀할 수 있음을 시사한 지 몇 시간 만에 나온 반응이다. 자칫 대화가 끊기는 극한 대치로 치달을지도 모를 분위기여서 깊이 우려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긴장이 최고조였던 2017년 김 위원장에 대해 사용한 '로켓맨'이란 별명을 다시 입에 올린 것도 예사롭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해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김 위원장을 '로켓맨'으로 희화화하며 '완전한 파괴'를 언급해 북미 간 '말 폭탄'이 오가는 험악한 상황이 이어진 바 있다. 북한의 발언도 거칠어지기는 마찬가지다. 리태성 외무성 미국 담당 부상 명의의 담화에서 미국에 제시한 연말 시한이 다가오고 있다며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며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할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렸다"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은 2017년 7월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를 발사하고 "오만한 미국인들에 대한 독립기념일 선물"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핵실험과 ICBM 발사를 재개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말 폭탄의 악순환' 고리에 매몰되지 않을까 염려되는 상황이다. 협상의 전례에 비춰 엄포와 으름장 등 거친 언사의 귀결점은 극한 대치일 뿐이라는 사실을 북미는 유념해야 한다.

미군은 대북 감시를 한층 강화했다.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 발사 전후에 한반도 상공에 정찰기들을 띄웠고 잠수함 탐색용 해상초계기 P-3C도 동원했다. 북한이 군사 활동을 증강하고 있다는 국방부의 평가도 나왔다. 북한이 강경노선으로 회귀할 것이란 조짐은 곳곳에서 보인다. 김 위원장이 군 간부들을 대동해 말을 타고 백두산을 등정한 행보는 강경한 길을 걷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읽힌다. 이달 하순엔 노동당 전원회의를 소집한다. 정세 변화에 맞게 중대 문제들을 결정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국방력 강화와 자력 경제건설 등 강경 노선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 소통의 창은 더 닫히는 분위기다. 반면에 미국 당국자들이 대화 의지를 되풀이하는 가운데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이달 중순 방한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대북 대화 노력과 압박을 병행하지만, 현재로선 돌파구 찾기가 난망이다. 이런 때일수록 서로 자극하는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시한에 얽매이지 말고 어떤 형식으로든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방위비 협상에서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쓸 수 있음을 시사할 정도로 안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북미 대화 촉진 노력 등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도 중요해졌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12/04 14:47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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