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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민생법안 볼모' 오명에도 필리버스터 꺼낸 이유는(종합)

송고시간2019-11-29 19:21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 '원천봉쇄' 의도…"정기국회 폐회까지 무제한 토론"

'민식이 엄마' 등 눈물의 기자회견…"민식이가 왜 협상카드인가"

황교안 단식 후 당내 강경 기류 반영…'공수처 반대여론 시간벌기' 해석도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방현덕 이동환 기자 = 자유한국당이 국회 본회의 상정이 임박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저지 카드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카드를 29일 꺼내 들었다.

이날 본회의 상정 안건이자 또 다른 패스트트랙 법안인 유치원 3법 등 200여건 안건 전체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것으로, 이는 '12월 10일 폐회까지 정기국회를 멈춰 세우겠다'는 뜻이다.

'민식이' 엄마, 나경원에 "무릎까지 꿇었는데 꼭 사과받겠다"…울분 터뜨려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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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결정을 바라보는 국민 여론은 곱지 않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사립유치원 회계투명성 강화를 위한 유치원 3법은 물론, 어린이 교통안전 강화를 위한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데이터 3법' 중 일부 법안, 대체복무제 관련 법안 등 주요 민생·경제 법안이 처리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으로 줄줄이 무산됐다. 사실상 한국당의 '정기국회 마비전략'으로 당장 실생활에 시급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한없이 미뤄진 셈이다.

이날 나경원 원내대표가 기자회견에서 "국회의장에게 제안한다.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법안에 앞서 민식이법 등에 대해 먼저 통과시켜 줄 것을 제안한다"고 언급한 것도 격앙된 여론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선거법을 조건으로 내걸어 민생법안을 볼모로 삼았다는 것이다.

호소하는 고 김민식 군 어머니
호소하는 고 김민식 군 어머니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어린이 교통사고 피해자 부모 기자회견에서 고 김민식 군의 어머니(왼쪽)가 호소하고 있다.
스쿨존에 과속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 일명 '민식이법'은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었으나 개회가 지연되면서 오늘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2019.11.29 jeong@yna.co.kr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아들 김민식(9)군을 잃은 엄마인 박초희 씨 등 피해 아동 부모들은 국회 정론관에서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당을 강력 비판했다.

박씨는 "횡단보도가 있지만 신호등이 없는 곳에 신호등을 만들어 달라고 하고, 큰 대로변에 과속 카메라를 달아 달라는 것인데 왜 민식이가 협상카드가 돼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울먹였다.

나 원내대표가 국회의장실로 이동하는 중에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과 한국당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 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 의원이 나 원내대표를 향해 "당신 때문에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고 하자 정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이 민주주의를 죽이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형제복지원 피해자들도 국회를 찾아 고성으로 항의했다.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을 규명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과거사법)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한국당 내에서도 비판 여론을 의식해 민생법안으로 분류되는 유치원 3법을 시작으로 필리버스터에 나서는 데 대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나 원내대표는 입장문을 내고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안건 중에 민식이 법은 해당되지 않는다. 민식이법은 필리버스터 신청 후 법사위에서 통과됐다"며 "본회의를 열지 않고 있는 국회의장과 민주당이 민식이법 처리를 막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국당 '필리버스터 보장·민생법안 처리' 촉구
한국당 '필리버스터 보장·민생법안 처리' 촉구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정용기 정책위의장 등 의원들이 2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민주당과 국회의장 민생외면 국회파탄 규탄대회'를 열고 '필리버스터 보장, 민생법안 처리, 국회 본회의 개의'를 요구하고 있다. 2019.11.29 zjin@yna.co.kr

한국당이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필리버스터' 방침을 고수할 경우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시한(12월 2일) 내 처리도 어려워진다. 한국당이 민생뿐 아니라 예산까지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한국당이 왜 이날부터 필리버스터를 가동했는지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당초 한국당이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이 상정되는 날부터 필리버스터를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었다. 이들 법안은 내달 3일 이후 상정이 예고된 상태다.

우선 황교안 대표의 단식으로 당내 강경 기류가 강해져 결국 '조기 필리버스터'를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야 4당의 공조로 패스트트랙 법안을 처리한다면 수적 열세인 한국당으로서는 이를 막아낼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12월 3일 패스트트랙 법안의 상정 자체를 못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장이 예상하지 못했을 때 필리버스터를 시작해야 했다"며 "토론이 종결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패스트트랙 안건을 상정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본회의부터 12월 10일 정기국회 종료일까지 필리버스터를 계속 이어간다면,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설치법안을 최소한 정기국회 회기 중에는 상정할 수 없다는 계산이 당내에서 힘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국당이 밝힌 대로 전체 의원 108명 중 100명이 법안 한 건을 기준으로 1인당 4시간 이상씩 필리버스터에 들어간다고 계산하면 총 400여 시간이 나온다.

이날 본회의 시작 시점부터 정기국회 폐회(12월 10일)까지 270여시간 남은 점을 고려하면 필리버스터만으로 이번 정기국회에서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설치법안 상정을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박맹우 사무총장은 통화에서 "1인당 4시간씩 필리버스터를 하면서 상황에 따라선 이보다 오래 할 수도 있다.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지속할 것"이라며 "패스트트랙 법안이 상정되면 안 되기 때문에 고안해 낸 묘수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래픽] 자유한국당 '패스트트랙 저지' 필리버스터 돌입
[그래픽] 자유한국당 '패스트트랙 저지' 필리버스터 돌입

(서울=연합뉴스) 장예진 기자 = 제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가 막판 파행 될 전망이다. 자유한국당이 정기국회를 11일 남겨놓은 29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200여건 안건 전체에 대해 무제한 토론, 즉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신청한 데 따른 것이다. jin34@yna.co.kr

지난 26일 바른미래당 비당권파인 '변화와 행동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측이 선거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면 필리버스터 등으로 막겠다고 밝힌 것도 영향을 미쳤으리란 관측이다.

정치권에선 한국당과 변혁 등 보수 야권이 필리버스터 공조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다.

당 일각에선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등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기 위해 '시간 끌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검찰의 유 전 부시장 수사가 가시적인 결과물을 내놓을수록 공수처 설치를 반대해온 한국당의 대국민 여론전이 힘을 받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렸다고 볼 수 있다.

한국당은 그동안 공수처 반대 논리로 '친문(친문재인)무죄·반문(반문재인)유죄'를 내세우면서 공수처가 생기면 친여권 인사의 비위·범죄를 덮는 용도로 쓰일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필리버스터 '1번 주자'로 나설 예정인 주호영 의원은 통화에서 "국회선진화법을 여당이 악용한 게 처음부터 문제였다"며 "우리 당은 법안에서 법을 지키며 패스트트랙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wi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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