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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암 집단 발병' 장점마을 "농산물 판로도 막혀 살길 막막"

콩·깨·고추 창고에 가득…배추·사과·감 수확 포기할 수밖에
"암 환자 무더기로 나온 마을 농산물이라 기피"…상인 발길 '뚝'
"정부 잘못 인정했으니 전량 수매로 살길 열어줘야" 눈물의 호소
'암 집단발병' 장점마을의 수확 포기한 배추
'암 집단발병' 장점마을의 수확 포기한 배추(익산=연합뉴스) 백도인 기자 = 암이 집단 발병한 전북 익산시 장점마을의 밭에 3일 수확을 포기한 배추가 방치돼 있다. 장점마을은 암 집단 발병 사실이 알려진 뒤 농작물의 판로가 완전히 막혀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9.12.3
doin100@yna.co.kr

(익산=연합뉴스) 백도인 기자 = "상인들 발길이 완전히 끊겼습니다. 암 환자가 무더기로 나온 마을에서 나온 농산물이라는데 누가 사 먹고 싶겠어요?"

암 집단 발병으로 고통받는 전북 익산시 장점마을 주민들이 농산물 판로가 막히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집집이 팔지 못한 콩이며 고추, 깨와 같은 농작물이 창고 가득 쌓여있고 들판 곳곳에는 수확을 포기한 배추며 사과, 감 등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주민들은 치료비 마련도 못 할 형편이라면서, 정부가 잘못을 인정한 만큼 전량을 수매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3일 찾은 장점마을 안 400여㎡ 남짓한 밭에는 배추 300여포기가 서리를 맞은 채 썩어가고 있었다.

사가겠다는 사람이 없어 방치한 것이다.

올해 배추 작황이 좋지 않아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지만 모두 남의 동네 이야기다.

포기당 4천∼5천원을 호가하는 만큼 앉아서 100만원 이상을 날린 셈이다.

공짜로라도 도시에 있는 일가친척들에게 보내주려 했으나 모두 손사래를 쳤다고 한다.

'암 동네'에서 생산된 것이어서 찜찜하다는 이유에서다.

농민 K(57)씨는 "자식같이 키운 배추다.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마음이 참 아프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암 집단발병' 장점마을의 콩으로 가득 찬 창고
'암 집단발병' 장점마을의 콩으로 가득 찬 창고(익산=연합뉴스) 백도인 기자 = 암이 집단 발병한 전북 익산시 장점마을의 한 창고에 3일 판로를 찾지 못한 콩이 가득 쌓여있다. 장점마을은 암 집단 발병 사실이 알려진 뒤 농작물의 판로가 완전히 막혀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9.12.3
doin100@yna.co.kr

그가 판로를 찾지 못한 것은 배추만이 아니다.

창고에는 콩 50여가마(40㎏들이)가 수북이 쌓여있었다.

1년 내 피땀 흘려 농사지은 것으로 무려 2천여만원어치나 된다.

그는 "아무도 사 가려는 사람이 없다. 평소 거래하던 상인들이 발길을 끊은 건 오래전이고, 이제는 전화도 받지 않으려 한다"며 "한 가마니도 못 팔고 고스란히 창고에 쌓아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아내는 "보통 고추나 콩, 깨와 같은 밭작물은 도시에 나가 있는 가족이나 친척들이 알음알음 소개해주는 사람에게 판다. 장점마을에서 나온 것을 다 아는데 누가 소개를 해주려 하고, 누가 사가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암을 유발한) 비료공장이 문을 닫은 지 3년이나 돼 농작물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익산시에서 실시한 각종 검사에서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이미 암 동네로 낙인이 찍혀 아무도 거들떠보지를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농사지어 먹고 사는데, 살길이 막막하다. 암에 걸린 집들은 치료비 마련도 못 할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암 집단발병' 장점마을의 팔리지 않는 배추
'암 집단발병' 장점마을의 팔리지 않는 배추(익산=연합뉴스) 백도인 기자 = 암이 집단 발병한 전북 익산시 장점마을에서 한 농민이 3일 판로를 찾지 못해 담 밑에 쌓아둔 500여포기의 배추를 보여주고 있다. 장점마을은 암 집단 발병 사실이 알려진 뒤 농작물의 판로가 완전히 막혀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9.12.3
doin100@yna.co.kr

옆집에 사는 한문석(63)씨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한씨의 비닐하우스 안에는 따다 만 고추가 그대로 매달려있었다.

사과밭에는 땅에 떨어진 사과가 수북이 쌓인 채 널려있었다.

고생해서 따봐야 사 갈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모두 수확을 중단한 것이다.

고구마라도 심을까 해서 밭갈이를 해놨던 300여㎡는 그대로 놀렸다.

담 아래에는 손질까지 마친 배추 500여포기가 비닐에 쌓인 채 놓여있었다.

일주일 안에 팔리지 않으면 썩게 돼 결국 헛고생만 하게 된다.

한씨는 "그래도 여름 내내 땀 흘려 농사지은 건데 차마 그냥 밭에 버려둘 수가 없어 일단 수확을 해놨다. 하지만 예상대로 아무도 쳐다보질 않는다. 진짜로 눈물이 날 지경이다"며 눈가를 훔쳤다.

최재철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장은 "농작물 팔아서 빚도 갚고 아이들도 가르쳐야 하는데 하나도 팔리지 않으니 살 수가 없다. 암으로 고통받은 주민들이 이제는 농작물 판로가 없어 굶어 죽을 판"이라고 토로했다.

최 위원장은 "정부가 잘못을 인정했으니 최소한의 책임을 져야 하지 않느냐"며 "장점마을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전량 수매해 살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doin100@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9/12/03 15:39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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