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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 지구의 꽃 '빅토리아 폭포'

송고시간2019-12-01 10:30

빅토리아 폭포
빅토리아 폭포

잠비아와 짐바브웨의 국경에 걸쳐 있는 빅토리아 폭포. 연합DB

탄자니아 수도 다르에살람에서 잠비아의 카피리까지 가는 기차는 2박 3일을 달려간다. 그러나 "4박 5일이 걸렸다" "음식을 준비하지 않아 낭패를 봤다" 등의 후기가 많아 나름대로 철저히 준비했다.

편하게 가려고 모처럼 일등석 표를 사고, 기차를 타기 전에 물과 과자, 오이, 군만두, 바나나 등 간식도 잔뜩 샀다. 그런데 지정된 객실에 들어가니 노숙자에게서나 날 법한 냄새가 '훅' 끼쳐왔다. 이미 테이블을 차지한 채 음식을 먹는 3명의 흑인 여성이 내뿜는 악취였다.

아프리카에서는 대부분의 여성이 머리카락을 2~3mm 두께로 촘촘히 땋은 레게 머리를 하고 있다. 신기한 것은 머리끝을 고무줄로 묶을 필요 없다는 점인데, 워낙 엉켜 있으니 그냥 둬도 풀리지 않기 때문이다. 긴 머리를 하고 싶으면 가짜 머리를 붙이는데, 어느 경우든 머리를 자주 안 감는 게 역한 냄새의 근원이다.

날은 더운데 이들이 수시로 옷까지 갈아입으며 떠드니 냄새가 점점 심해져 식당으로 도망가고 말았다. 최대한 버티다가 맥주를 마시고 술기운에 자려고 돌아갔지만 여전히 냄새가 심한 데다, 한 명이 감기까지 걸려 문을 자꾸 닫으니 침대 옆의 작은 창문으로 얼굴을 내밀고서야 겨우 잠들었다.

하지만 꼭두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다시 식당으로 도망갔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들은 점심 무렵 기차에서 내렸고, 그때서야 비로소 독방을 쓰며 창밖 경치를 감상할 수 있었다.

탄자니아를 출발할 때 3시간 정도 후면 국립공원을 지나며 많은 동물을 볼 수 있다는 말에 사파리 여행을 포기했다. 그런데 아뿔싸! 내가 탄 기차가 국립공원을 지날 무렵에는 캄캄한 밤이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알고 보니 역방향인 잠비아에서 탄자니아로 갈 때만 볼 수 있는 풍경이라 몹시 아쉬웠다.

기차는 정확히 2박 3일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러나 여기서 다시 잠비아의 수도인 루사카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빅토리아 폭포가 있는 리빙스턴으로 가는 버스를 갈아타야 했다.

힘들게 도착한 숙소에서는 오전 10시에 빅토리아 폭포까지 무료로 차를 태워줬다. 게시판에 날짜별로 붙여둔 신청서에 이름만 적어두면 된다. 문제는 외국인은 폭포 입장료가 현지인보다 20배나 비싸다는 점이고, 그럼에도 꼭 가고 싶다는 점이었다.

세계 3대 폭포의 하나인 빅토리아 폭포는 잠비아와 짐바브웨의 국경을 가로지르며 흐르는 잠베지 강의 중류에 있다. 폭 1천676m, 최대 낙차 108m로 세계에서 가장 긴 폭포다. 수량이 풍부할 때는 분당 약 5억L의 물이 쏟아진다.

이 폭포를 처음 발견한 영국 탐험가 데이비드 리빙스턴이 당시 여왕의 이름을 따 '빅토리아'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원주민들은 '천둥 치는 연기'란 뜻의 '모시 오아 툰야'라고 부른다.

그 이름대로 입구를 지나자마자 물보라가 보이면서 천둥 같은 굉음이 들렸다. 나무들 사이로 더 들어가니 거대한 폭포가 모습을 드러냈다. 연결돼 있던 산을 칼로 자른 듯 가운데가 갈라져 있고 그 틈으로 거대한 물줄기가 떨어져 내렸다.

폭포 쪽으로 더 접근하기 위해 우비를 이중으로 빌려 입었지만, 폭우를 맞은 것처럼 모두가 생쥐 꼴로 변했다. 그래도 거대한 물줄기를 바라보니 기분이 날아갈 듯 했다. 떨어진 폭포수가 흘러가는 계곡에는 아름다운 무지개가 걸려 있어 무지개를 밟고 선 듯 입에서 탄성이 멈추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이름 난 폭포에는 거의 다 가봤지만 너무 힘들게 가서 그런지 빅토리아 폭포가 가장 좋은 기억으로 마음속에 저장됐다. '아프리카의 꽃'이라고 하지만 내게는 '지구의 꽃'으로 다가왔다.

오현숙
오현숙

- 배낭여행가 / 여행작가 / 약 50개국 방문
- 저서 <꿈만 꿀까, 지금 떠날까> 등
- insumam42@ 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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