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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첨단산업 인력유출, 속수무책으로 지켜만 볼 것인가

(서울=연합뉴스) 우리나라의 핵심 산업 두뇌 유출이 심각하다. 특히 중국 기업의 인력 빼가기는 반도체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 분야는 물론 조선, 항공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집요하게 이뤄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국무역협회가 3일 내놓은 '중국, 인재의 블랙홀'보고서는 중국 기업의 우리나라 산업 인재 사냥이 갈수록 도를 더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중국 기업들은 연봉과 복지 등에서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 우리나라의 첨단기술 인력을 빨아들이고 있다. 세계 1위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은 연봉의 3~4배를 제시했고,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는 높은 연봉 외에 자동차, 아파트 등의 부대조건까지 내놨다고 한다. '반도체 굴기'를 이루겠다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업은 푸젠진화반도체(JHICC)는 올봄 인력 채용 공고를 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경력자 우대를 노골적으로 명시하기도 했다. 최근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인재 유출을 놓고 소송전을 벌이는 틈새를 파고들어 두 업체의 우수 인력 스카우트를 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중국의 첨단산업 인력 스카우트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우리나라만을 표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다. 중국 정부는 산업의 중국몽(中國夢)인 '중국 제조 2025'를 추진하면서 반도체, 항공우주, 통신장비, 로봇, 바이오 등 10개 첨단 분야의 해외 인력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인력 확보에 나섰으나 지리적으로 가까워 문화적 이질감이 적고 경쟁 분야가 겹치는 한국의 우수 두뇌 사냥에 힘을 쏟고 있다. 중국은 미국보다 더 자본주의적인 방식으로 인재를 확보해 이미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한국은 물론 일본, 미국, 유럽 등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있고 세계를 호령하는 분야도 속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과 같은 산업인력 유출이 지속할 경우 중국에 기술 우위를 내주면서 중국 기업의 하청·소비시장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고급 인력 유출은 뼈아프지만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는 산업 인재가 우리 기업보다 더 나은 처우를 찾아 해외 경쟁사로 옮겨가겠다면 막을 방도는 제한적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국가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첨단 분야의 인력 유출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만은 없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전기차 등 첨단 제조업이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은 소수의 창조적 기술 또는 아이디어가 곧 국가의 경쟁력이다. 이런 분야에서 인력 유출은 국부의 유출이자 국가 경쟁력의 추락을 의미한다. 국내 기업들은 첨단 인력 채용 때 전직 금지 약정이나 영업비밀 보호 서약서를 받고 있으나 중국 기업들은 위장계열사 등을 통해 이를 우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우수 인력이 제 발로 우리 기업을 떠나는 원인을 살펴보고 필요한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작년에 실시한 두뇌 유출지수 조사에서 조사 대상 63개국 가운데 43위에 머물렀다. 밖에서 인력을 끌어가기 좋은 환경이라는 뜻이다. 우선은 각 기업이 우수인력을 지켜내야 한다. 성과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급여체계나 경직된 조직문화가 문제라면 바로잡아야 한다. 인재를 키우고 귀중히 여기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 있는지도 돌아봐야 한다. 사안이 심각한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사후 제재 수단인 현행 '산업기술보호유출방지법'만으로는 부족하다. 예방적 방화벽이 필요해 보인다. 국가의 미래가 걸린 첨단 분야의 인재 관리는 단순한 산업 정책 차원이 아닌 국가 안보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 중국으로의 인력 유출이 심각하다면 정부가 외교 경로를 통해서라도 중국 정부에 자제를 요청해야 한다. 정부는 서둘러 첨단 기술 인력의 이탈 실태를 파악하고 해외 유출 방지와 함께 우수 해외 인력 유치를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세우길 바란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12/03 13:5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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