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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현장엔 언제나 시민 영웅들이…런던 사건으로 재조명

송고시간2019-12-01 10:45

9·11테러 피해 줄인 유나이티드항공 승객·佛고속열차 무장괴한 잡은 미국인

자살폭탄 테러 막은 레바논 아빠와 뉴질랜드 총격범 쫓아낸 난민출신 아빠도

런던브리지 테러 '영웅' 중 폴란드인도…'브렉시트 찬성론자 머쓱'

영국 런던브리지 흉기 테러 현장
영국 런던브리지 흉기 테러 현장

[A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지난달 29일(현지시간) 2명의 목숨을 앗아간 영국 런던 브리지 흉기테러가 더 큰 참사로 번지지 않은 것은 용감한 시민들 덕분이다.

인근 건물에 있던 외뿔고래의 엄니와 소화기 등을 휘두르며 커다란 흉기를 손에 쥔 테러범을 제압, 추가 희생을 막았기 때문이다.

역대 테러 사건들을 돌이켜보면 이들과 같은 '시민 영웅'을 찾아보기란 어렵지 않다.

가장 잘 알려진 대표적인 사례는 2001년 미국 9·11 테러 때 희생된 유나이티드항공 93편 탑승자들이다.

英 런던브리지 테러 '용감한 시민' 중엔 살인 저지른 죄수도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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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를 떠나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던 이 항공기를 납치한 알카에다 테러범들은 수도 워싱턴DC로 기수를 돌려 미 의회 의사당 등을 공격하려 했으나, 승객과 승무원 40명이 맞서 싸워 생크스빌의 들판에 비행기를 추락시켰다. 이들의 희생이 아니었다면 더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뻔했다는 게 중론이다.

2001년 9·11 테러 때 스스로를 희생한 유나이티드항공 93편 탑승자들을 기리는 시민
2001년 9·11 테러 때 스스로를 희생한 유나이티드항공 93편 탑승자들을 기리는 시민

[AP=연합뉴스 자료사진]

같은 해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미국 마이애미로 향하던 아메리칸항공 여객기에서 '신발폭탄'의 도화선에 불을 붙이려던 테러범 로버트 리드를 제압한 것도 같은 항공기 탑승객들이었다. 덕분에 200여 명의 목숨을 구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2015년 8월에는 AK자동소총 등으로 중무장한 괴한이 승객 554명이 탄 프랑스 고속열차를 습격했으나, 용감한 승객들 덕분에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당시 이 고속열차를 타고 여행 중이던 미국인 3명이 방아쇠를 당기려던 괴한을 발견하자 맞서 싸워 총을 빼앗고 그를 때려눕힌 것이다. 이들 중 2명은 미군 소속이었으나 나머지 한 명은 평범한 대학생이었고, 영국인과 프랑스인 일반 승객도 무장 괴한에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 프랑스 고속열차에서 무장괴한을 저지한 탑승객들과 촬영하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2015년 프랑스 고속열차에서 무장괴한을 저지한 탑승객들과 촬영하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또 2015년 11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는 딸과 외출한 30대 아빠 아델 테르모스가 자살폭탄 테러범을 발견하고, 그가 군중 속으로 들어가기 전 넘어뜨려 수백 명의 목숨을 구한 것으로 칭송을 받았다. 테르모스는 폭탄이 터지는 바람에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번 런던 테러에 앞서 2017년 6월 역시 런던 도심에서 벌어진 차량·흉기 테러 때도 테러범들에게 유리컵과 의자를 던지며 맞서 싸운 시민, 부상자를 차에 태우고 테러범을 들이받으려 한 택시 기사 등이 외신 보도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50명을 숨지게 한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총격 테러범과 싸워 다른 시민들을 보호한 용감한 아빠가 주목을 받았다.

모스크 한 곳과 거리에서 이미 수십 명을 살해한 테러범 브렌턴 태런트가 두 번째 모스크에 들이닥치자, 그곳에 있던 아프가니스탄 난민 출신인 압둘 아지즈는 카드단말기를 집어던지고 범인이 버린 빈 총을 휘두르며 맞섰다. 아들들과 다른 참배객을 보호하려던 그의 용기 덕분에 인명 피해가 줄어들 수 있었다.

뉴질랜드 총격테러 현장에서 범인과 맞서싸운 압둘 아지즈
뉴질랜드 총격테러 현장에서 범인과 맞서싸운 압둘 아지즈

[EPA=연합뉴스]

이어 지난 8월에는 호주 시드니 도심에 흉기를 휘두르려던 한 남성을 시민들이 의자와 우유상자로 넘어뜨린 뒤 제압하는 장면이 포착돼 찬사를 받았다.

한편, 이번 런던 브리지 테러범에 맞선 용감한 시민 중 한 명이 폴란드 출신으로 추정되면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찬성론자들을 머쓱하게 한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30일 보도했다.

브렉시트 지지세력은 폴란드인 노동자들이 영국으로 쏟아져 들어온다며 공포심을 부추기고 있지만, 정작 폴란드 남성이 외뿔고래 엄니를 집어들고 런던 시민들을 보호한 영웅이 됐다는 것이다.

당국은 아직 이 남성의 신원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으나, 영국 언론은 이 남성의 이름이 '우카시'이며 폴란드어를 구사한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한 트위터 사용자는 "어떤 영국 사람들은 '우리나라에 사는 외국인들은 필요없다'고 하지만, 런던 브리지에서 살인범과 싸운 폴란드인 요리사 우카시는 '내게 5피트짜리 외뿔고래 엄니를 달라'고 했다"고 비꼬았다.

파키스탄 이민자 2세인 사디크 칸 런던시장도 "런던에서 가장 위대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다양성이다. 그래서 난 전혀 놀라지 않았다"고 말했다.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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